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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있다는 믿음, 가야 한다는 열망 - 김옥주 조합원

posted Sep 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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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진희
발행호수 60

갈 수 있다는 믿음, 가야 한다는 열망이 소중하다

 

- 김옥주 조합원

 

김옥주 조합원을 만나러 혜화동 서울대학교 의과 대학 교육관으로 갔습니다. 김옥주 조합원의 명패가 붙어있는 연구실 문에는 ‘에볼라에 대해 알아볼래?’ ‘사회에 대한 열린 공부, 그리고 균형 잡힌 시각. 연건 사회과학회 움틈’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현황과 쟁점’ 같은 포스터들이 나란히 붙어있었습니다. 그 공간에 처음 들어갈 때는 무심코 보았는데, 김옥주 조합원과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그 포스터들이 인문의학 교실 문에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옥주 조합원이 “더 선하고 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과 믿음은 너무너무(두 번 강조했습니다) 중요하거든요.”라고 말할 때 그가 살아오고, 살아갈 모습이 선하게 그려졌습니다. 길목에 소중한 회원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습니다.

 

김옥주 교수_서울의대 - 복사본.jpg

 

Q. 길목 회원들께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의사인데 직접 환자를 돌보는 일이 아니라 의사학(醫史學, history of medicine) 즉 의학의 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의사’의 ‘의’는 환자를 돌보는 행위 또 이념, 실천 윤리, 이런 걸 다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매디슨이고, ‘사’는 히스토리입니다. 의사학은 인류 질병의 역사, 의학의 역사, 병원과 의료제도의 역사, 의학교육과 의사의 역사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Q. 길목 회원이 된 계기가 있나요?

 

1988년에 홍창의 선생님께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를 만드셨는데 그때 홍영진 길목 이사장님하고 홍보부 활동을 같이했어요. 그 인연으로 향린교회에서 공부도 몇 번 해본 적이 있고, 길목 공감편지도 접하면서, 길목 협동조합 때부터 회원이 되었는데… 제가 활동을 별로 못하고 있습니다.

 

Q. 기독교인이신가요?

 

네 모태신앙이고, 영락교회에서 권사 직을 맡고 있습니다.

 

Q. 어린 시절 꿈이 의사가 되는 것이었나요?

 

네. 초등학교 2, 3학년쯤 슈바이처 전기 같은 것을 읽고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의사학을 선택하신 까닭은 무엇인지요? 공부해오신 과정도 궁금합니다.

 

의대를 가서 보니까 굉장히 인도주의적이지 않은 그런 문화더라고요. 의사가 환자한테 반말한다든지, 의대생이나 레지던트들을 굉장히 강압적으로 다룬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고 실망했어요. 이런 문화 속에서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사를 하지 않고, 의학을 폭넓은 시각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사를 하고, 93년에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박사를 하고, 2001년까지 하버드 대학에서 의학사, 의료 윤리 쪽으로 포닥(Post doctor) 생활을 하고 서울대 의대로 왔습니다.

 

 

김옥주 2016년 서울의대 인문의학교실 주임교수 임명식-강대희 당시 학장과 함께.jpg

김옥주 2016년 서울의대 인문의학교실 주임교수 임명식-강대희 당시 학장과 함께

 

 

Q. 서울대 의대 인문의학교실 교수이시지요? 인문의학을 소개해 주세요.

 

인문의학은 의사나 의학도에게 필요한 인문학의 내용을 인문학의 방법론으로 연구하는 학문인데요, 의학의 역사, 의료 인류학, 의학과 문학, 사회과학적 내용 중 의학과 관련된 콘텐츠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인문의학은 6~70년대 미국에서 비인간적인 의학이나 의사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대두되었어요. 사람보다 기계가 먼저인 비인간적인 의료현실에 대한 반성으로 인도주의적인 의사 교육을 위해 의료 인문학이 강조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1947년에 서울대학교 의과대에 의사학 교실이 생겼습니다. 굉장히 오래됐죠.

 

2012년 김옥주 센터장인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연구윤리센터 설립 1주년 기념.jpg

2012년 김옥주 센터장인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연구윤리센터 설립 1주년 기념

 

 

Q. 인문의학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인간과 질병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인도주의적인 의사 상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인문의학의 핵심은 의료 윤리인데, 의료가 환자들을 치료하는 거라면 의사 환자 간의 만남은 신뢰와 이타주의에 근거한 것이어야 되는데요, 20세기 전반기까지는 ‘의사 말을 따르라’라는 의사 부권주의가 우세였다면 70년대 이후 생명윤리 개념이 생긴 다음부터는 환자의 자율성 존중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생각합니다.

 

Q. 생명의료윤리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실적인 사례가 궁금합니다.

 

생명의료윤리는 사람의 출생부터 질병과 노화, 죽음에 이르기까지 깊이 관여합니다. 우선 죽음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최근에는 ‘의사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어요. 옛날처럼 전염병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만성 질환이나 암 같은 병이 많아지면서 삶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을 자기 스스로 결정을 하고 싶은 요구가 늘어나고 있어요. 이와 같은 논쟁을 다루는 것이 의료 윤리입니다.

 

의사들의 손에 의해 죽음을 초래하는 적극적인 안락사(Active Euthanasia)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불법입니다. 이에 비해 ‘의사 조력 사망(Physician-Assisted Dying)’은 의사가 환자에게 인도적이고 존엄하게 생명을 종결하기 위한 약물을 처방해주면 그 약을 먹을지 안 먹을지는 환자 본인 결정하는 거지요. 우리나라에서는 허용되지 않지만, 미국 오리건주를 포함해 점차 이를 허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들을 두고 있어요. 회복 불가능한 고통스러운 말기질환을 앓는 환자가 직접 요청해야 하며, 환자 자신이 결정해야 하니까 본인의 의식이 명료해야 해요. 의사는 강요받지 않은 자발적인 요청인지를 확인해야 하고 호스피스 의료나 통증 완화를 포함한 대안들을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요청을 철회할 기회가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충분한 간격을 두고 숙고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환자의 요청에 대해 증인이 있거나 독립적인 두 사람의 의사가 판단해야 하는 등, 판단에도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의사조력사망이 허용된 곳에서는 많은 사회적인 논쟁 끝에 법이 통과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법도 많은 사회적인 논의 가운데서 만들어진 것이거든요.

 

 

김옥주 2018년 파리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위원회 위원들과 함꼐 - 복사본.jpg

2018년 파리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Q. ‘의사조력사망’은 사회적인 안전장치가 없으면 경제적으로나 육체적,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약자들이 의사조력사망을 선택하도록 강요받거나 압박을 당하는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을까요?

 

의사 조력 사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중산층 이상의 교육받은 사람들이 많고, 장애를 갖고 있거나 사회적 약자층은 위협을 느낄 수가 있는 그런 상황이지요. 여태까지는 경험적으로 남용되거나 오용되지 않았는데, 워낙 20세기 나치의 안락사 경험이나, 제노사이드 경험이 생생하므로 사회적으로 안전장치를 해 놓지 않으면 도덕적 재앙으로 빠질 수 있다는 ‘미끄러운 경사길(slippery slope) 논쟁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생명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라는 우려가 커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 않는데, 전 세계적인 흐름이나 이런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이 제도가 불법인 나라에서도 의사들은 굉장히 고통이 심한 말기 환자들로부터 자신을 좀 편히 가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는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아직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논의할 시점도 아니라서 이 제도가 현재 도입되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Q. 생명의료윤리 문제를 논의할 때 고려하는 원칙이 있나요?

 

‘생명의료윤리의 4원칙’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첫째 자율성 존중의 원칙인데 이것은 히포크라테스 이래로 2500년간 없었던 거예요. 환자를 치료할 때 의사들이 조언하지만, 환자가 선호하는 위험과 이익에 관한 판단은 존중해야 한다는 것인데, 환자의 삶과 가치에서는 환자가 전문가고 의사는 의학적 전문가라는 것을 혼동하지 말라는 거죠. 환자와 의사가 같이 결정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해악 금지의 원칙입니다. “무엇보다도 해를 끼치지 말라”는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원칙이지요. 세 번째는 선행의 원칙인데, 환자들의 고통과 질병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네 번째는 정의의 원칙입니다. 제한된 의료자원을 어떤 방법으로 분배해야 공정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원칙이지요.

 

Q. 의학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현대에는 생명윤리가 더 중요하게 주목받겠네요?

 

지금 인류는 미증유의 기술발달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선택뿐만 아니라 시험관 아기, 대리모 같은 생명의 시작에서, 인간복제나 인간배아줄기세포의 이용범위와 방식, 장기이식, 클론, 유전자 조작 등 20세기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하고 가능하지 않던 의료기술, 유전공학이 가능해지고 있어요. 인간을 수단화해서 연구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는 신기술이 하나하나 생길 때마다 생명윤리의 가치에 반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유전적인 신기술 사용에는 계층 격차도 생길 수 있는 문제이지요. 한편에서는 인간은 유전자 증강 같은 모든 과학 기술을 동원해서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지도록 계속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포스트휴먼 그룹도 생겨났어요.

 

그런데,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그런 신기술 사용에 관한 결정은 인류 모두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알고 논쟁하고, 어떤 게 옳은지 그른지,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을지 인류 전체가 공동 대응을 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생명 윤리학자들은 도구적인 역할이고, 규율을 정하고 법으로 만들고 하는 것은 시민사회의 몫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언젠가 법이나 사회적 합의가 깨지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그런 세상이 오지는 않을까요?

 

그렇게 안 되도록 해야죠. 제가 유네스코의 국제생명윤리학회 위원회에서 한국 대표로 4년간 활동했었는데, 그런 국제기구도 있고, 국내에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라는 기구가 있어요. 국제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계속 논쟁을 해서 인류가 가진 공통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그것이 인류의 멸망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더 잘 살고 복되게 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쓰도록 논의해야죠. 인공지능도 마찬가지고 신기술이 나올 때 인류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합의와 연대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가 되는 것 같아요.

 

Q.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동안 남다른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은데요?

 

처음 코로나 19가 생겼을 때, 너무 급해서 3일 만에 ‘코로나 백신 연구의 윤리’라는 논문을 썼어요. 코로나 백신이 급하기 때문에 개발과정을 최소로 줄이고, 백신 개발 결과도 전 세계가 공유하자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팬데믹이니까 선진국만 백신을 접종하고 후진국은 안 한다면 코로나 19가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연대가 중요해진 시점이었어요.

 

의학 연구에서 우리가 쓰는 모든 약이나 백신을 개발할 때 첫 번째는 안전한가? 두 번째는 효과적인가? 그 다음 경제적인가?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그러자면 백신을 개발하기까지 10여 년이 걸리는데, 코로나 백신은 너무 시급했기에 단기간에 성공한 거예요.

 

두 번째 쓴 논문은 코로나 백신 연구에서 인간 챌린지 연구에 관한 것이었는데, 사람한테 일부러 감염시키는 인간 챌린지 연구는 결과가 가장 빠르므로 이 방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이것이 생명의료윤리에 부합하는지 하는 주제였어요.

 

또 한 논문은 제가 군부 독재 시대에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코로나에 있어서 어떤 윤리적인 근거로, 어디까지 자유권 제약이 가능한가?’ 하는 논문을 대학원 학생과 함께 썼습니다.

 

Q. 코로나 19를 겪으며 의료계가 얻은 교훈이나 성과는 무엇인가요?

 

팬데믹 초기에 전 세계의 학술원들이 연대해서 코로나에 관련한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자고 호소하고, 전 지구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했어요. 염기 서열이 밝혀졌을 때 그걸 완전히 공개했고, 코로나에 관련된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어요. 더 나아가서 코로나 백신이 나왔을 때 특허를 없애는 문제도 논의되었어요. 코로나로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인류가 연대하는 경험을 만들어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메르스 때는 정보를 감췄기 때문에 국민에게서 불신을 받았지만, 그 경험으로 인해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나 시민들이 방역에 동참하여 공공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Q. 코로나 상황에서 백신과 치료제의 분배에도 어떤 원칙이나 윤리가 필요하겠지요?

 

코로나 19 치료제나 백신이 제한적일 때 누구에게 먼저 주어야 할 것인가?는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가?’라는 공중보건윤리 중 중요한 주제입니다. 코로나 19라는 팬데믹이 인류가 처음 겪는 상황이고 백신이나 치료제, 병원의 중환자실도 희귀한 자원이라 볼 수 있는데 이것을 누구에게 먼저 주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인류가 여태까지 해왔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원칙이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다고 해서 우리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백신이나 치료제는 우선 의료인이나 군인이나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경찰이나 소방 구호 인력 이런 사람들을 제일 먼저 주게 되어있어요. 그다음은 공리주의적 입장과 의무론의 주장이 서로 다른데요, 코로나 19는 고령자들은 치명적인데, 생명보다 소중한 건 없으니까 그들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는 의무론과 치료 효과도 빠르고 앞으로 남은 수명이 훨씬 긴 젊은 사람부터 치료해야 한다는 효용성을 따지는 공리주의 주장이 있어요. 이런 두 가지가 사실은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거든요. 두 가지를 항상 생각하고 또 한 가지를 더한다면 계약주의에 대한 건데 우리가 서로에게 공정하게 하도록 사회적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거죠.

 

Q. 그런데 백신의 분배가 잘 사는 나라와 가난한 나라 간에 공평하지 않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프리카에서는 백신을 못 맞은 사람들이 아주 많은데 그 백신을 공급하고 주사하고 하는 것도 그 사회에 의료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인류가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에 깨끗한 물이나 식량 같은 기본적인 삶의 조건도 워낙 불평등한 현실을 극복하고, 전쟁이 아닌 평화, 자국 이기주의가 아닌 공존, 전 지구적인 연대를 위해 WHO나 국제보건기구, 국제 난민 기구 같은 조직을 만들어낸 지혜가 생겨났습니다.

 

코로나 19 같은 세계적 전염병은 이미 한 나라의 문제를 넘어선 문제이므로 지구촌에서 공존의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인류가 공존을 위해서 연대와 선, 정의 같은 가치들을 제시하고, 당장 이를 이상적으로 달성하지 못할지라도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때 그 사회 전체가 훨씬 더 나아지는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성서 아모스서의 표현대로 ‘정의가 강같이, 공의가 하수같이 흐르게 하는’ 그런 이상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코로나 이후에 우리가 달라져야 할 것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각각 부문마다 다를 것 같아요. 코로나가 남긴 숙제 중 첫째는 교육의 문제가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대와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구촌이 인터넷에 의해 훨씬 더 가까워졌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만남이 아니라,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친구들로부터 배우고,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는 그런 인격과 인격과의 만남이 훨씬 중요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19가 교육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컸다고 봅니다. 그래서 코로나 위기 대응에서 경제나 국방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교육은 계속되어야 한다.’ ‘교육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라는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교육자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둘째는 코로나로 배운 ‘국제적 협동과 연대’의 경험을 살려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재난은 장애인이나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훨씬 큰 비율로 해를 끼치지요, 공정하다는 것은 재난 때문에 생기는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을 활동이나 정책들을 정부와 시민사회가 찾고 실행해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다 동의할 것입니다.

 

Q. 김옥주 조합원께서는 책을 여러 권 쓰셨던데 그중에 <연구윤리 방해꾼인가? 친구인가?>라는 책을 펴내셨던데요, 요즈음 세간의 관심을 끄는 사건 때문에 연구윤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현장에서 연구윤리가 지켜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대부분은 잘 지키지만,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교육을 잘 못 받았거나 인식 부족, 조급성 때문이죠. 연구와 글쓰기가 힘들고 경쟁은 심하니까 그걸 빠르게, 쉬운 방법으로 성취하려고 하는 거예요. 인간은 그냥 자연적으로 두면 노력은 조금 하고 결과를 많이 얻길 바라잖아요. 그러니까 유혹에 빠지는 거죠.

 

Q.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연구윤리와 진실성을 지키면서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인가’라고 하는 주제가 유럽연합의 연구 과제로 채택되어서, 유럽과 아프리카, 인도, 중국, 한국이 공동으로 3년간 연구를 하게 되었어요. 코로나에서의 경험을 정리해내고 그를 바탕으로 세계의 인력들이 어떻게 대책을 세울 것인가 하는 국제 연구 지침을 만드는 일인데, 이 연구 작업을 9월 1일부터 시작합니다.

 

제가 한 2~3년 전부터 조금 더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연구주제는 역사에서 바로 세워지지 않는 정의에 관해서 연구할 계획인데요, 731부대와 세균전에 관한 연구를 고민 중이에요.

 

Q. 앞으로 인류가 ‘정의가 강같이, 공의가 하수같이 흐르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믿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더 선하고 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과 믿음은 너무너무(두 번 강조했습니다) 중요하거든요. 우리 사회가 그렇게 갈 수 있다는 믿음, 가야 한다는 열망이 중요합니다. 정의, 연대에 관한 생각을 유치원부터 대학 강단까지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종교적 가치들도 더 깊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Q.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말씀이 있나요?

 

제가 본과 4학년 때 우리 학교 소아과 홍창의 선생님께 직접 배웠는데요, 선생님께서 소록도에서 신발을 고치는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소록도에서는 나환자들이 발 모양이 변형되니 거기에 맞춰서 신발을 해주는 분이 있다. 그렇게 한 가지 일을 단순하게 하며 사는 그것이 잘 사는 것이다.”

 

이 말씀이 감명이 깊어 항상 단순한 삶을 생각을 하고 살았어요.

 

Q. 단순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단순하다는 것은, 글쎄요~ 저는 마음의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진리는 단순하다는 마더 테레사의 말씀도 젊었을 때부터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오늘 만남을 끝맺으며 제가 우문(愚問)을 드렸어요.

“선생님은 다시 태어나셔도 인문 의학 공부를 하실 건가요?”라고.

김옥주 조합원은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삶에 대한 단문 선답]

 

1. 나에게 믿음(신앙)이란?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에 대해서 확신하는 것입니다. 또한 보이지는 않지만 그것이 사실임을 아는 것입니다.” (쉬운성경 히브리서 11장 1절)

 

군사독재 시절 대학생으로 민주화 투쟁을 하면서, 삶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을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이 말씀을 붙잡고 바라는 것들에 대한 열망과 확신을 지속해 왔습니다. 그리고 59세가 된 지금 되돌아보니 저의 삶에서 믿음이 가장 중요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2. 나에게 행복이란?

 

저에게 행복이란, 여기(here), 지금(now), 나와 함께 하는 존재들-사람, 자연, 지식 등-을 마음껏 누리는 것입니다.

 

3. 나에게 사랑이란?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소망하며, 모든 것을 견뎌 냅니다.” (쉬운성경 고린도전서 13장 7절)

 

제 인생에서 이러한 사랑을 보여주신 분들은 부모님들, 선생님들, 가족들인데, 특히 시어머니 김진숙 권사님과 남편 조성일 집사가 저에게 이러한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4. 나에게 나이 듦이란?

 

더 많이 비우고, 더 많이 내려놓고, 더 많이 너그러워지고, 더 많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5. 나에게 잘 산다는 것은?

 

하나님의 영, 성령의 도우심으로 다른 사람을 돕고, 세우고, 섬기는 삶입니다.

 

 

김옥주 2022년8월 가족사진-남편 아들 시어머니 - 복사본.jpg

 2022년 8월 가족사진. 남편, 아들, 시어머니와 함께.

"시어머님은 제가 결혼 후 33년간 함께 사시면서 우리 부부와 아들을 돌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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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먼저 행복해야 남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어요, 김지아 조합원 세상에 근심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가끔은 까닭 없이 우울해하고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며, 닥치지도 않은 일로 걱정을 사서 한다. 특히 개인보다 공동체를 더 ...
    Date2022.03.01 Views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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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성숙해지고 강해지는 중 - 김소명 조합원

    성숙해지고 강해지는 중 - 김소명 조합원 김소명 조합원은 저와는 십 년쯤 전에 향린교회에서 한문덕 목사님의 성서 공부반을 같이 했던 공부 동무이고, 집도 가까운 이웃 주민입니다. 낯선 조합원을 만날 때의 떨림보다는 보고 싶은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다...
    Date2022.02.04 Views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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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방송인이면서 역사 관련 글을 쓰는 - 김형민 조합원

    방송인이면서 역사 관련 글을 쓰는 김형민 조합원 김형민님은 그간 길목인들에게 공감편지를 통해 친숙해진 조합원입니다. 주제는 늘 개인과 사회의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의 맛깔스런 문장과 풍성하고도 해박한 역사지식으로 흥미 있고 재밌...
    Date2022.01.03 Views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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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곁에 있는 하나님을 돕는 사람 - 김은미 조합원

    곁에 있는 하나님을 돕는 사람 –김은미 조합원 김은미 조합원이 일하는 용산구청 앞 정원은 꽃과 나무가 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반은 속이 꽉 찬 배추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원에 웬 배추? 구청 정원이라 그런가?’ 자동차들이 ...
    Date2021.12.06 Views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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