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옛 생각이 날 때가 있다. 냉면을 먹고 빈 그릇을 바라보다 91년 여름이 떠올랐다.

그해 여름 두 달 동안 매일 점심에 냉면을 먹었다. 도서관을 나와 냉면 먹으러 백양로를 걸어 올라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다. 그렇게 먹고도 여전히 냉면 앞에 앉으면 설렌다. 한여름 공부 덕에 대학원 시험에 붙었다. 나중에 들리는 이야기가 시험 성적이 좋아 떨어뜨릴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 소주가 한 잔 생각날 법도 한데 막걸리 맥주 소주 사케에 와인까지 허우적거린 섬 여행을 생각해 며칠 참기로 한다.
배운 게 읽고 쓰고 숫자 넘어 사실을 파악하는 짓이라 오늘도 쓴다.
매일 쓸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