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줄 알았던 벙커가
다시 생겼습니다. 기분이 참 이상합니다.
한강 초록길 한복판, 회색 콘크리트 위에
우뚝 솟은 신형 벙커는 낯설고,
이상하고, 못나 보이고,
파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분단의 잔재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되는 것만 같아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습니다.
내란 이후, 대선이 끝났습니다.
이제 모든 게 마무리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화면에 펼쳐진 선거 결과는
파랗게 빨갛게,
동과 서로 나뉜 이 땅의 현실에,
반갑고 고마운 마음도 잠시,
극명한 대비에 긴 한숨이 나왔습니다.
남과 북도 몸서리쳐지는데,
이제는 동과 서로 갈라지다니요.
내란의 잔재가 어디에서 다시 시작될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때, 벙커 위에서 까치 한 마리가
힘차게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습니다.
까치...
길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