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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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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posted May 1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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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Please Do Not Feed the Birds.

 

시편 23편 [개역개정]

1.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2.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3.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4.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5.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6.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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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뉴질랜드 남섬의 밀포드와 호주 시드니 주변 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 산들도 부지런히 다니는 중입니다. 트레킹하는 도중에 그리고 오가며 만났던 새들과 동물들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도착하여 도심 공원을 산책하고 그 자락에 있는 시립미술관에 들렀다가 차를 한 잔 하기 위해 카페에 갔을 때입니다. 오늘 하늘뜻 펴기의 주제이기도 한 "새들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라는 안내가 테라스 자리 난간에 크게 써 붙여져 있었습니다.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습성의 새들이 글자를 알 리는 없을 테니 분명 사람에게 하는 경고일 것입니다. 그러니 경고문과 무관하게 새들은 사람들이 남긴 부스러기를 먹기 위해 부지런히 찾아들고 있었습니다.

 

뉴질랜드와 호주는 고립된 섬과 대륙이라는 특성상 독특한 진화를 거친 야생 조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두 나라 모두 조류 보호 정책이 매우 엄격하며, 특히 '먹이 주기(Feeding)'에 대해서는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보존부(DOC, Department of Conservation)는 야생 조류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강력하게 금하고 있습니다. 먹이를 주면 새들이 스스로 먹이를 찾는 본능을 잃고 인간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특히 뉴질랜드의 상징적인 앵무새인 키아(Kea)는 지능이 높아 인간의 음식을 훔치거나 구걸하는 법을 금방 배우는데, 이는 결국 이들의 야생성을 훼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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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주는 빵이나 가공식품은 새들에게 '정크푸드'와 같습니다. 특히 새끼 새들에게 영양 결핍을 초래할 수 있고, 먹이통에 여러 마리가 모이면서 질병 감염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남겨진 새 모이는 쥐나 주머니쥐(Possum) 같은 외래 포식자를 불러들입니다. 이는 뉴질랜드의 국가적 목표인 'Predator Free 2050'(2050년까지 포식자 없는 섬 만들기) 정책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호주 역시 각 주 정부와 국립공원 및 야생동물 서비스(NPWS)를 통해 야생 조류의 먹이주기를 엄격히 제한합니다. 호주의 새인 쿠카부라(Kookaburra)나 맥파이(Magpie), 코카투(Cockatoo) 등은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 매우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인간을 먹이 공급원으로 인식해 음식을 뺏거나 공격하는 사례가 빈번하여 공공 안전 차원에서 금지합니다. 호주 정부는 먹이를 직접 주는 대신, 마당에 새들이 좋아하는 과즙이 많은 자생 식물을 심는 버드 가드닝(Bird Gardening)을 적극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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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2018년 여름 저는 바젤이라는 도시에서 하루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바젤은 이탈리아 돌로미테 트레킹을 가던 여정에 하루 들른 도시입니다. 오리 가족을 만난 건 바젤을 휘돌아 흐르는 라인 강변을 어슬렁거리며 강에 점점이 떠 있는 연인들의 물놀이와 사랑놀이를 지켜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여우와 어린왕자가 길들여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이야기도 떠오르고, 마다가스카르 섬의 동물들은 사람들을 피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동네 한번 가봐야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 바젤의 오리들도 사람을 피하지 않습니다.

 

가져온 간식거리를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새끼 오리들이 너도나도 몰려와 성황입니다. 엄마는 근처에 맴돌 뿐 아기들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말리지 않습니다. 따로 몇 조각 떼서 엄마 앞에 던져 주었습니다. 아마도 바젤 사람들과 오리들은 친구나 이웃으로 관계가 형성되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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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의 인연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집니다. 여기는 무등산 자락입니다. 2023년 2월 친구들과 같이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높고 수려한 삼나무 등걸에 박새가 종종거리고 있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마침 옆에 벤치가 놓여있길래 살금 다가서 앉았습니다. 싫지 않은 눈치입니다. 바라보고 있자니 뭔가를 바라는 것 같았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금세 행동식 하나를 꺼내 손에 올려줍니다. 손가락 끝에 놓인 과자 부스러기를 부리로 집어 가는데 살풋 부리의 움직임이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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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4월 16일에 설악산에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토왕성 폭포를 바라볼 수 있는 곳까지 산길이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비가 온 다음날 가면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토왕성폭포 전망대에서 다람쥐를 만났습니다. 계속 주위를 맴돌길래 간식을 꺼내 쪼개서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더니 볼이 터져라 잘 먹습니다. 저 같은 산꾼이 여럿 있었나 봅니다.

 

야크라는 이름의 거대한 초식동물이 있습니다. 오래된 미래 라다크 어느 산자락 어슬렁거리다 그와 맞닥뜨리는 순간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이유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만나는 순간 그 크기와 자태와 움직임에 매혹되었습니다.

 

크다고 다 매혹되는 것은 아닙니다. 로빈이라 불리는 유럽 개똥지빠귀 한 마리와 친해지려 한여름 수작을 부리던 몇 주간 나는 산책을 나갈 때마다 쿠키를 챙겼습니다. 아직 날지 못하고 몸 색깔도 검은색으로 변하기 전 이 조그만 녀석은 산책로 주변을 종종거리며 다녔는데, 과자 부스러기를 늘 같은 곳에 뿌려주고 몇 시간 뒤에 나가보면 으레 깨끗이 먹어 치우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작으로 금세 친하게 되리라는 꿈은 애당초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입니다. 새들과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를 준 저의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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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극으로 끝난 이야기 하나, 그리고 희극 하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018년 9월 18일, 대전 동물원에서 사육하고 있던 8살 암컷 퓨마 뽀롱이가 탈출하여 추적 끝에 사살된 사건이 있습니다. 그해 9월은 한반도의 명운이 달린 회담이 열리고 있으니 동물원 우리를 나온 퓨마쯤은 큰 관심을 끌 일이 아닐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녀에게 주어진 짧은 자유의 대가는 사살이었습니다.

같은 동물원에서 지난주에 늑구가 탈출하였습니다. 뽀롱이는 사육사가 잊고 잠그지 않은 문으로 나왔으나 늑구는 철망 아래를 파고 말 그대로 탈출하였습니다. 4월 8일 우리를 벗어난 늑구는 8일이 흐른 후 17일 0시 44분 마취총을 맞고 동물원으로 귀환했습니다. 늑구는 인공 포육 즉 어미의 양육이 아닌 사육사가 준 먹이를 먹고 자라서 야생에서 먹이 획득이 어려웠을 거라고 합니다. 늑구에게 야생은 말 그대로 야생인 셈입니다. 새들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가 오늘 하늘뜻 펴기 제목입니다. 우리에 가두고 먹이를 줘서 먹여 키우는 동물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복음서 요한복음 10장 말씀을 함께 읽겠습니다.

 

표준새번역 요한복음 10장

9.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이 문으로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들어오고 나가면서 꼴을 얻을 것이다.

10.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파괴하려고 오는 것뿐이다.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서 풍성함을 얻게 하려고 왔다.

 

뽀롱이가 4시간 반 얻은 자유의 대가는 사살이었습니다. 당시 내가 속한 커뮤니티 어느 곳에서도 이 죽음을 애도하는 자가 없었는데 오직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서만 짧은 자유를 누리고 사살된 그녀를 안타까워했습니다. 그 방에서 그녀를 기억하며 짧은 글로나마 추모와 연민의 정을 보냈습니다.

 

그대 요단강 건너 이 세계를 떠나가더라도 절대로 절대로 그대를 가두고 숨을 거두어간 자들을 용서하지 마시라…

길들여지지 않는, 아니 길들일 수 없는 정신과 육체를 현실의 제도와 관습의 틀에 가두고 자유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연대와 연민을 보냅니다. 함께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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