
"알면 사랑한다". 이 문장은 동물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님이 저서에 사인하실 때마다 늘 쓰시는 문구입니다. 문장 아래에는 사인으로, 교수님 본인 이름의 초성 ㅊㅈㅊ 세 글자를 나란히 붙여 쓰시는데, 두 개의 ㅊ 글자가 가운데 ㅈ과 딱 붙어있는 모양이 마치 세 친구가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제 기분 탓인지, 글자들이 신나 있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된다'가 아니라, 알게 되면 저절로 사랑하게 된다는 이 말이 저는 참 좋습니다. 알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 저절로 마음의 문이 열리게 되지요.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은 뒤집어 보면, 몰라서 배척하거나 싫어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인간은 낯선 것, 두려움이나 불안을 감지하고 피하도록 진화했다고 합니다. 겁 없이 야심한 밤이나 열대우림을 혼자 돌아다니던 원시의 조상들은 자손을 남기기도 전에 생을 마감할 확률이 높았을 터이고, 조심성 많은 조상들은 상대적으로 오래 살아남았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처음 보거나 낯선 존재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피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본능일 수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낯선 것을 모두 배척한다면, 혹시라도 전에 없던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도 알아보지 못하고 놓치겠네요. 어떡하죠?
다행히도 현대 사회에 사는 우리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어도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으니, 일찌감치 도망치지 않아도 되어 안심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저 같은 겁쟁이도 마음 속의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존재, 낯선 세상으로 다가갈 용기가 조금은 생기곤 합니다. 그런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세상에 대한 저의 이해도 조금씩 더 넓어지겠지요. 그렇게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제 안의 세상이 더 따스해지리라 기대해봅니다.
(이 기회에 안락사 직전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더 구하려고 늘 시간과 정성을 들이시는 유기견 쉼터 꽃길걷개 @findinglove_dog 의 여러분들께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덕분에 제가 아낌없는 큰 사랑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배워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