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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친해지고, 사랑하고, 신뢰하자 - 김유하 조합원

posted Apr 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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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장명숙
발행호수 55

김유하사진_resize.jpg

 

 

김유하 조합원 - 자신과 친해지고, 사랑하고, 신뢰하자

 

 

코로나 19는 사회집단과 개인생활에 우울감과 무기력 증세도 함께 감염시켰다는 말이 들려온다. 얼마 전 대통령 선거 이후론 심리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들도 한다. 이렇듯 사회와 개인은 늘 긴장과 문제의식, 마음의 상처 등에서 벗어날 수 없나보다. 그래서 상담자가 필요한 이유이며 그 역할이 차츰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자신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이미 해결의 문고리를 잡는 용기있는 행동이다. 김유하님은 이 상담자의 역할에 더 충실하고자 계속 열공하고 있는 중이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활동하고 있는 일과 근황을 말씀해 주십시오.

 

 작년에 상담 관련 자격증 공부를 했고요. 올해 초부터는 상담 관련 200시간 교육을 받느라 조금 분주했습니다. 4월에도 또 다른 교육이 있을 예정입니다. 사실 상담에 대한 큰 목표가 있거나 사명감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그냥 감사하게도 공부할 기회가 와서 하고 있는 중입니다. 

 

Q: ‘길목인’에서 종종 <심심엔>을 통하여 좋은 글을 만나고 있습니다. ‘세종로 정신분석 연구회’에서 심심치유 활동가로 일한 계기가 있었겠지요.

 

 저는 세종로 정신분석 연구회 소속 상담사는 아닙니다. 심심에는 세종로 정신분석 연구회 소속 상담사 외에도 다른 상담사도 있습니다. 

심심(노동운동 및 사회운동 활동가들을 위한 심리지원)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같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2014년인가 길목협동조합 내에 심심이 생길 때, 길목에서 활동하시던 강은성 장로님께서 저에게 심심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향린교회에 처음 왔을 때, 장로님께서 새 신자를 담당하고 계셨어요. 그 교우들 중 한 명이었는데, 제가 심리학을 전공했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권해주셨어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기는 했지만,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실 제가 심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요. 그저 심리 관련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또한 노동운동, 사회운동은 나에게 생소한데 그 분야에 계신 분들이 궁금하다는 호기심으로 ‘심심스터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상담 공부와 사례를 접하면서 어떻게 하다보니 상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심리학과를 졸업할 때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었는데, 그때는 “나는 상담과 안 맞아”라고 생각하며 ‘상담심리’ 전공은 처음부터 배제하고 다른 심리학전공을 두고 고민했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시간이 지난 후 현재 상담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재미있기도 합니다. 여전히 상담이 저랑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상담 관련 공부를 하며 배우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김유하사진1_resize.jpg

 

 

Q: 자살문제 등 마음건강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내담자와의 상담 경험 상, 개인적으로는 대부분 어떤 문제들을 갖고 오는지요. 

 

 내담자와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고 회피하고 싶은 주제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자살을 생각하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을 하고, 자살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오히려 내담자가 자살을 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다시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말이 좀 더 와 닿더라고요. 앞으로는 이 질문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보자는 생각에, 그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내담자들은 대인관계, 직장 문제, 가정 문제, 학교 문제 등 표면적인 호소문제는 다양하지만 결국은 자신에 대한 문제로 힘들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과 친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거나 신뢰하지 못할 때 그것이 삶 속에서 여러 가지 다른 힘든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 개인과 집단은 문제에 부딪히면 상황의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데요. 그  증상들은 어떻게 나타나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저는 그동안 트라우마를 좁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었어요. 전쟁, 사망사고, 성폭행 등의 끔찍한 사건 후에 시간이 지나도 불면증, 악몽, 심각한 불안감 등을 경험하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요. 그러다가 트라우마를 좀 더 넓게 봐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보면 누군가의 가시 돋친 말이나 갑자기 닥친 변화 또한 트라우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는 아직 제가 잘 몰라서 이야기하기는 어렵네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될 거 같아요. 내 감정을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고, 그것에 귀 기울여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요. “남에게 말하지 못한 것은 스스로에게도 말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혼자 억누르고 있거나 스스로도 외면하고 있을 때, 삶이 점점 더 힘들어질 거 같아요. 그리고 ’마음 챙김‘이라고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자각하고 그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에게도 익숙하지 않은데, 앞으로 좀 더 알고 싶은 분야입니다. 

사실은 제가 지금 트라우마를 경험 중인거 같습니다. 대선 트라우마요.

예전에 심리학개론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국가적 재난이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는 경우, 사람들이 패닉상태가 될 수 있는데, 그럴 때 사람들과 사건 관련 이야기를 더 많이 하라고 하셨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그 말이 이해가 안 됐어요. 자꾸 생각나면 괴로울 텐데 왜 이야기를 더 하라고 하는거지? 라고요. 저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니고, 어떤 일이 생겨도 혼자서 많이 삭히는 편인데, 이번 대선 후에, 용산으로 청와대를 옮긴다고 해서 그에 파생되는 결과 등에 대해 알아보면서, 혼자서 감당이 안 될 만큼 마음이 너무 괴롭더라고요. 이런 결과를 가져온 사람들의 선택이 실망스럽고, 오랜 시간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나라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게 될까봐 가슴이 답답하고, 다른 일에 집중을 못하겠고, 밤에는 잠도 안 오고, 그렇다고 모른척도 못하겠고, 이런 소식을 접할 수 없게 외국으로 떠나고 싶고 등등...

이게 제 안에서 감당이 안되고 너무 괴로우니까 머릿속에 다른 사람들이 떠오르더라고요. 평소에 연락하지 않았더래서 좀 미안했지만, 이번 주부터 연락해서 만나고 있습니다. 평소에 안 하던 거라 용기가 필요했는데요, 사실 그쪽도 나와 마찬가지로 열이나 분노를 빼줄 필요를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용기를 냈어요. 눈치껏 그럴만한 사람에게... 확실히 혼자 분노하는 것보다 김을 빼주는 효과가 좋습니다.ㅎㅎ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성토를 하고 나니 제가 좀 가벼워지는 느낌입니다. 빠진 만큼 다시 화가 차오르기는 하지만, 저는 당분간 사람들을 계속 만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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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동복지 시설에서 퇴소하는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인 바 있습니다. 어떤 지원과 제도가 있어야 될까요.

 

 보육원이나 청소년쉼터 등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시설에서 퇴소하여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그 인원은 해마다 전국에서 약 2500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퇴소할 때 받게 되는 자립정착금은 지역에 따라 500~1000만원이고, 3년간 월 30만원씩 나오는 자립 수당이 전부입니다. 이들은 자립준비를 할 기회가 적고, 직업, 주거문제, 대학교육, 사회적 관계망 부족 등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주거문제는 21년도에 본인이 원하는 경우 24세까지 시설에 더 머무를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서 그나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외 대학교육, 일자리, 직업 연계 프로그램, 다양한 경험을 하고, 배우고 실패 할 수 있는 기회, 관심과 정서적 지지 등이 필요하고 생각합니다. 제가 농촌에서 6차 산업을 활용한 농장을 운영하며 이들과 함께 지내는 상상을 잠깐 해본 적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Q: ‘길목 사회적 협동조합’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경험도 말씀해 주시지요.

 

 심심 간사 자리가 공석이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임시로 돕다가 18개월 동안 간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는데, 좀 더 의욕적으로 일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역사 평화기행’은 유쾌하고 보람찬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서촌기행, 성곽길 걷기 등에 참여했습니다. 몰랐던 유적을 만나고, 역사의 길을 함께 걸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군산기행도 인상적이었는데, 그때는 길목의 존재를 알지 못하던 때라서 교회에서 가는 행사인 줄 알고, 수련회랑 다르네? 하면서 좀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도시락 싸들고’ 활동도 있는데, ‘도시락 싸들고’는 사랑이고 정성입니다. 무척이나 창의적이고 따뜻한 아이디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절대 쉬운 일은 아니어서 사실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 필요할 때마다 시도할 수 있고, 잠깐씩 하더라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도시락 싸들고’ 같은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이 더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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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향린교회’에서는 청년여신도회 회장직을 맡기도 했는데요, 신앙을 갖게 된 동기와 신앙생활이 궁금합니다.

 

 초등학교때 엄마가 교회에 가면 좋아하셔서 효도하는 셈 치고 가끔씩 주일학교를 다니던 것이 시작이었는데, 그러다 늪에 빠지게 된 것 같습니다. 한때는 믿음 없음을 자책하며 성경의 내용을 믿으려고 노력하고, 새벽예배까지 나가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기독교인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체성이 없습니다. 의미 없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청년여신도 회장은 정말 우연으로 말미암아 하게 된 것인데요, 향린교회를 소개받아 오게 되었는데, 일 년 중, 손에 꼽을 정도로만 출석하고, 청년여신도 회의도 두세 번쯤 나갔었습니다. 그러던 중 부회장 자리가 빈다고, 할 사람이 없다고, 아무 하는 일은 없으니 명단만 올리자고 하셨어요. 저는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이름만 올린 거였거든요. 그런데 그다음 해에 부회장 했던 사람이 회장되는 것이 관행이고, 지금 회장을 할 사람이 없다고 해서 당황했지요. 그럴 줄 알았으면 부회장일 때 좀 배우기라도 했을텐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상태라서 교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전혀 몰라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청년신도회 구성원들이 모두 회장의 마음으로 적극적이고 솔선수범해주셔서 여전히 하는 일 없이 1년이 정말 편하게 지나갔습니다. 청년여신도회 분들이 화초 키우듯 물주며 저를 키워주셔서 성장할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청년여신도회는 어떤 설교와 성경 말씀보다 제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길을 인도해 준 훌륭한 종교였습니다. 청년여신도회 분들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목표나 비젼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자연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자연이 주는 평화와 위로와 치유가 있는 거 같아요. 그것을 많이 누리며 살고 싶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살아보고 싶기도 해요. 제가 지방에서 지내거든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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