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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행복해야 남들도 행복하게 - 김지아 조합원

posted Mar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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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선영
발행호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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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행복해야 남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어요, 김지아 조합원

 

 

세상에 근심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가끔은 까닭 없이 우울해하고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며, 닥치지도 않은 일로 걱정을 사서 한다. 특히 개인보다 공동체를 더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은 알면 알수록 더 모를 뿐이고, 그래서 사람은 영원히 공부해도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것이다. 짧은 시간에 이 숙제를 다 풀 수는 없지만, 김지아 조합원과 인터뷰를 하며 숙제 풀기의 실타래 끝이라도 잡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것은 인터뷰라기보다 편안한 대화에 가까웠다.

 

 

# 10년차 심리상담사이신 걸로 알고 있어요. 심리학을 전공하셨나요?

 

원래 대학에서는 식품공학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대기업에 다니다 퇴사하고 육아에만 전념했죠. 그런데 우리 아이가 그다지 키우기 쉬운 아이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초보 엄마다 보니 대체 아이가 왜 그러는지 몰라서 대처하는 게 힘들었어요. 왜 이렇게 불만도 많고 잘 우는지,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달래면 울음을 금방 그치는데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울고 보채는 아이에 대한 다른 엄마들의 반응과 제가 보이는 반응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죠. 아이를 잘 키우고 싶었고 반듯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보니 오히려 미숙하게 대처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부모교육을 공부했죠. 공부를 하다 보니 ‘이 아이는 왜 이럴까’라는 질문에서 ‘그렇다면 나는 왜 이럴까’로 바뀌더군요. 나 자신이 궁금해졌죠. 그래서 상담을 받았는데 3년 정도 지나니 좋아지더라고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이렇게 좋아질 수 있다면 나처럼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심리상담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 당시 심리상담 공부는 어떤 식으로 시작하셨나요?

 

심리상담 연구소들이 많이 있어요. 현대정신분석연구소라든지 그런 곳을 여러 군데 다니다가 어느 연구소에서 교수님이 저에게 정신분석을 공부해보라고 권유하셨죠. 심리상담 종류가 굉장히 많은데 사람에 따라 본인에게 맞는 분야가 있어요. 그 선생님이 저에게는 정신분석이 맞을 것 같다고 하셔서 이 분야를 공부하게 됐죠. 

 

# 10년 전과 비교해서 요즘의 상담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뭘까요?

 

예전보다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더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더 외롭고 더 말할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가 다양해져서 이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못 꺼내고 혼자 끙끙거리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은 코로나 시대라서 더 그렇기도 하지만, 코로나 이전부터도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는 횟수가 적어진데서 오는 외로움이나 공허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 왜 예전에 비해 그런 변화가 생겨났을까요?

 

사이버 공간에 더 익숙해져서 사람이 실제로 만나면 오히려 낯을 가리고 불안감을 느끼고 친해지려면 에너지도 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인터넷 공간에서는 그런 부담이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점점 현실 세계에서 사람을 만나는 걸 힘들어 해요. 사회가 점점 개인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한데, 문명은 발달했지만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더 약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컴퓨터에 사람들의 능력을 뺏기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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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분들이나 청년들 상담 위주로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 분들은 주로 어떤 고민 상담을 하시나요?

 

노동운동이나 시민단체, 학생회 활동을 하는 분들을 보면 활동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거나 번아웃이 되더라고요. 그런 단체 활동에 ‘자신을 갈아 넣었다’는 말을 많이 해요. 하지만 왜 자신을 갈아 넣어야 하나요. 시민단체 활동을 한다는 건, 나도 좋아지고 사회적으로도 발전하기 위해 하는 건데 말이죠. 

특히 자신을 희생해야 하고 개인 생활은 하면 안된다는 식으로 활동을 하다 결국 지쳐서 오는 분들이 많아요. 자기 개인을 위해 뭔가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대의를 위해 써야 한다는 생각과 자기 개인 생활 사이에 괴리가 생겨서 괴로워해요. 하지만 나도 행복하고 타인도 행복하기 위해 하는 활동인데 나를 죽이고 타인을 위해 일하다보면 언젠가는 방전되는 거죠. 그런 분들이 상담을 통해 이젠 나를 살펴야겠다는 것을 깨닫고 가는 경우가 많죠. 

 

# 그런 분들에게 어떤 조언이나 해법을 들려주시나요? 

 

사실 조언은 하지 않아요. 제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조언이 없어요. 사실 전 내담자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려고 했는데 노경선 박사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내담자를 위해 뭘 하려고 하지 말라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함께 있어주는 거예요. 그것만 해도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달라지더라고요. 제가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은데도 말이죠. 그분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말을 누군가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거죠. 내담자가 어떤 무력감을 느끼면 같이 그걸 느껴주고 우울해할 땐 함께 그 우울한 기분에 공감해주고 함께 해주는 게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것 같아요. 위로를 받고 힘든 마음이 가라앉으면 결국 그분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더군요. 

 

# 심리상담을 하려면 아무래도 사람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책을 통해 공부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닐텐데, 어떤 식으로 공부하시나요? 

 

나 자신을 이해하는 만큼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내면이나 마음 공부를 하려고 상담을 받고 저에 대한 정신분석을 하죠. 저희 심리상담사들은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아요. 제 자신을 깊이 있게 이해할수록 상대방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금 어떤 내담자와의 상담은 잘 안 풀릴 때가 있어요. 제가 받는 상담에서 제 마음 속의 어떤 부분이 이해가 잘 안될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이 내담자에게서 보이면 상담이 진전이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데 제 문제를 풀어내면 신기하게 내담자의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해요. 그래서 상담사가 자기 분석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 말하자면, 자기 분석을 통해서 자기 안의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그것을 대입해서 내담자의 마음도 이해하게 된다는 거죠?

 

그렇죠. 저의 무의식을 이해하는 만큼 상대방이 어떤 불안, 고통, 환상 등이 있는지 이해하게 되고 내담자의 말이 들리더라고요. 

 

# 하지만 사람은 10인 10색이라고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본인의 심리분석을 타인에게 대입하는 게 매번 맞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사람이 다 다르긴 하지만 결국은 다 같은 부분이 있어요. 분노, 슬픔, 시기심, 질투 등 누구나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 깊이나 상황은 각자 다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채워지지 않는 데 따른 아픔이 있으니까요. 

 

# 남의 아픔이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상담사 자신도 힘들어질 것 같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하나요?

 

그래서 저희도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아요. 사실 의무적으로 우리가 먼저 상담을 받아야 해요. 무엇보다 제 마음이 힘든 일로 꽉 차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늘 제 마음을 들여다봐요. 매일 제 자신의 마음을 계속 살펴야 해요. 만일 제 자신이 힘든 일로 마음이 가득 차 있으면 상대방의 이야기가 안들릴 수 있으니까 저의 상담사한테 가서 상담을 받고 제 마음 안에 빈 공간을 만들어놓으려고 애를 쓰죠. 

 

# 내담자들이 상담을 모두 끝낸 후 자신의 문제가 해결됐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할 때 상담사로서 어떤 걸 느끼시나요?

 

보통 상담을 30회 정도 하는데 처음엔 자신이 왜 힘든지 모르고 있다가 상담을 통해 원인을 알게 돼요. 그러면 어느 정도 불안은 가라앉죠. 하지만 그렇게 머리로 자신의 고통의 이유를 깨닫는 걸로 끝이 아니라 그게 시작인 것 같아요. 

아무튼 그렇게 상담을 통해 자신의 문제가 해결됐고, 편안해졌다고 하면 상담사로서 정말 뿌듯하고 뭉클하기도 하죠. 처음엔 힘들어서 왔지만 상담을 통해 좋아져서 잠을 못 자던 사람이 잘 자기도 하고 약도 끊고 그러면 제 자신이 좋아진 것처럼 기쁘죠.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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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봉사 차원에서 심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일을 함께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채운석 장로님이 심심을 처음 시작할 때 이은경 선생님에게 제안을 하셨고 그래서 저희 세종로 정신분석연구회와 심심 측과 협업을 하게 돼서 참여하게 됐죠.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모임도 갖고 함께 등산도 가고 하면서 1년 넘게 준비했어요. 

 

# 심심을 통해 특별히 노동자분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을 진행하시는데, 일반 상담과 다른 부분이 있나요?

 

전 뭔가 다른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활동하시는 분들이 원하는 대로 잘 안되잖아요. 우리 사회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노동환경 부분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여전히 자신을 갈아 넣는다고 생각해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나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만나보니까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개인적으로 와서 상담하시는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일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보다 인간관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더 많잖아요. 그런데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으로 힘들어한다고 하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는 ‘너와 내가 다르다’는 걸 잘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생각하면 너도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경향이 강하죠. 그리고 항상 뭘 하든지 그룹을 만들잖아요. 동호회라든지 모임이라든지 그런 게 만들어지잖아요. 그리고 그 안에서 각 개인의 개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죠. 

 

# 그렇죠. 그리고 그 집단이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배제시키려 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다못해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해도 개인의 기호보다 다 같이 메뉴를 통일하려고 하죠.

 

맞아요. ‘쟤는 저렇구나’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넌 왜 튀려고 하냐’ 이렇게 받아들이죠. 그러니까 단체 안에서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많이 힘들어하죠. 내가 무슨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난 이렇다’고 말할 뿐인데 안 받아들여지고 계속 거절당하는 느낌이 들면 힘들죠. 

 

# 이런 문화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도 있더라고요. 가령 인터넷 동호회 같은데서 대다수의 의견과 다른 소수 의견을 내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배척하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토론이 잘 안돼요. 뭔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이게 안되니까 싸움이 돼버리죠. 우리 사회가 토론문화가 발달하지 않아서 그래요. 어른들이 토론하는 걸 아이들이 보고 자라야 하는데 그런 걸 못 보니까요. 

 

# 다들 개인적인 고민도 많지만 우리 사회는 유난히 이념 갈등도 심하잖아요. 그런데 이러한 이념이 신념이 되어버린 사람들도 많죠. 그러다보면 자신의 신념에 의해 굳어져버린 편견을 어지간해서는 버리지 못하고 진실이 드러나도 끝내 자기 주장만 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전 이런 분들이 결국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들려주시나요? 

 

그분들이 오류로 성을 쌓아왔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분들에게 ‘그게 틀렸다’고 말하면 그게 깨지는 걸 굉장히 힘들어하게 되죠. 그럴 땐 처음부터 깨려고 하면 안되더라고요. 그 성벽을 왜 쌓았고 어떻게 쌓게 됐는지, 그것이 무너지면 어떨 것 같은지 상담하는데 그런 상담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런 얘기를 통해 스스로 성문을 열고 나와야지 제가 아무리 밖에서 소리치고 그걸 부셔야 한다고 말해봤자 제가 완강하게 말할수록 상대방은 더 완강해질 뿐이에요. 어떨 땐 그런 분들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답답해지기도 하는데 아마 그 분도 그 성 안에서 갑갑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런 심리를 숨기고 소리 지르고 센 척 하죠. 그럴 때 저는 저 분이 자기 성에 갇혀서 갑갑한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공감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그런 분들 요즘 참 많죠. 자기 생각으로만 꽉 차있는 사람들은 현실을 못 봐요. 자기가 믿는 것만 사실이지 객관적인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믿잖아요. 그럴 때 그 안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이해가 된 다음에 조금씩 이야기를 하죠. ‘현실은 이렇지 않나’라고 말하면 조금씩 받아들이죠. 

 

# 길목의 다른 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본 적 있으세요?

 

코로나 이전에 서천기행에 참여해봤는데 무척 재미있었어요. 여기 연구소가 있는 종로 일대는 역사적인 장소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지역을 오가면서도 잘 몰랐던 부분을 설명을 들으면서 다니니까 정말 재미있었어요. 길목에 좋은 기행 프로그램이나 강의 프로그램도 많은데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진행을 못해서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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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 프로그램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씀은?

 

3월부터 다시 심심 스터디를 시작할 텐데, 이 스터디가 참 좋아요. 선생님들도 다 좋으시고 특히 노경선 선생님은 연세가 좀 있으신데도 전혀 권위적이지 않고 유머러스하시고 내담자에게 말씀을 하실 때 전문용어 대신 일상적인 언어로 그 사람이 알아듣게 하시는 부분도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 3월 개강이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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