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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새,사람행진 II

posted Oct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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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새,사람행진 4

 

20250902 화요일 바지락의 날

진위역~병점성당 12.3km (누적거리 206.6km)

 

 

CKC07312__ 진위역.JPG

 

 

9월이 되고 서울이 가까워지자 출발 시각을 9시로 늦추었다. 도심 출근 시간의 혼잡을 피해 주기 위해서였다. 평택시 진위역 맞은편 진위파출소 앞에서 40여 명이 간단히 몸을 풀고 출발했다. 이날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방송 차량으로 연대했다. 까만 승합차에 앞에 가고 그 뒤에 민주노총 동지가 더덕과 함께 길 안내하니 한결 든든했다. 그동안 자그마한 앰프에 의존하던 딸기는 훨씬 안정감 있게 지역주민에게 군산공항의 현재와 새만금 신공항의 위험성을 방송했다. 우리를 호위하는 듯 오토바이를 두 대나 동원한 경찰들의 위용 덕분인지 길에 서 있던 어른들도 우리를 쳐다보고 어린이선교원의 유아들도 창에 붙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첫 쉬는 시간에 방송 차량 운전자 동지가 위에 새, 사람 새만금신공항백지화 그림을 걸어주셨다. 예쁘게 단장한 말쑥한 차량 뒤로 걷는 40여 명에게 흥이 충만했다. 유일하게 나만 전날 직장 동료들과 외식한 게 탈이 나서 맥을 못 추고 있었다. 그래서 걷다가 마침 병이 나서 불참한 다래(이다운) 대신, 후방 차량을 운전했다.

 

CKC07350__ 화물연대본부.JPG

 

 

 

그간 점심때 주로 길바닥에서 김밥을 먹던 행진단은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수원용인오산화성지부에서 예약해 둔 식당에서 냉면과 국밥 등을 먹었다. 식사 후 인의협 박지영 의료진이 완두를 치료해주었다. 실은 행진 중에 완두의 왼손 검지가 벌침에 쏘였다. 미색과 분홍빛 완두꽃이 얼마나 소담하고 예쁜지 아는가. 그렇게 깃발을 휘날리며 쌩쌩 걷던 완두는 잠시 부상 행진을 하게 되었다.

 

CKC07380__ 부상 완두.JPG

 

 

출발 전에 여럿이 큰뒷부리도요를 모신 자전거를 타보았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의 승리 기원 경기도 전역 지원 약속으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오후 2시 15분, 병점성당에 도착했다. 곳곳에서 근육통 등 환자 속출. 곧이어 양방과 한방 총동원 의술이 펼쳐졌다. 이렇게 든든한 행진단이 또 있을까.

 

오후 세 시 간단한 스태프 회의 후 마무리. 행진단은 병점성당에서 합숙하는데, 인디와 나는 웹디자인과 원고 및 사진 때문에 출퇴근하고 있었다. 천안까지 동행하는 차 안에서 인디가 바지락처럼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바지락 배지를 모자에 달고 왔음을 알았다. 도무지 바지락처럼 꾸밀 게 없어서 그냥 행진한 나는 이날로 인디의 패션 감각을 따라갈 수 없음을 인정해 버렸다.

 

CKC07418__ 의료진과 행진단원들.JPG

 

20250903 수요일 금개구리의 날

병점역~수원 율전동성당 13.9km (누적거리 220.5km)

 

오전 9시, 금개구리의 날이니 노란 윗옷을 입고 화성시 병점역에서 출발 수원시 세류역으로 향했다. 지난 2월, 희망 뚜벅이 때도 체험했지만 하늘에 비행운을 남기며 쐐액쐐액 가로지르는 전투기 굉음이 어찌나 크던지 지역민 건강이 걱정되었다. 행진단 64명 중 함께 걷던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대표는 사람뿐만 아니라 비인간의 청력과 정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누가 연구 좀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CKC07459__ 화성시 행진 측면.JPG

 

CKC07463__ 화성시 행진 정면.JPG

 

 

10시 반 직전에 도착한 세류역에는 영길 샘이 준비해준 수박과 사과가 비치되어 있었다.

10시 30분, 수원 군공항 폐쇄 기자회견을 했다. 자리 잡을 때부터 마찰을 빚은 군인들과 경찰들은 회견 중에도 계속 방해했다. 하지만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의 사회로 이인신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자 수원 군공항 폐쇄를 위한 생명평화회의실행위원장과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자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운영위원장과 김연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상임대표이자 새, 사람행진단 공동단장이 발언했다. 기자회견문 낭독은 윤혜화 희망샘도서관 활동가와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대표가 해주었다.

기자회견문을 요약해 본다.

 

수원 군공항은 폐쇄만이 답이다.

도심지에 있는 군공항의 소음이 시민들의 일상을 할퀸다. 하늘을 나는 전투기는 온실가스와 비행운으로 지구를 뜨겁게 달군다. 전쟁의 위기는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다. 이는 군공항이 수원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어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전 후보지로 유력한 화성습지는 국제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에 등재된 경로 중 하나다. 국가와 지자체가 달성하기로 한 탄소중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습지다. 그리고 아직 지워지지 않은 매향리 폭격장의 상흔이 남아있는 전쟁의 현장이다. 수원 군공항을 화성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은 시민들의 이익과도 배치된다. 이제 정치는 해묵은 정치 의제로 수원 군공항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 새로운 의제를 던져야 한다. 수원 군공항 폐쇄가 바로 그 해답이다.

 

평택시까지만 해도 큰 마찰 없이 우호적이던 경찰은 수원시에서부터 대놓고 비디오카메라 채증을 하며 노골적으로 적대적이었다. 그래도 큰뒷부리도요의 눈은 깜빡임도 없이 맑기만 했다.

 

CKC07481__ 세류역 수원군공항폐쇄 기자회견.JPG

 

CKC07490_ 큰뒷부리도요의 맑은 눈.JPG

 

 

12시 20분, 분홍꽃 핀 배롱나무 한 그루 있는 공원에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에서 배달해 준 비빔밥과 냉국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비건 브라우니를 만들어 온 동아시아에코토피아 광대가 큰뒷부리도요 판화도 찍어주었다. 걷기만 하면 먹을 것과 선물이 주어지니 이렇게 즐거운 행진이 어디 있을까.

 

오후 2시 5분, 70여 명이 성균관대역 율전성당 도착으로 이날 행진을 마무리했다.

30분 후 약 한 시간 동안 수원군공항폐쇄 관련 간담회를 했다. 새만금 수라갯벌에 쇠제비갈매기, 황새, 좀도요, 민물도요 등이 있듯이 화성 습지에도 흰목물떼새, 대모잠자리, 맹꽁이 등 지켜야 할 생명이 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개발이라는 이름의 파괴에도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 그리는 더는 몰살하지 말아야 한다.

 

CKC07548__ 수원군공항폐쇄 관련 간담회.JPG

 

 

20250904 목요일 고라니의 날

고용노동부경기지청-인덕원역 13.2km (누적거리 233.7km)

 

2학기 개강을 해서 강의 오리엔테이션 후 기차 타고 의왕시에서 합류했다. 12시 반 경 행진단원들은 민주노총 경기도지부에서 제공한 두 군데 식당에서 점심 식사 중이었다. 하지만 나흘째 배탈로 끓인 물과 밥물만 먹는 내가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없었다. 병원도 약국도 갈 시간 없이 새벽에 기차 타고 세 시간 이동해서 행진하고, 다시 서너 시간 걸려 귀가 후 사진 정리하고 카메라 배터리 충전하며 두어 시간 자고 밤샘 집필하는 생활이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겠지. 병이든 행진이든.

능소화 핀 길을 다시 걸었다. 이날 외침의 주인공 고라니는 자꾸 뒤를 돌아보아서 사람에게 잡힌다고 한다. 나도 고라니처럼 자주 과거를 돌아본다. 이제는 고라니 흉내 대신 앞만 봐야지.

그렇게 13시 40분부터 원피스 자락 휘날리며 2km 걸어 14시 25분 인덕원역에서 60여 명과 함께 행진을 마무리했다.

 

CKC07572__ 기점과 종점.JPG

 

 

20250905 금요일 알락꼬리마도요의 날

인덕원역-이수역 11.1km (누적거리 244.8km)

 

새,사람행진 25일 차 대망의 남태령 넘는 날.

전북 참가단 25명이 버스를 대절해서 서울로 향하는 동안, 출근과 강의 오리엔테이션 후 기차와 지하철과 버스 타고 남태령 고개에 도착하니 13시 15분. 8차선 건너에 문정현 신부님과 문규현 신부님과 영길 샘과 마후라가 보였다.

 

CKC07606__ 남태령 고개.JPG

 

 

길을 건너가 하염없이 남쪽을 바라보시는 문정현 신부님께 내려갔다가 오겠다고는 내리막을 뛰어갔다. 저만치 혼자 걸어오는 완두가 보였다. 달려가 그이를 안은 게 시작이었다. 잠시 후 인덕원에서 출발해 과천에서 꿀잠의 점심밥을 먹고 경사로를 올라오는 300여 명의 행진단이 보였다. 경찰차 뒤 방송 트럭 앞에 오이가 보였다. 힘차게 내달려 오이를 그리고 그 옆의 더덕을 안았다. 트럭 뒤에 바짝 업힐 페달을 밟는 큰뒷부리도요 집사 알알이 손에 깍지를 꼈다 풀었다. 그리고는 만나는 행진단원들마다 손바닥을 마주쳤다. 며칠 아프던 다래가 다시 후방차량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곳은 남태령이었다.

 

지난해인 2024년 12월 2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20시간 이상 대치했을 때, 청년 여성층이 순식간에 집결 연대해 함께 밤을 새워 서울로 넘어온 남태령. 그 고개에 새와 사람 새,사람행진단이 전주에서부터 걸어서 도착했다. 그 고개를 넘는 건 민의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상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새,사람행진단 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먼저 새,사람행진단 공동단장인 완두가 새,사람행진 취지와 경과를 발언했다.

 

우리는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며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걷고 있는 새,사람행진단입니다.

 

지난 8월 12일 전주를 출발해 수라갯벌을 거쳐 금강을 따라 서천, 부여, 공주, 세종을 걸었습니다.

곳곳에서 개발로 숲과 나무가 잘려나가고 처참하게 파괴된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30~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의 아스팔트 바닥에서 말라비틀어진 수많은 생명을 봤습니다.

 

금강은 흘러 서해로 나가 갯벌이 형성되고 뭇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하는데, 곳곳을 뚝으로 막아 강물이 흐리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종보에서 막힌 강물을 트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을 만났습니다.

강물이 흐르는 곳에 뭇 생명이 우글대듯, 뜨겁게 맞아주는 세종보 지킴이들의 우글대는 동지애로 생명의 고개를 넘었습니다.

 

길을 따라

우리는 매일 아침

수라에 살고있는 뭇 생명을 기억하고 그들이 끝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수라의 외침>인 생명을 생각하며 큰뒷부리도요 뒤를 따라 걷습니다.

점점 더워진 열기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걷고 있지만 음악에 맞춰 춤추고 깃발을 흔들며 경쾌하고 즐겁게 걸었습니다.

 

때론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박정혜 동지와 함께 연대하였습니다

그리고 23개국의 세계 시민으로부터 수라갯벌은 지구적 유산으로 평화, 생물 다양성 보존,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마땅히 보존되어야 한다는 감동의 응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는 큰뒷부리도요가 뉴질랜드에서 새만금을 거쳐 알래스카까지 날아가 새끼를 낳고 논스톱으로 뉴질랜드까지 날아가듯이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는 텔레파시 연대의 고개를 넘었습니다.

 

수원 병점에서 걷기 출발을 시작할 무렵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굉음을 내며 우리 머리 위에서 전투기가 전쟁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군산 미군기지에서 듣고 있는 전투기 폭음을 수도권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경악했습니다. 새만금신공항이 떠올랐습니다.

수원시민사회단체는 군공항의 폐쇄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폐쇄가 아니라 이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전 장소가 시화호로 몸살을 앓다 이제 겨우 회복 중에 있는 화성 습지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너무나 똑같이 반복되는 개발독재의 민낯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굴하지 않고, 수원군공항 폐쇄를 위해 활동하는 동지들과 3일을 함께 걷고 함께 먹으며 동병상련의 사랑 고개를 영차영차 함께 넘었습니다.

 

전주를 떠난 우리는 길에서 많은 동지를 만났고 함께 걸으며 춤추며 노래하며 생명, 연대, 동병상련의 사랑 고개를 넘어 이곳 남태령고개에 도착하였습니다.

 

지난겨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시민들의 연대가 모여 함께 광장을 열었던 곳입니다.

시민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이 아직 뜨겁게 남아있는 상징적인 곳입니다.

우리는 출발점에서 법이 큰뒷부리도요를 지킬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늘 가지고 떠나 왔지만, 도착점인 이곳 남태령에서 우리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법은 반드시 큰뒷부리도요를 지켜야 한다고.

그것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새만금신공항 취소 판결하라!

 

힘차게 팔뚝을 치켜든 완두에게서 2010년 <용산 남일당 이야기>와 2014년〈스와니-1989 아세아스와니 원정투쟁의 기록〉의 오두희 감독, 아니 그 이전에 제주 강정에서 평화활동가로 10년 이상 살았던 오두둑과 경기도 평택 대추리에서 살았고, 그보다 훨씬 어렸던 전북 익산 태양전지 위장취업자로 수배 생활했던 이십 대의 그이 모습이 겹쳤다. 징하게 살아와 어느덧 사오십 년이 된 내공이 그 팔뚝에 새겨있었다.

 

CKC07679__ 외치는 완두.JPG

 

 

이어서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류가 극심한 두통을 참으며 연대 발언하는 사이, 아래 있던 청명, 가지가지, 알알이 중 알알이는 새, 사람행진단 선언문을 작게 소리 내어 읽고 또 읽고 있었다. 발음이 정확하게 들리도록 연습하는 거였다. 마침내 우리 새,사람행진단의 대표 세 사람이 방송 트럭에 올랐다.

 

새 세상을 여는 새,사람행진

 

우리 시대의 법은 수라갯벌을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며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수라갯벌의 뭇 생명과 함께 걷고 있는 새,사람행진단입니다.

전주를 출발해 서울까지 오는 발걸음 앞에 숲과 나무가 잘려 나가고 아스팔트 바닥에서 말라비틀어진 수많은 생명을 봤습니다. 새만금 갯벌에서 죽어간 조개와 새들, 저서생물과 염생식물들처럼 곳곳에서 개발로 처참히 파괴된 현장들을 목격했습니다.

 

새만금 개발은 지난 30년간 개발과 성장의 환상을 말해왔습니다. 2006년 대법원은 새만금 개발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개발의 이익이 환경에 미치는 피해보다 더 크다며 새만금 개발을 지속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이미 끝났어야 할 새만금 개발계획은 2050년까지 연장됐고 새만금호의 수질 역시 4조 원의 세금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멸종위기 동식물들은 보호되지 못한 채 말라버린 갯벌에서 죽어갔습니다. 바다와 갯벌에 기대어 살던 어민공동체 역시 해체됐습니다.

 

2006년 대법원의 판단은 지금도 유효한 것입니까?

 

우리는 수라 갯벌을 지키기 위해 260km를 걸어 서울행정법원을 향하고 있습니다. 수라갯벌은 군산 새만금 만경수역에 유일하게 남은 갯벌입니다. 새만금 개발로 서식지를 잃은 뭇 생명이 수라갯벌에서 살아남았고 법정 보호종만 64종이 살아가는 생명 다양성의 보고입니다.

 

정부는 수라갯벌을 매립해 새만금국제공항을 만든다고 합니다. 현재 운영 중인 군산공항이 있는 군산미공군기지에서 불과 1.3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어집니다. 새만금 신공항은 독립적인 민간공항으로 운영될 수 없고 미군기지확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무안공항보다 조류충돌 위험도가 650배 높다고 평가되고 있어 또 다른 참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정부는 공항을 짓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기후재난 시대에 위험천만한 새만금 신공항을 기어코 짓겠다고 말하는 정부의 무책임함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바다와 갯벌 그 속에 살아가는 뭇 생명을 언제든 인간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본의 이윤을 중심에 둔 개발과 성장중심 정책을 우리는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껏 수많은 땅과 강이, 산과 바다가 그리고 갯벌이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파괴되어 왔습니다. 인간과 자연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지구 생태계 공동의 구성원이지만 개발주의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연결을 해체하고 생태계를 파괴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후재난으로 우리 앞에 도달해 있습니다.

 

새,사람행진단은 오늘 남태령에 섰습니다. 지난겨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시민들의 연대가 모여 함께 광장을 열었던 곳입니다. 우리는 탄핵의 광장에서 윤석열 정권의 비밀주의, 권위주의, 권력 남용에 맞서 민주주의의 광장을 지켰습니다. 시민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이 아직 뜨겁게 남아있습니다. 나중으로 미뤄진 차별 없는 세상, 자연과 뭇생명에 대한 착취가 중단되는 세상, 일하는 사람들이 일회용품으로 전락하지 않는 세상, 경쟁이 아닌 돌봄과 연결의 세상.

 

'새만금 신공항 취소소송'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이정표가 될 역사적 판결이 될 것입니다. 법은 양심의 잣대로 시대의 정의를 선포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지금까지의 법은 누구를 보호해 왔습니까. 국가의 개발과 성장중심 정책 앞에서 법은 죽어가는 생명의 아우성에 귀 기울인 적이 있었습니까?

 

법원은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 개발독재를 종식해 주십시오.

법원은 기후재난의 시대에 걸맞은 정책적 전환을 선포해 주십시오.

법원은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뭇생명과 시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

 

시민 여러분, 9월 11일 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에 주목해 주십시오.

새,사람행진단은 수라갯벌의 뭇 생명과 함께 정의로운 법의 판단을 청합니다.

자본의 이윤이 생명보다 앞서있던 시대가 가고 생명과 사랑이 앞장서는 정의로운 판결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날을 향해 큰뒷부리도요와 함께,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와 함께, 동료 시민들과 함께 새,사람행진단은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하나. 정부는 조류충돌 참사와 미군기지확장으로 이어질 새만금신공항을 중단하라.

하나. 법원은 새만금신공항 취소 판결로 개발중심 사회를 종식을 선포하라.

하나. 자본의 이윤이 최우선 되는 시대를 넘어 생명과 사랑의 새 세상을 만들자.

하나. 지구 공동체의 모든 존재와 공존과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자.

2025년 9월 5일 남태령에서

새,사람행진단

 

 

CKC07712__ 새,사람행진단 선언문 낭독.JPG

 

 

완두의 발언 때부터였을까? 세 사람이 새,사람행진단 선언문을 낭독하는 중에도 내내 눈물이 줄줄 흘렀다. 전주부터 남태령까지 새와 기타 생물이 되어 걸어온 245km의 고단한 비장함 때문이었는지 방금 발언한 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한마음이어서인지 눈물이 의미를 해석할 새 없이 흘러내렸다.

그러는 사이 부산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과 차해도 동지와 장영식 사진가가 도착했다. 서로들 앞다퉈 인사하는데 어쩐지 발언문을 끝까지 듣고 싶었다. 잠시 후 구미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조합원들도 도착했다. 행진 대오는 무럭무럭 300여 명이 훌쩍 넘었다. 선두에 선 이들이 네덜란드 작가 요나스 스탈의 멸종 생물 그림 50점을 들고 400미터 행진했다.

 

함께 넘자 남태령

함께 열자 새,세상

 

이수역에 도착하니 재빨리 식혜와 스포츠음료와 생수가 준비되었다. 경기도지부의 지원이 서울까지 이어져 갈증을 해소하면서 남태령을 넘은 기쁨을 나누었다. 특히 새만금신공항과 마찬가지로 현재 15개 공항이 있는데도 10개 더 짓는 신공항 중 제주제2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행진하는 매일 들었던 꽃다지 4집 <노래의 꿈>(2011) 수록곡 중 '시화호 방조제에 갇혀 썩어가면서 바다가 되지 못한 갯벌의 아픔과 희망을' 담은 <난 바다야>의 홍소영 가수가 남편과 함께 급조한 부부밴드의 노래를 들었다. 청아한 목소리가 주말 오후 서울 시내에 쨍하니 뻗어 올랐다.

 

하지만 썩어가면서도 난 포기하지 않았지

난 바다야 난 바다야 난 바다야

죽음마저 이겨낸 난 자유로운 바다야

 

그 옛날 2002년 10월 경인방송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2002 시화호>를 제작했던 나는 2025년 9월에 새만금 수라갯벌을 살리기 위해 이수역에 서 있었다.

 

그사이 오이와 작두와 해초가 현수막 위에 펼친 깜짝 장터의 가마우지 티셔츠가 완판되고 와사비 스튜디오에서 만든 새 배지도 팔려나가 행진단의 기금이 되었다. 그날 저녁 식사와 잠자리도 꿀잠에서 제공해 주었다.

 

나는 탈이 난 몸속에 조심조심 나물 반찬과 소량의 밥을 꼭꼭 씹어 삼키고는 용산으로 향했다.

옵티칼 고용승계!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

이재명 정부 해결촉구 공동투쟁문화제를 하고 있었다.

말벌 동지들이 깃발을 흔들고 낮에 함께 남태령을 넘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조합원들이 앞줄에 앉아 있었다. 꿀잠에서 우리를 먹일 음식을 준비했던 부산 서면시장 번영회 지회 조합원은 전날 당한 구타를 토로하며 원직복직 실시, 단체협약 체결, 체불임금 지급을 주장했다. 후원주점도 연다고 했다.

집회 제한 시각인 밤 여덟 시, 그들에게 저녁이 있는 시간은 언제쯤 올까?

 

CKC07883__ 공동투쟁문화제.JPG

 

 

20250906 토요일 물수리의 날

동작대교 전망쉼터-광화문광장 10km (누적거리 254.8km)

 

수리가 아니라 물수리의 날이라서였을까? 서울엔 비가 쏟아졌다. 그것도 폭우가.

비 오는 날 촬영하려면 우산을 들 수 없다. 우산도 없이 물수리 OSPREY 크로스백을 메고 지하철 4호선 동작대교역에서 내려 전망쉼터 육교로 올라가는데 막막했다.

그런데 출발지에 삼척의 톰(성원기 교수)이 계셨다. 6년 반 동안 전국 핵발전소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를 이끌었던 톰. 그중 2018년과 2019년에 함께 걸었던, 내 탈핵도보순례의 이끎이. 지금은 삼척석탄화력발전소 반대를 위해 평일 매일 삼척우체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틈틈이 탈(핵)탈(석탄)탈(송전탑) 순례를 하고 계신 톰. 그를 보자 반짝 기운이 났다. 이날 출발 시간은 원래보다 두 시간 늦춘 오전 10시였다. 톰은 변경 시각을 모르고 8시부터 그곳에서 기다리고 계셨다고 했다. 그렇게 그 빗속에도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행진하러 모여들었다.

비가 어찌나 퍼붓는지 출발도 전에 내 카메라의 뷰파인더에는 습기가 차 있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빗속, 220여 명이 한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동작대교 위 가로등에는 갈매기들이 앉아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머리에 쓰고 온 새 모자처럼.

 

CKC07917__ 새와 깃발.JPG

 

CKC07926__ 동작대교 건너는 행진단.JPG

 

CKC07938__ 동작대교 북단.JPG

 

 

다리를 건너자 비가 멎었다. 서빙고역을 지나 좌회전, 녹사평 쪽으로 향했다. 토요일 오전에도 서울엔 차량 통행량이 많아서 한 차선을 차지하고 행진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흥진단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CKC07975__ 녹사평 부감.JPG

 

CKC07996__ 후면 부감.JPG

 

CKC08005__ 흥진단.JPG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김현욱 집행위원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박찬식 상황실장 그리고 작년 12월 29일 무안공항 참사 유족이 발언을 했다. 슬픔을 가눌 새도 없이 진상규명을 위해 바깥으로 나와야 하는 유가족의 비통함을 그 누가 알랴.

 

CKC08041__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JPG

 

 

꿀잠에서 80인분의 점심밥을 준비했다기에 톰과 청명과 니키와 나는 인디와 함께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탈핵 벗들이 모였다.

식후 서울역 앞에서 잠시 쉬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경기도에서는 쉬는 곳곳에 준비돼 있던 물과 간식이 서울에는 없었다. 정당도 단체도 빈손으로 참가만 했을 뿐 행진단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 행진 25일 내내 일찌감치 휴식할 자리를 잡고 과일을 챙겨놓던 영길 샘과 그날 문정현 신부님 서각을 가지러 군산에 간 완두의 빈자리가 티 나는 날이었다.

 

모두 지쳐 쉬는 시간에도 딸기는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새만금신공항의 부당함과 수라갯벌의 생명 살리기를 외쳤다. 행진하던 25일 내내 시종일관 마이크를 잡고 음악 사이사이 방송하며 걷던 딸기, 주로 맨 앞에서 때론 차들이 출몰하는 길 사이사이와 행진 뒷자락까지 종횡무진하던 딸기. 오후 세 시에 맞춰 광화문 경복궁역 앞 생명지킴이대회에 무사히 도착한 딸기의 목은 오래전에 쉬어 있었고 진통제로 버티고 있었다. 그곳에서 김연태 단장님의 발언을 통해 기후위기로 인한 가슴 아픈 개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상략)

전 세계가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자본가들의 탐욕은 전쟁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아, 이 땅 한반도가 외세의 침략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가 걷는 이 걸음은 갈증을 채우기 위해 바닷물을 퍼마시는 외세와 자본가, 정치권의 파괴와 폭력, 전쟁을 추구하는 저들의 탐욕을 멈추게 하고, 대자연의 모든 생명과 공존을 위하여, 평화와 평등의 새 세상의 희망을 꿈꾸고 노래와 춤을 추며 함께 걷고 있습니다.

(하략)"

 

새,사람행진단은 다시 국지성 호우를 맞으며 끝까지 '생명지킴이 대회'의 자리를 지켜 함께했다.

 

CKC08109_ 딸기.JPG

 

 

20250908 월요일 상괭이의 날

사당역-서울행정법원 5.3km (누적거리 260.1km)

 

서울의 월요일 아침은 그야말로 시민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날이다. 그래서 출근 시간을 비껴 9시에 새,사람행진단 85명 내외가 사당역에서 출발했다. 인도로 걷는 건 처음이었다. 경찰기동대 1개 제대 약 20명이 우리 뒤에 있었다.

예술의 전당 담벼락에서 '평화란 무엇이냐'를 작곡한 조약돌이 제 노래에 맞춰 춤을 추자 행진단은 흥이 넘쳤다.

 

오전 11시 10분 서울행정법원 100미터 앞이었다. 새,사람행진단은 경찰이 미리 쳐놓은 철책 안으로 들어갔다. 법원 앞 100미터 내에선 집회 시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이었다. 거기서부터 한 사람씩 행진하려는데 그걸 막았다. 갑자기 딸기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왜 협조 다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는 항의였다. 내 눈에서 파바박 불꽃이 일어남을 느꼈다. 우리 딸기를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을 작정이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그때 완두가 나섰다.

"자, 우리는 평화 시위를 합니다. 수라풀 타령을 부릅시다. 가지가지 어디 있어?"

어느새 자리한 가지가지가 수라풀 타령을 불렀다. 앞에 있던 완두와 알알이 등이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동안 그들의 타령과 율동을 보기만 하던 나도 최초로 그들을 따라 했다.

 

도요새가 왔구나 으으으으응

저어새가 왔구나 으으으으응

수라갯벌 살아있다 신공항이 웬말이냐

 

철책이 풀렸다. 우리는 당당히 서울행정법원 앞으로 행진했다.

 

CKC08342__ 법원 앞으로.JPG

 

 

그리고 예정대로 11시 30분에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가지가지와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이 발언했다. 김지은 공동대표가 눈물을 흘리며 발언을 했다.

 

CKC08367__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JPG

 

 

그리고 문정현 신부님이 마이크를 잡으셨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맨발에 지팡이로 그날 함성의 주인공인 뭇생명을 새기며 오신 분. 그 발에 물집이 잡혀 있었다. 호통을 치시다 사정을 하시다, 장애인이 되셨던 인혁당 사건을 말씀하시던 신부님이 갑자기 지팡이를 던지시더니 무릎을 꿇으셨다. 판사님께였다. 아니 하느님께였다. 절절해서 차마 두 눈으로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CKC08398__ 문정현 신부님 .JPG

 

CKC08417__ 절하시는 신부님.JPG

 

 

애절한 기자회견 후 녹색당 나무와 꿀잠의 비건 카레가 제공되었다. 일주일 만에 맛있게 다 먹은 식사였다. 이날 내 두 번째 책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를 출판한 출판사 '책과이음' 대표가 오셨다. 투고 원고 전달 차 행진 응원하러 오신 줄 알았다. 그런데 식사 후에 차 마시며 그분이 내민 건 내 세 번째 책 <가장 느리고 낮은 걸음으로> 계약서였다. 좀 전 기자회견에서 무릎 꿇으신 신부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혼란의 도가니에 있던 내게 드리운 예상치 못한 행운의 두레박이었다.

 

CKC08435__ 꿀잠과 나무의 비건 카레.JPG

 

CKC08452__ 비건 커리 .JPG

 

 

오후 세 시에 행정법원 앞 첫 미사를 드렸다. 미사 후 딸기의 외침이 있었다.

 

"(상략) 12만 마리 도요물떼새들이 수백 수천 마리가 되는 동안 그들이 쫑쨍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동네 참새같이 취급받던 새에서 멸종위기종이 되는 동안 이 법원이 도대체 무슨 판결을 내린 것인가. 개화도 갯벌에 어렸을 때 갔을 때 아직도 그 풍경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너무나 가슴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그때의 법원과 지금의 법원은 다르다고 260km를 걸어 오늘 이 자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하고 절하고 호소하고 간절히 요청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때 앰프가 고장이 났다. 그러자 딸기의 외침은 절규가 되었다.

 

"(중략) 20년 전의 판결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든 죽어가는 생명이 증언하고 있음에도 오늘 새만금신공항 취소하지 못한다면 왜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에 무슨 희망을 갖고 누구한테 기대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말 못 하는 생명의 이야기를 어디에 가서 전한단 말입니까.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 이제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고자 합니다. 살아있는 뭇 생명과 함께하겠습니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260km를 걸어온 우리가 이제 9월 11일 목요일 판결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미사와 1인 시위와 절뿐이었다. 큰뒷부리도요가 뉴질랜드에서 새만금 거쳐 알래스카까지 가는 거리 13,000km의 상징으로 13,000배를 하기로 했다.

1회 차 72배 28명, 미사 후 2회 차 72배 37명, 3회 차 72배 27명. 4회 차 30명.

그중 나는 2, 3회 144배를 올렸다.

 

이날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서가 전북지방환경청에 접수되었다. 전북지방환경청은 접수되자마자 한국환경연구원과 국가유산청에 재보완서를 보내고 검토의견을 의뢰했다. 이번 주나 다음 주에 검토의견이 오면 전북지방환경청이 바로 협의를 할 듯했다. 판결을 코앞에 두고 상황은 위기일발이었다.

우리가 이날 올린 절은 8,784회. 언제 채우나 했던 13,000배는 다음 날인 이틀 만에 거뜬히 달성할 수 있어 보였다.

 

 

20250909 화요일 서각 전시 및 삼일 기도 이튿날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1인 시위를 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고성이 서울행정법원 뜰에 치솟았다. 경찰이 신부님께 자리 이동을 요구한 것이었다. 시민들이 앉을 수 있게 의자도 있는 곳이었다. 법원 땅과 시민 땅, 공유지를 놓고 땅따먹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평화시위를 하는 새,사람행진단을 경찰이 자꾸만 자극했다.

 

학내성폭력 공익제보교사 지혜복의 부당해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용산까지 도보행진이 있었다. 전날 다친 다리로 꿀잠에서 우리에게 식사 준비를 해주던 태백 교사도 함께 있었다.

 

큰뒷부리도요를 만들어 준 신유아 문화예술활동가가 왔다. 그이가 땅바닥에 놓인 신부님 서각들을 철제망에 가지런히 걸어주니 어느새 법원 앞은 야외갤러리가 되었다. 갤러리가 꾸며지는 사이에 절이 시작되었다. 2003년 3월 28일부터 5월 31일까지 새만금 해창갯벌부터 서울까지 65일간 322km 삼보일배하셨던 문규현 신부님은 이제 앉아서 고개만 숙이셨다.

 

삼일기도 이틀째인 9월 9일, 우리의 절은 1회차 15명, 2회차 15명, 3회차 16명.

 

연거푸 절을 하고 나니 점심시간에 17년 전 만나 10년을 함께 기도하던 옛 교회 교우가 찾아왔다. 그이가 사준 전복가자미 미역국을 먹으며 원기가 회복됨을 느꼈다.

 

오후 13,000배 4회차 25명.

 

오후 두 시, 생명 평화를 기도하는 종교환경회의에서 하는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 촉구 종교인 기도회가 열렸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각기 다른 방식의 기도가 올려졌다.

 

곧이어 세 시 미사가 시작되었다. 새,사람행진단 김회인 신부님이 미사 인사말을 하셨다.

 

"전북지방환경청에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을 요구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어제 새만금 신공항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가 전북지방환경청에 접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접수되자마자 곧바로 '한국환경연구원'과 '국가유산청'으로 보내어 검토의견을 의뢰했다고 하지요.

지난주 국무총리가 전라북도를 다녀가고, 이어 환경부 장관이 새만금청을 찾은 일과 더불어

이렇게 차례차례 밟아가는 걸음을 보니 누구라도 '이미 정해놓은 일정을, 착착 진행해 나가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인사말 안에 그간의 모든 사실과 새,사람행진단의 의견이 들어있었다.

강론은 다음과 같았다.

 

"사실 사법부가 제 일을 제대로 했다면야 이렇게 보통 사람들 군상들이 모일 이유가 없겠지요. 법원 앞에는 흔히 '정의의 여신'이라 불리는, 눈을 가린 채 천칭을 든 여인의 상징이 서 있습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판결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지난 새만금 역사를 돌아보면, 사법부의 천칭이 권력과 자본의 논리에 기울어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03년 새만금 방조제 공사와 관련된 가처분 신청이었습니다.

 

법원은 일정 기간 공사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공정이 상당히 진행된 뒤라 사실상 물막이는 대부분 이루어졌습니다. 결국 "이미 공사가 진척되어 어쩔 수 없다"라는 이유로 신청은 기각되었고, 사법부의 판단은 무력화되었습니다. 법의 권위가 스스로 무너진 사건이었습니다.

 

오늘의 재판은 과거의 잘못을 끊고, 사법부가 본래의 정체성과 권위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금, 정권의 이인자인 국무총리가 움직이고, 재판과 직접 관련이 있는 환경부 장관까지 움직이며 정치적 압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야말로, 정부와 기업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공정한 천칭을 손에 들어야 합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이 자리에 모인 이들과 이들의 여정에 마음을 쓴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고려하여, 행정적 절차에 오류가 있었음을 선언할 때—

사법부는 비로소 본래의 정체성을 회복할 것입니다.

 

우리는 정치권의 행보처럼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법부가 본래의 정체성을 다시금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인 것입니다.

 

이 오만 잡것 군중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판사님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세상 뭇 생명의 바람, 생명 중심의 객관적 판단을 전합니다.

 

새만금 신공항 취소판결하라!

(중략)

분명 공정의 하느님께서 세상의 역사 안에서 당신의 정의를 드러내실 것입니다.

때로는 더디게 보이고, 때로는 실패와 좌절처럼 느껴질지라도, 하느님께서 함께 걸으시는 이 길은 결국 생명과 평화로 열릴 것입니다.

 

우리는 그 희망의 증인이며, 오늘 이 법원 앞에서 드리는 우리의 기도와 외침이 훗날 역사의 증언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맙시다. 우리가 함께 걷는 이 길 위에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반드시 빛으로 드러나리라 믿습니다.

아멘."

 

13,000배 5회차 20명. 둘째 날 총 8,172배. 모두 16,956회. 13,000배를 너끈히 넘었다. 초과 달성 이후에는 계산이 필요 없지만 그래도 우리와 해당화는 쉬지 않았다.

 

 

20250910 수요일 서각 전시 및 삼일 기도 사흗날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1인 시위 후 9시 반에 13명 60배씩, 10시에 5명 108배씩, 11시에 14명이 60배씩 절을 올렸다. 해남의 나무가 새로 작곡한 노래에 맞춰 가슴이 울고 무릎이 꿇리는 절이었다.

 

한국작가회의 송경동 시인이 와서 길동무 이름으로 점심 김밥을 사주었다.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김판수 이사장님과 공선옥 소설가 등도 방문하셨다.

 

CKC08619__ 서각 전시.JPG

 

 

오후 한 시에 25명이 108배씩, 두 시에 24명이 108배씩 두 번 절을 올리니 하루 만에 444배. 사흘간 나는 732배를 했는데, 인디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번 절을 올렸다고 했다. 분발해야겠다. 그런데 30년 지기 방송작가 동기가 찾아왔다. 함께 미사를 드렸다.

 

CKC08666__ 미사.JPG

 

 

미사 후 뉴질랜드 에이유티 오클랜드 대학에서 기후위기 관련 예술가 저닌 랜더슨 Janine Randerson 교수와 사운드 레코딩 아티스트 및 건축학과 레이첼 섀어러 Rachel Shearer 교수, 미술과 신지나 Jeena Shin 교수가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응원 메시지를 모아준 독일 베를린의 고사리(김윤하)와 함께 오셨다. 뉴질랜드에서 오신 세 분이 불러준 마오리 노래는 '비, 햇살 등 자연으로 영혼이 정화되어 새처럼 날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불, 물, 공기 같은 세상의 근본 물질에 관한 내용도 있다고' 했다. 굳이 가사를 몰라도 멜로디와 분위기만으로 원초적인 본성에 관한 노래임을 알 수 있었다. 방송작가 동기에게 우리의 행진을 설명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리 간절히 염원하는 갯벌의 뭇 생명 살리기를 어찌 이 땅의 사람들이 모른단 말인가. 그 안타까움에 가슴이 미어졌다.

 

CKC08689__ 뉴질랜드에서 오신 세 분.JPG

 

 

미사 후 넬켄라인 댄스가 이어졌다. 법원 가까이에 못 가게 막는 경찰과 비폭력으로 요리조리 피해 가는 민경의 댄스가 절묘했다.

 

동기와 차를 마시고 돌아오니 마지막 절이 올려졌고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날 서울과 전주에서 올린 절은 모두 11,292배. 이제까지와 합치면 28,248배. 3일 동안 우리는 정했던 13,000배의 두 배를 넘게 했다.

 

모두 꿀잠으로 향했다. 그날 밤 7시 30분부터 <미디어로 행동하라>의 새,사람행진단 영상 상영회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 퇴근 시간 정체는 대단했다. 16km를 가는 데 두 시간여 걸렸다. 운전하는 세현에게 미안해 신부님을 비롯한 모두 우스갯소리를 열심히 하는데 나만 깜빡 잠이 들었다. 깨고 나니 그때부터 멍하니 넋이 나간 듯했다.

 

꿀잠에서는 여섯 편의 옴니버스 영화제를 했다. 그 짧은 시간에 촬영과 편집을 해내다니 대단한 <미디어로 행동하라>팀이었다. 감동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었다. 물 마시고 화장실에 갔다가 양치하고 나온 나는 맥없이 꿀잠 건물 계단 위 데크에서 발을 헛디뎌 고꾸라졌다. 오른 무릎과 팔꿈치가 찰과상을 입었고 일어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해초가 달려와 부축해 일으켜주었고 마침 오춘상 원장이 있었다. 그가 인도해서 1층 방에 누웠다. 닷새간 굶다시피 행진하고 잠 못 자고 집필한 상황을 말하니 여기저기 진맥을 했다. 장염인 줄 알았던 증세는 급성 위염이었을 진단이 나왔다. 무릎과 팔꿈치를 소독하고 밴드를 붙이고 배와 어깨에 주사침을 맞았다. 다 와서 긴장이 풀린 건가? 돌이켜 보면 중요한 일을 앞두곤 번번이 발을 헛디뎌 발목 부상을 당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찰과상에 그쳤다. 감사하지 않은가. 낮의 방송작가 동기에게 사고 소식을 전하자 내 액땜으로 내일 판결이 잘 나올지도 모른다는 답이 왔다. 부디 그러길.

 

 

20250911 목요일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선고일

 

선고일 새벽 6시 반, 꿀잠에서 아침을 먹는데 다들 패소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향후 어떤 식으로 싸울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었다. 당장 그날 아침에 절을 할 건지 말 건지도. 그때 내가 말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끝까지 절해야죠."

 

그리고는 기차를 타고 학교로 갔다. 지난주에 양해를 구하고 미리 수업을 해두었으므로 강의를 단축하고 택시와 기차와 지하철로 약 두 시간 만인 오후 1시 10분에 서울행정법원 앞에 도착했다. 선고 시각이 13시 55분에서 40분으로 앞당겨졌고 허용 방청객이 30명에서 20명으로 줄어있었다. 그런데 20명 명단에 나는 없었다. 하지만 법정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때 방청객으로 선발된 인디가 "별님이 대신 들어가 주면 고맙겠어요."라고 말했다. 어쩜 편집디자인과 옷 입는 센스와 더불어 말도 그리 이쁘게 할까? 잠시 후 가지가지도 내게 못 들어가면 자기가 바꿔주겠다고 했다. 누군들 역사의 현장을 보고 싶지 않을까? 이렇게 착한 사람들과 함께 행진했다니, 새삼 고마웠다. 인디의 선한 양보로 방청권을 얻어 B220호에 들어가 앉았다.

 

법정에는 캠코더 두 대가 방청객을 향해 설치돼 있었다. 패소 후 폭동을 우려한 것일까? 오동필 시민생태조사단장이 판사에게 양쪽을 촬영하는 게 어떠냐는 건의를 했지만 꺼도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재판장 이주영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상략)

결국 피고는 충분한 검토와 조사, 합리적인 이익형량을 통해 이 사건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지역균형 발전)이 이 사건 사업으로 인해 침해되는 공익 또는 사익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사업 부지의 조류충돌 위험의 근거 없는 축소 평가, 평가된 위험 요소의 입지 선정 절차에의 미반영, 이 사건 사업이 서천갯벌 및 서식 조류 등에 미치게 될 영향의 부실 검토, 환경 훼손 정도를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단정으로 인해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항공안정성에 문제가 없고 생태계 등에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일부 악영향이 있더라도 저감방안을 통해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결론에 이른 뒤 그와 같은 결론을 전제로 이익형량을 수행한 데서 비롯된 것이므로,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하여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계획은 계획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하략)"

 

아악~ 정숙해야 할 법정에서 숨죽인 탄성과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주영, 문지용, 고철만 판사는 퇴장했고 법정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법정에서부터 그리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서로를 얼싸안았다.

 

전주에서부터 서울까지 큰뒷부리도요를 앞세워 새와 조개와 뱀과 잠자리와 풀과 고라니와 상괭이가 되어 260km를 걸었다. 그날 아침까지 3만 배 넘는 절을 했다.

 

신부님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서각을 하셨다. 그리고 그 작품을 전시하셨다. 그분 곁의 영길 샘은 색색 과일과 음료와 식사 준비로 먼 길 걸어온 우리의 피로를 회복시켜 주셨다. 큰뒷부리도요를 모시고 자전거를 타며 각종 발언하던 알알이의 알록달록 바지는 급기야 찢어졌고, 종일 방송하며 행진단을 인솔하고 매일 수라의 외침을 쓰던 딸기의 목은 쉬어버렸고, 맨 앞에서 경찰과 대화하며 우리를 이끌던 더덕의 얼굴도 거칠어졌다. 안전과 노래와 아재 개그와 팽수까지 담당하던 가지가지와 완두·김연태 단장님의 얼굴과 팔은 새까매졌고, 안전을 담당하고 매일 행진단을 계수하던 니키의 얼굴도 붉다 못해 검어졌다.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나 열에서 벗어나 촬영하는 나를 보호해주며 행진단을 호위하던 망기와 맨 뒤의 민주, 그 뒤의 차량 운전자 다운, 고프로 카메라로 종일 촬영하며 급한 연락 친절히 받아주던 오이, 행진단이 잠시라도 심심할까 봐 쉬지 않고 흥을 돋우던 해당화와 청명과 작두와 흑미, 엄마께 드렸던 선물이었던 자전거를 빌려줘 큰뒷부리도요를 모시게 해주고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도배하던 샘, 밤낮없이 세계 연대와 의료진을 조합해 준 리건, 변론을 담당했던 최재홍 변호사와 함께 후방에서 언론조직과 보도자료를 담당한 펭귄과 희진,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연대하면서도 문화제와 삼일 기도에 연주와 노래를 한 해남의 나무, 세계 연대를 이끌어낸 고사리와 마리아, 무거운 카메라 들고 샌들로도 마라토너처럼 뛰어다니고 행진 끝남과 동시에 영상을 만들어내는 불철주야 공룡 설해 감독, 안전과 촬영을 담당해 매일 행진 후 그의 사진이 궁금했던 토니와 해윤, 행진 끝나면 종아리가 얼마만큼 검어지나 궁금했던 인디. 우리 모두는 가마우지 친구라고 해도 좋을 만큼 까매졌다. 특히 인디는 매일 행진과 매번의 절과 더불어 매일 밤 수라의 외침과 오늘의 정리 등 웹자보와 주간새,사람호 1, 2, 3, 4호를 발행하는 괴력의 소유자였다. 아마 그는 일 년 치 에너지를 이번 새,사람행진 한 달에 다 쏟아부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안동에서 장비 들고 와 나무와 강을 배경으로 사진관을 차려주던 재깍재깍, 서울에서 오간 세현, 무밍, 백구와 캄캄밴드, 전주에서 오가며 틈틈이 행진한 오디와 콩알과 팽수들. 그리고 우리가 한 달 내내 입은 '수라살다' 앞치마를 17벌이나 재단하고 바느질하고 쪽물 들인 마후라와 와사비스튜디오 등등 그 외 일일이 거론하지 못하는 모든 행진단원들. 이번 새,사람행진에 참여한 누구인들 나중을 위한 기운을 남겨두었으랴. 그리고도 경광봉이 그리는 호와 직선이 예술이던 해초는 가자지구의 평화를 위해 배를 타고 간다고 했다.

 

--CKC08846__ 문정현 신부님.jpg

 

 

마지막으로 나. 나는 수라갯벌에서 말했던 대로 260km 넘어 이번 행진에 306km를 걸었으며 그것으로 3,030km를 넘겼다. 3천km 걸으면 걷기 관련 책을 내도 될 듯했는데, 정말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새,사람행진이 내 도보순례 기록을 위한 순례는 아니었다. 대추리에서, 강정에서 항상 지는 싸움만 했다고 말씀하시던 문정현 신부님. 그분이 꼭 한 번은 이기게 해 드리고 싶었던 게 내 소망이었다. 2019년 10월에 평화바람을 만나 6년 만에 그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그것으로 족하다.

 

수라갯벌의 뭇생명이 되어 그들을 살리겠다고 300여km를 걷고는 다시 인간 이야기를 하는 게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새,사람행진은 인간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내 고향 서울과 사람을 떠나 산 지 5년, 내 발로 걸어 점점 서울과 가까워지면서 30년 전 교회 찬양예배 때 치던 탬버린을 다시 치면서 지나온 삶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다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새,사람행진을 마치며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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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과 사진은 주간새,사람호와 개인 브런치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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