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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연재] 희망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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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투쟁은 곧 우리의 투쟁이다

posted Jul 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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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투쟁은 곧 우리의 투쟁입니다. (중략)

우리는 임대를 동결할 것입니다.

우리는 버스를 빠르고 무료로 만들 것입니다.

우리는 보편적 아동 보육을 실현할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말한 말들이, 함께 꾼 꿈들이,

함께 실현하는 정책이 되게 합시다.

 

정치는 누구의 편에서 말을 하느냐의 문제다. 2025년 11월 뉴욕시장으로 당선된 미국 민주당 DSA 일원, 조란 맘다니의 당선 연설문은 명연설로 꼽힌다.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최근, 그는 공약대로 뉴욕의 임대료를 전면 동결시켰다. 소수의 기득권에 맞서 다수의 노동자와 소수자, 서민의 편에서 말해온 그의 약속이, 단순히 추상적인 선언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다. 아직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정치인을 가진 뉴욕은 얼마나 행복한 도시인가. 한편 뉴욕 면적의 반이지만 인구수는 더 많은 서울은, 교통과 주거, 교육뿐 아니라 먹거리나 일자리 이슈로 가장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도시다. 무상 교통과 보편적 무상 교육, 임대료 동결이 실현되는 것은 사실 꿈꾸기도 어렵다. 우리의 정치는 과연 누구의 편에 서서 말을 하고 있을까?

 

6.3 동시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되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낼 정치인이 있는지 떠올려보자. 양당 후보들이 대부분인 선거였지만, 많은 사람이 광역단체장은 몰라도 기초의원이 누구인지 기억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그들이 쏟아낸 공약들도 이미 잊혔을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가 한국 민주주의 위기 중 주요 요인으로 거론되지만, 역설적으로 무당층 또한 3~40%인 지금의 한국 정치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투표를 했을지 궁금해진다. 더욱이 무당층은 아닐지라도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표는 어디로 향했을까? 이들의 편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정치가 공백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란 맘다니 돌풍은 미국뿐 아니라 지난 한국의 지방선거에서도 영향을 주었다. 오랫동안 기득권의 편이었던 양당 독점의 정치적 상황에서, 여러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맘다니가 될 것처럼 선언을 하는 선거철 풍경들은 위선적이기까지 했다. 우선 정당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민주당은 미국 민주당과 다르다. 대통령의 말을 통해 스스로를 '중도 보수'라 자리매김한 한국 민주당과 달리, 미국 민주당은 '온건-진보주의'이자 내부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계파들이 존재한다. 또 다른 점은, 그 많던 한국의 맘다니'들'은 시민의 일상을 위한 정책에는 실제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가 실제로 누구의 편에 서서 연설을 해왔으며, 그 연설로 인해 어떤 대중들의 지지를 얻어냈는지에 대한 과정은 생략한다. 오로지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고 극적인 서사를 활용하여 선거에 이기는 것에만 몰두했다. 앞으로도 정치적 공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정당에게 가능성은 있을까? 안타까운 것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진보정당에게는 그만한 권력이 주어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가장 취약해진 환경 속에서도 노동당과 녹색당, 정의당은 따로 또 같이 선거를 치르고 정의당은 6명의 시의원을, 녹색당은 창당 14년 만에 첫 시의원을 당선시켰다. 특히 보수의 텃밭이던 경북 안동에서 득표율 1위로 당선된 녹색당 허승규는, 선거제도의 한계 속에서도 아래로부터 대중과 만나고 녹색정치의 이상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실주의적인 접근을 통해 균열을 만들어냈다. 소소한 성과이지만, 아직 진보에게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시사인 인터뷰에서 허승규는 "진보정치가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더 많은 조직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어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우리를 지지할 만한 사람들과 내가 속한 정당을 연결할 지점을 만드는 일에 당의 자원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누구나 가볍게 여겨 잊어버린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일상과 맞닿은 정치, 삶 속에 녹아든 정치 말이다.

 

비단 그의 이야기뿐 아니라, "가르치는 정치에서 듣는 정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던 영국 가디언 인터뷰의 조란 맘다니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보다 앞서서 정치적 말하기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던 고 노회찬 의원이 "이상주의적이고, 비대중적이고, 자기 고집으로 분열하기 쉬운 진보의 약점을 받아들이고" 현실과 맞닿은 정치를 제안했던 말도 다시 되새겨 본다. 말뿐인 정치인, 이벤트만을 기다리는 정치, 시민들과 동떨어진 선언이 아닌, 가장 가까운 삶 속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각자의 방식대로 일상에서 고군분투 중인 모두에게 기꺼이 그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당신의 투쟁은 곧 우리의 투쟁이라고, 그리고 그 투쟁을 승리의 역사로 만들겠다고 말할 수 있는 정치인. 그런 정치인이 필요한 시대다.

 

생전에 "앞으로 진보의 미래를 낙관하냐"는 인터뷰에 고 노회찬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낙관한다. 하나는 이 사회가 점점 더 진보를 필요로 하는 사회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진보가 추구하는 가치의 우월성뿐만이 아니라 계속 스스로를 감시하고 파괴하고 부정하면서 스스로를 혁신하는 진보의 속성 때문이다. 진보는 때로 길을 잃어 방황하고 우를 범하거나 실책을 범하기도 하지만,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고유의 특성을 내재하고 있다. 때문에 진보의 미래를 낙관한다." 수많은 '우리'의 편에 섰던 정치인들의 말을 기억하며, 진보가 만들어갈 미래를 다시 그려본다. 낙관하며, 그리고 투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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