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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군기지 생태평화 2차 정기답사

posted Jul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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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라마을 수라갯벌 입구~고려청자 발견지~물끝선~남북로 수라갯벌 입구 약 4km

 

2025년 6월 7일 토요일 오전 9시 반, 군산공항 앞에는 열여덟 명이 모여있었다. 군산미군기지 생태평화 정기답사 두 번째. 지난달과 달리 날이 쨍쨍했다.

 

군산공항 옆 마을로 들어섰다. 해변수퍼, 신화수산, 월명수산 등 아직도 남아있는 상호는 그곳이 예전에 바닷가였음을 입증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을 입구부터 갯벌까지 가는 길이 눈에 익었다.

 

그곳은 2023년 6월 10월, 나와 친구들이 군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부터 영광 핵발전소까지 171.8km 자전거 순례할 때 출발지점으로 군산공항 옆 마을로 들어섰던 곳. 나의 첫 자전거 순례지 남수라마을 수라갯벌 입구였다.

 

CKB09583_ 오이.JPG

오이

 

 

오전 10시. 더덕이 설명을 시작했다. 저 멀리 군산 미군기지, 화산, 관제탑, 미군 숙소, 군산공항 여객터미널, 한국군 수송대, 군인 막사, 급수 탱크, 레이더 등이 보였다. 그 동네는 전투기 비행 시 소음 측정하면 103~107데시벨(dB). 그래서 이 동네 주민들은 전투기 이동 외에 또 이동 시에는 소음 뚫고 의사소통해야 하기에 말이 빠르다고 한다. 아마 50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1974년 미 공군 기지가 들어오기 위해 주민들에게 군용 막사 한 동씩 주면서 추방을 했다는데, 가족이 열 명 넘으면 두 동을 줬다고 한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이라 보상금도 없이 불도저로 밀어버리면서 미군기지가 커졌다니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농지 보상가격은 토지감정평가원에서 실거래가와 상관없이 토지 수용 보상가를 적게 주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흘러, 한국인 주민들 내쫓고 터 잡은 미군은 적자 운영 국내 공항이 있는데도 코앞의 중국도 못 가면서 국제공항이라는 명분으로 또 하나의 전쟁 준비 공항을 요구하고 있다.

 

CKB09579_ 남수라마을에서 보이는 군산미군기지.JPG

남수라마을에서 보이는 군산미군기지

 

 

10시 15분. 마을에서 갯벌로 들어섰다. 마른 갯벌에는 창질경이, 칠면초, 해홍나물, 퉁퉁마디(함초)가 있었다. 죽은 생합과 줄이 32개 이하인 꼬막과 동죽, 큰구슬우렁이, 골뱅이 껍데기들도 있었다. 공중에는 왕잠자리가 날고, 바닥에는 허연 소금기가 말라붙어있었고, 가끔 있는 물웅덩이에는 애기길앞잡이가 파문을 일며 겅중겅중 뛰어갔다. 물론 더덕과 딸기의 설명이 없으면 나는 구체적 이름을 모를 뭇 생명. 바닷물을 막지 않았다면 더욱 무성했을 생명이었다.

 

CKB09599_ 칠면초와 퉁퉁마디.JPG

칠면초와 퉁퉁마디

 

CKB09602_ 조개류.JPG

조개류

 

 

저 멀리 건초더미들이 마시멜로처럼 쌓여있었다. 그런데 무단 반출을 못 한다고 했다. 주민들이 가축 사료용으로 무단 훼손한 그 지역 풀에서 양뿔사초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양뿔사초는 산림청 보호 식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Red List'(적색목록)에 포함돼 있다. 그러니 수라갯벌은 흰발농게뿐만 아니라 식물 면에서도 생태학적으로 중요하게 보존되어야 하는 곳이었다. 수라갯벌에는 마디 없이 올라오는 사초 종류가 많았는데, 사초는 씨방 모양에 따라 양뿔사초, 보리사초, 도깨비사초 등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멧돼지가 좋아한다는 삐비(삘기)도 있었고 어린 시절의 추억 강아지풀도 있었고 봄날에 갈대도 있었다.

 

CKB09604_ 더덕.JPG

 

더덕

 

 

 

뒤를 돌아보니 육지 쪽으로 멀리 누렇게 나무들이 죽은 옥녀봉이 보였다. 그곳은 16,000~23,000개체 가마우지 서식처.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위해 산을 깎았는데 채굴비 때문에 파산하고 자연 물웅덩이 호수가 생겼고, 그곳은 새들이 거처하기 좋은 서식처가 되었다. 작년에 비해 개체 수가 줄었다고 한다. 1986년도 탄약고 때문에 민간인들을 쫓아내 국방부 땅이 절반인 옥녀봉. 1992년에는 참호와 박격포가 있었고, 그 앞에 할매바위와 할배바위가 있었는데 포격 되었단다.

 

써걱써걱 풀을 헤치고 계속 걸었다. 풀 위로 다닌다는 실뱀이 종종 나타난다고 했다. 예전에 바닷물을 기다리는 흰발농게 군락을 발견했었는데, 시민 조사단 측과 정부 관계자 측의 수치가 현격히 달랐다고 한다. 그런 환경영향평가에는 부동의해야 한다.

 

오전 11시쯤 고려청자가 발견된 매장 문화재 지역을 지났다. 추측하건대 부안에 청자 생산지가 있었는데 개경으로 진상하는 돛단배가 좌초된 건지 배에서 빠뜨린 건지……. 여하튼 고려청자가 발견된 문화재 구역에 새만금 신공항을 짓는다는 건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CKB09619_ 마른 수로에서.JPG

CKB09625_ 수로에서.JPG

 

 

두 갈래 수로가 있었다. 웅덩이를 지났다. 고니의 먹이원이라는 매자기(사초과)가 있었다. 한참을 키 높이 풀숲을 헤치고 걸었다. 갯벌이었다면 없었을 풀숲. 그 풀숲에 비 가림을 하려고 거미들이 친 거미집, 그 아래 어느 날 갑자기 바닷물이 끊겨 화석이 되어 묻혀있을 바다 생물들. 그중 방게 사체 그러다 삵 발자국이 나타났다.

 

 

CKB09650_ 삵 발자국.JPG

삵 발자국

 

 

 

새만금 신공항 부지인 수라갯벌 반경 13km에는 저어새, 황새, 흰발농게, 금개구리, 삵 등 법정 보호종이 무려 64종에 이른다. 법정 보호종이 살 수 있을 정도니 그 외 수많은 야생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임은 말할 것도 없다.

 

CKB09639_ 새 발자국과 게.JPG

새 발자국과 게

 

 

마른 땅바닥에 앉아 점심식사를 했다. 1차 답사 때처럼 넉넉한 고급 김밥이었다. 식후 갈대 사이를 헤치며 가는데 길이 말라 있었다. 등산화로도 충분한 길을 왜 장화를 신고 힘들게 한 시간이나 걸어야 하나 하던 차에 마침내 물끝선이 나타났다. 물끝선은 얕은 바닷물이었다. 그 물을 건너야 남북로에 올라갈 수 있다. 저만치 주황 부리 검은머리물떼새 한 마리가 있었다. 우리의 시선을 마음껏 음미하듯 한자리에 가만히.

 

CKB09656_ 검은머리물떼새.JPG

검은머리물떼새

 

CKB09657_ 새를 보는 사람들.JPG

새를 보는 사람들

 

 

단단한 뻘을 지나 얕은 물에 장화로 들어갔다. 첨벙첨벙 앞 사람의 발자국마다 시커먼 폐토가 일어났다. 썩은 흙이라고 했다. 넓은 바다라면 아무리 얕은 수심에서도 모래는 썩지 않는다. 고인 물에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상시 해수 유통이 시급하다.

 

CKB09661__ 물끝선.JPG

물끝선

 

 

물끝선에서 더덕이 마지막으로 설명했다.

"군산 미군기지에서부터 여기까지 2.5킬로미터 이내예요. 새만금 신공항이 들어오기 위해서 두 개의 활주로를 연결하는 길을 만들고 하나의 관제탑으로 두 개의 활주로를 이용하려는 거죠. 순천만이 5.4 제곱킬로미터예요. 그런데 여기는 6.6 제곱킬로미터예요. 순천만이 생태 관광객 500만 명 유치를 달성했어요. 그런데 군산 여기도 생태 가치를 준다면 탄소저장 능력과 관광객 소비, 정신적 치유와 휴식 서비스 측면까지 하면 연간 200억 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CKB09673_ 딸기.JPG

딸기

 

 

300미터 걸어가 남북로에 앉아서 평화바람이 준비한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소감 나눔을 했다.

 

쑥떡과 콩고물 선물도 받아가시라고 알리고는, 가보고 싶다는 분들을 위해 답사 후 평화박물관 문을 열러 간다는 딸기, 놀러 왔다면 볼 수 없던 것을 잘 보았다는 분, 참회의 길이려니 하며 왔다는 분, 오랜만에 새들 발자국을 보면서 생명의 땅을 밟아서 좋았다는 분,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는 더덕, 즐거웠고 고마웠고 감사하다는 분, 뜨거웠지만 역시 오길 잘했다는 분, 평화박물관에서 기념품을 구매함으로 오늘 평화바람으로부터 받은 감사를 표현할 수 있다고 소개해 준 분, 환경이 주는 아름다움 느끼고 잘 지켜졌으면 좋겠고 주민들의 피해상을 알게 됐다는 분, 준비해 준 평화바람에게 고맙고 최근 <버드걸>을 읽으며 오늘도 그처럼 가까이에서 자연 생태를 환경을 볼 수 있었다는 나, 생태뿐만 아니라 근대사까지 교차해서 보이고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분, <수라> 영화 보면서 새만금생태환경 답사를 했던 분과 초등학생 자녀, 다른 답사 올 때마다 남북로 쪽이 땅이고 수라 쪽이 바다인 줄 알았는데 반대라는 걸 알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고 오면서 영화 <수라>의 마지막 대사가 계속 생각났다는 분, 낮은 식물들이 사랑스러웠다는 수라갯벌에서 넬켄라인 춤을 가르치는 분, 여기에서 여러 단체의 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기를 많이 밟을수록 우리 목소리가 커진다고 생각하고 방조제가 막혔을 때는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수라갯벌에 올 때마다 '우리가 달라졌지만 공존함을 보여줄게'라고 수라가 말해주는 것 같다는 오이, 군대 온 것 같았고 오늘 걸어온 길을 매립해서 공항을 만들겠다는 건 명분 없는 일이라는 분, 우리가 미국한테 너희도 환경을 중요시하지 않느냐 등 이야기해서 어떻게든 공존해서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분. 이렇게 나눔을 마치고 헤어졌다.

 

영화 <수라>를 보기도 전에 처음 찾아왔던 남수라마을에 2년 만에 다시 왔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번 답사에서는 보였다. 군산미군기지 생태평화 정기답사 덕분이었다. 2년 전 풀이 무성하고 황량하게 마른 갯벌에서 읽었던 기자회견문 구호를 다시 옮겨본다.

 

- 지역균형발전과 민간국제공항으로 위장된 미군의 전쟁 활주로 필요없다!

- 민중의 피와 땀을 소수 토건자본에 갖다바치는 세금착취 어림없다!

- 기후붕괴와 대절멸을 가속하는 생태학살 새만금신공항 취소하라!

- 새만금신공항 취소하고, 수라갯벌 보존하라!

 

다음 군산미군기지 생태평화 3차와 4차 답사는 오는 9월과 10월에 할 예정이다.

 

CKB09654_ 군산미군기지 생명평화 답사팀.JPG

군산미군기지 생태평화 2차 정기답사

일곱째별-프로필이미지_2023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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