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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연재] 희망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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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지방선거 내다보기(1)

posted Nov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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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지방선거가 2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벌써 지방선거 이야기를? 선거가 반년이나 남았는데 내년 6월 이야기를 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치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기도 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일은, 앞서서 준비해야 한다. 이미 당선을 바라는 사람들은 지난 선거가 끝난 날부터 뛰고 있다. 그러니 함께 예측해 보자. 내년 지방선거, 어떻게 될까?

 

작년 12.3 계엄 이후 빼앗긴 겨울과 봄,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까지. 우리는 반년이라는 시간을 다이내믹하게 보냈다. 그러니 다음 지방선거까지 반년도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지난 과정에서 야당 이재명 대표는 '내란 척결'이라는 대대적인 슬로건의 '비호'를 받으며 제21대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나? '압도적 승리'를 만들어야 '내란 세력을 심판할 수 있다'라는 기대와 달리, 진보정당을 제외한 야당 모두가 힘을 실어 주었음에도 절반에 못 미치는 득표율로 당선이 됐다. 그만큼 새 정부의 첫 번째 과제는 계엄 상황으로부터 무너진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모습과, 동시에 소위 그의 정치적 '유능함'을 보여주는 것이어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줄곧 이재명 대통령은 '일 잘하는 대통령', '시민들과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언론에 강조되어 왔다. 정부의 전략은 어느 정도 시민들 사이에서 유효한 것 같았다.

사실 어느 (민주주의) 국가든, 정권이 교체된 후에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로 인해 지지율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만 보아도 그렇다. 그러나 소위 '대통령 중간평가'라 불리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선거를 지나면서 자연스레 대통령의 지지율은 낮아진다. 곧 다시 '정권 심판'이라는 낡고 오래된 구호 아래,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정권이 교체된다. 빨간에서 파란으로, 파란에서 빨간으로.

 

내년 지방선거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을까? 사람들은 지방선거에 얼마만큼 관심이 있을까?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지역 현안에 따라 투표할 것 같지만, 사실 소속된 지역 이슈나 정책에 따라 후보를 뽑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당신은 어떠한가? 정당 색깔에 상관없이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일하는 지역에서 정치인의 정책이나 이슈에 따라 투표를 한 적이 얼마나 있나? 사실 한국과 같이 중앙 집중화된 정치의 특성상, 지방선거는 전국(중앙) 선거처럼 여겨진다. 그렇기에 지역 현안이나 후보의 정책보다는,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기존대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붙은 '내란 정당'의 프레임을 재이용하며 더 많은 지역에서 승리를 가져가려고 할 것이다. 보수 텃밭이라 불리는 PK, TK 지역에서 유동적인 유권자들이 지속적으로 주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같은 '지역주의' 프레임이 흔들리고 민주당이 더 많은 승리를 가져갈 것으로 예측하는 흐름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며 전략적으로 중도층을 겨냥한 것처럼, 현재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에 따라 중도층의 높아진 지지율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대선 결과도 그랬던 것처럼, 지방선거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차이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분석하는 흐름도 있다. 지난 4번의 선거 결과만 보아도 양당은 49대 51의 싸움과 같이 서로 비슷하게 힘을 겨뤄왔다. 오래된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지금과 같은 양당 중심의 대결 구도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이 점에서 지방선거의 결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내란 사건 이후, 어렵게 세워진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다시 한번 지지하는 정당에 기대를 걸 보수 유권자들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를 뒷받침해줄 보수 개신교 세력이나, 손현보나 전광훈씨의 여파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아 온 이준석이나 조국 등의 행보도 앞으로 지방선거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두고 볼 일이다.

 

그렇다면 두 당의 뻔한 이야기가 아닌, 진보정당의 선거는 어떻게 될까? 거대 양당이 독점하는 고착화된 구도의 틈을 비집고, 지역에서 새로운 정치적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떤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지해온 정당을 선택할 유권자들이 아닌, 양쪽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흩어진 수많은 중도층의 목소리를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을까?

 

정치학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결정하게 되는 요인에 보통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후보자(인물), 둘째 정치적 이슈, 그리고 정당 일체감(정당과 나와의 거리감)이다. 물론, 이건 정치공학적 요소다. 실제로 유권자를 결정하게 만드는 것에는 그 너머의 것들이 다양하게 작용한다. 정치를 생물이라고도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진보정당의 현재는 이 세 가지마저도 만들어내는 것이 녹록지 않다. 우리에게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있나? 그동안 중앙 정치에만 매몰되느라 사람을 키워내지 못한 과오가 있다. 그렇다면 정치적 이슈는 어떤가? 위험천만한 핵 추진 잠수함으로 무역 협상을 했다는 사실보다, NO KINGS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상황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에 금관을 씌워준 행위보다, '외교 천재 이재명', '일본도 부러워하는 한국 협상 능력'이 우리를 더 자극하는 이슈다. 새벽배송을 멈추자는 이슈보다, 소비자와 노동자를 갈라치는 화법으로 새벽배송을 지속하게끔 하는 이슈가 사람들을 더 자극하는 시대다. 지역 현안보다 중앙의 '핫 이슈'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기후위기나 노동 이슈보다 자본주의 이슈가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시대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정치적 이슈의 흐름을 잡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정당 일체감은 어떤가? 이미 진보정당에서는 몇 차례의 선거를 지나며 많은 유권자를 실망시켰고, 상당수는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으로 이탈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정당은 어떤 미래를 내다보며 지방선거 전략을 짜야 할까? 다시 처음부터, 다시 아래에서부터. 하나의 지역에서 하나의 진보의 씨앗을 살릴 바람을 만들어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 놓여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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