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심심엔]

ddaeed

사각지대

posted Jul 09, 202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선량한 차별주의자.jpg

 

 

요즘 출판계에서는 전국에서 하루에 책이 3~500부 팔리면 베스트셀러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출판 관계인은 아니지만, e-book이나 전자 문서보다는 종이책에 익숙한 개인으로서 상당히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래서 이런 지면을 통해서 책 한 권 소개하려 합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공부 모임에서 도반들과 함께 읽고 숙론하였던,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하게 했던 책입니다. 제목은 <선량한 차별주의자>입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재미있는 제목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량함'과 '차별주의자'라니, 한 문장에서 자리하기엔 낯선 조합이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짐작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자주 차별받음을 경험했던 입장이었으니, '내가 누군가를 차별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살아온 시간에서 쌓인 기억과 입장을 지니고 있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임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며, 그것을 공공연하게 강요하거나 주장하지는 않는다, 라고 자만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그동안 무심코 했던 제 행동과 말들, 스쳐 가면서 의도하진 않았지만 나 자신도 모르게 가졌을 눈빛 등이 떠오르면서 부끄러워서 숨고 싶었습니다.

 

모르고 있던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건, 기쁠 때도 많지만 더 잦은 비율로 부끄럽고 아쉬움을 갖게 되는 듯합니다. 무언가든 얻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지, 지금부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명료하게 인식하고 깨어있기를 노력하자며 자신을 다독여봅니다. 그래도 종종 놓치기도 하고 삐끗, 어긋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혼자 읽고 밀어두기보다는 도반들과 함께 읽고 나누기를 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소중하고 꼭 필요한 과정이지요. 오랜 습은 공기처럼 익숙해서 알아채기도 쉽지 않고, 내 안의 변화를 이루어내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더군요. 책 소개라기보다는 저의 부족함에 대한 고백이 된 듯하네요.

 

바빠서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면, 프롤로그만이라도 읽어주세요. 9페이지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자의 목소리에 잠시라도 머물러 주세요. 나쁜 의도가 없는 말, 혹은 염려와 관심을 담은 말일지라도 누군가는 그 말에 아파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마음을 조금 나누어 주시길 바랍니다. (전자책도 판매되고 있고, 전자도서관에서 몇 번의 손 수고로 대여해 보실 수도 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김경화-프로필.png

 


  1. 삶, 죽음, 숨결

    지난 3월, Death Cafe를 열었다. Death Cafe는 2004년 스위스 사회학자 베르나르 크레타즈가 'cafe mortel'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했다. 영국 웹 개발자 존 언더우드가 크레타즈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2011년 런던에서 Death Cafe라는 이름으로 웹...
    Date2025.10.14 Views224
    Read More
  2. 엄마

    이번 심심엔 글은 엄마에 대해 쓰고 싶었지만,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아마 엄마를 향한 내 마음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주위에서 부모님을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 마음은 복잡했다. 아직 ...
    Date2025.09.17 Views252
    Read More
  3. 내면의 목소리

    우리는 사람이고, 사람은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나 실패나 좌절을 경험한다. 문제는 그 자체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런 순간 내가 나 자신에게 어떤 말을 건네느냐다. 어떤 사람을 실패했을 때, '내가 그러면 그렇지 뭐. 역시 나는 안되는 사람이...
    Date2025.08.16 Views294
    Read More
  4. 사각지대

    요즘 출판계에서는 전국에서 하루에 책이 3~500부 팔리면 베스트셀러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출판 관계인은 아니지만, e-book이나 전자 문서보다는 종이책에 익숙한 개인으로서 상당히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래서 이런 지면을 통해서 책 한 권 소개하...
    Date2025.07.09 Views268
    Read More
  5. 내 마음을 모를 때

    요즘 사람들이 '몸이 기억한다'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이 말은 나 또한 자주 사용한다. 최근의 연구들도 이 말의 과학적 근거들을 자주 소개하는 것으로 안다. 가령, 머리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옛길을 잘도 찾았던 경험들! 나에게...
    Date2025.05.14 Views350
    Read More
  6. 바둑이 대화법

    저희 집 강아지는 덥수룩한 흰털을 깎아내면 숨어있던 콩알만 한 검은 점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바둑이입니다. 처음 식구로 맞은 건 19년 가을입니다. 수의사선생님은 이빨을 살펴보시곤 2-3살 정도 되었을 거라 하셨습니다. '아기 강아지였네'라고 생...
    Date2025.04.08 Views444
    Read More
  7. 다 잃어버리고, 더 잃어버린 마음 이야기

    © jrkorpa, 출처 Unsplash "꿈을 꿨어요. 꿈에서 내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데, 연예인 이O민 씨가 내 옆에서 나를 도와주었어요. 그 마음이 참 든든하고 고마웠어요... 근데... 이O민 씨가 왜 꿈에 나왔을까 생각을 해봤는데요. 그분을 떠올리면 '...
    Date2025.03.14 Views428
    Read More
  8.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고 - 우리 안의 '분열'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고, 우리 안의 '분열'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많아요) 예술영화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한 영화라는 것은 여기저기서 읽어...
    Date2025.02.08 Views445
    Read More
  9. 신의 선물

    올해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이맘때가 되면 한 해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떠올리며 정리를 하게 된다. 2024년은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책이나 영화에서만 접했던 계엄령이라는 것을 실제로 경험 하게 된 '뜻'깊은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
    Date2025.01.13 Views415
    Read More
  10. 6월 24일이라는 시간에 사는 사람들

    아리셀 공장 앞 불이 난 지 이틀이 지난 6월 26일 아리셀 공장 앞에서 처음 만났다. 메케한 내음이 목으로 밀고 들어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공장 지붕은 폭발에 뻥 뚫렸고 샌드위치 패널은 녹아내려 옆구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23명의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
    Date2024.12.08 Views42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