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것이 있습니다.
직선으로 쭉 뻗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길.
그곳에서는 멈출 수도,
땀을 식히거나 돌아볼 여유도 없습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
빠른 속도로 달려야만 하는 길.
그 길은 낮은 곳과 패인 곳,
오래된 것들과 상처,
그리고 눈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일반적인 길도 있습니다.
골목이 떠오릅니다.
쉬고 싶을 때 멈출 수 있고,
담벼락에 핀 호박꽃에 눈길이 머물기도 합니다.
골목 어귀,
불쑥 튀어나온 강아지의 기습이
정겹습니다.
길인가 싶으면 작은 샛길이 열리고,
길 끝에서 또 다른 길과 만나기도 합니다.
느리고, 비효율적일지 몰라도
사람의 정과 이야기들이
골목마다 켜켜이 쌓여갑니다.
나는
일방적인 것들과
일반적인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골목을 지나
바다에 도착했습니다.
모래 한가운데,
낡은 보드 거치대가 서 있습니다.
나사는 풀리고,
페인트는 벗겨져
얕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립니다.
삐걱대는 숨소리가
위태롭습니다.
그 위에 기댄 보드.
거친 표면이
사나운 삶을 말해줍니다.
돌아온 길을 떠올립니다.
일방적인 것들,
일반적인 일들.
앞으로 갈 길은
쭉 뻗은 고속도로일까요.
끝 모를 바다일까요,
아니면,
골목일까요.
많은 사람이 함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서로의 보폭을 존중해 줄 수 있는
골목길이 더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