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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연재] 고상균의 "그곳엔 맥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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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3 - 우리에겐 우리의 맥주가 필요하다

posted May 19, 2026

에피소드 13

우리에겐 우리의 맥주가 필요하다!

: 한국 크래프트 비어의 비상을 응원하며...

 

 

 

1

 

어메이징브루잉의 파산...

지난 4월 21일 서울회생법원은 주식회사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 대해 최종 파산을 선고했다. 2016년 성수동의 브루펍으로 시작해 소위, '힙한 성수동'의 대표적 아이콘이자 다양한 맥주 라인업으로 대한민국의 2세대 크래프트 비어 업계를 선도했던 어메이징의 파산은 맥덕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맥주 한 잔 들고 앉아있으면 유럽 어딘가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안겨주었던 어메이징의 비어가든을 이제 다시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은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느낌에 비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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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메이징의 몰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는 했다. 법 개정을 통해 크래프트 비어도 편의점 진출이 가능해졌던 시점에 어메이징은 곰표 밀맥주로 스타덤에 올랐던 세븐브로이 등과 함께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확장과 규모를 통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시기, 어메이징뿐 아니라 제주맥주, 카브루, 플래티넘 등의 대표적 양조장에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투자와 대기업의 콜라보 제안도 이어졌다. 한국의 맥주 시장에서 수제 맥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확고한 자기 위치를 점유하며 성장해 갈 것이라는 희망이 커져갔다. 그 가운데 어메이징 역시 서울숲 필스너, 첫사랑 IPA, 노을 페일에일 등 서정적이면서도 서울의 이미지를 잘 살린 이름의 수제 맥주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한동안 나름 선전하며, 한국 크래프트 맥주 대량생산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1980년 초기, 신군부에 짓밟히기 전 잠시 찾아왔던 민주화의 봄과도 같이 한국 크래프트 비어 업계가 잠시 희망으로 반짝했던 시간이었다.

 

 

2

 

하지만, 코로나19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주류문화는 다 같이 한잔하며 이야기 나누는 맥주에서 혼술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증류주와 하이볼 등으로 급변했다. 그 가운데 맥주, 특히 수제 맥주의 매출은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형 맥주 자본과의 가격 경쟁 속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던 원재료비 절감은 결론적으로 수제 맥주의 차별성 상실로 이어졌다. 만원 혹은 만 이천 원에 네 캔인 그저 그런 맥주 중 하나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몸집을 키워나갔던 양조장들은 하나둘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 브루클린브루잉컴퍼니의 투자에 힘입어 상장과 함께 베트남 현지 양조장까지 계획했던 제주맥주는 바닥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수제 맥주의 시조새인 옥토버훼스트는 심장과도 같은 상징, 종로 펍을 폐업할 수밖에 없었고, 카브루는 맥주보다 하이볼 등 우선 팔릴 수 있는 장르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한제분과 함께 곰표 밀맥주를 생산하며 한때 연간매출 327억 원을 찍었던 세븐브로이는 돌연 대한제분이 상표권 사용계약을 해지하고 제주맥주를 통한 생산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80억 원 아래로 곤두박질하는 매출 속에 양조장 운영 자체가 흔들리기에 이르렀다. 이후 양사 간 진행된 법정 분쟁의 결과,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에게 상생 협력기금이라는 명목의 사실상 합의금 23억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났지만, 그 사이 세븐브로이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고, 현재 기업 회생 절차에까지 몰리게 되었다.

 

같은 시간 경기도 이천에 대규모 양조장을 건설하며 공격적 행보를 이어갔던 어메이징 역시 위와 같은 문제 속에서 키운 덩치에 대한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지난해 8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한 이후 약 8개월 동안 자구책 이행과 신규 인수 자본 물색 등의 노력을 진행했으나, 안타깝게도 구체적인 성과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파산이라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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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현재 대한민국 크래프트 비어 양조장은 약 17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많은 양조장들이 경영악화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앞서 언급했던 사례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 곳들이 있다. 예컨대 울산의 터줏대감 화수브루어리는 양조장의 규모를 늘리기보다는 품질 향상과 기존 펍의 안정적 유지에 힘썼다. 강릉을 대표하는 버드나무브루어리는 '마당에서 불멍하며 한잔하는 행사'와 같이 수제 맥주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시도와 함께 강릉시민의 독서 모임에 펍 2층을 무료 대관하는 등, 지역의 술이 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다. 해적 브루잉으로 대표되는 군산의 수제 맥주는 맥주보리를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군산시와 함께 근대역사 권역에서 지역 맥주로서의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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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규모 독립 양조장들을 대변하는 비영리 단체 '미국 양조자 협회(Brewers Association, BA)'는 크래프트 비어의 뿌리가 자립성(Independent)과 혁신성(Innovative)에 있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에 기반해 소규모 독립성, 전통과 혁신, 지역 사회와의 연결 (Community & Transparency) 등을 크래프트 양조장의 기준으로 설정하는 가운데, 이 세 가지에서 단 한 가지라도 현저히 벗어난다고 판단될 시, 크래프트라는 명칭에서 제외시키기도 한다. 현재 한국의 여러 수제 맥주 양조장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여러 사회적, 제도적 원인의 결과라 할 것이다. 거기에 무리한 대형화와 매출 신장 우선주의에 집착하는 가운데 전통의 창출과 혁신, 지역과의 상생 등 크래프트 맥주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들과 멀어졌던 것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겐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고 우리가 원하는 맛을 구현해내는 우리의 맥주가 필요하다. 한 시대를 대표했던 맥주 양조장 어메이징의 마무리를 안타까워하는 동시에 이 시간에도 전국 여기저기에서 멈추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시도들을 응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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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경기, 서울 등지에서 강릉, 울산, 군산의 맥주를 마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서울 수유동 국립재활원 사거리에는 화수브루어리 펍이 있다. 여기에는 화수의 라인업과 함께 버드나무브루어리의 대표 맥주들도 구비하고 있으니, 한번 찾아가 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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