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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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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움에 대하여

posted Jul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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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이 강퍅하여 이 나이가 되도록 마음이 맞지 않으면 겸상을 사양하고 홀로 밥을 먹는 게 편하다. 연륜이 쌓이면서 너그러워지자고 아무리 생각한들 그 생각이 마음을 움직이고 몸을 일으켜 변화의 양태로 나타나야 하나 그 의도는 사고의 틀 안에 갇혀 공연한 일이 되고 만다. 여러 차례 어쩌면 수도 없이 시도한 생각과 사고는 머리 안에서만 맴돌 뿐 도저히 몸 밖의 현실과 조응하여 이루어짐이 없다.

 

여름 초입의 어느 날, 무리 지어 친구들과 소백을 올랐다. 안개비 자욱하여 길이 보이지 않던 이태 전 여름 소백 이후 다시 맞이한 품 넓은 산은 너그러움의 씨앗을 마음에 심어주나 보다.

 

걸으며.png

소백산 정상의 데크길(ⓒ지상군)

 

 

순조롭던 산행에 위기가 찾아왔다. 일행 중 한 명이 새로 산 전화기를 쉬는 장소에 두고 온 것이다. 위기 상황을 정상에 도달하였을 즈음에 인지하였다. 급히 세 명을 조직하여 되짚어 내려가고 하산 지점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잃어버린 안타까움과 절박함을 모두 함께 걱정해 주고 조금 늦고 헤매도 웃음과 여유로 넘기고 세심한 배려와 적절한 임기응변의 리더를 뒤풀이에서 한껏 칭찬하였다. 위기를 동행한 모든 이들의 배려로 물 흐르듯 매끄럽게 마무리한 오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나니 이제야 조금 알겠다.

산행의 즐거움 너머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너그러워져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한다.

 

너희들 덕분에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졌어! 고마워~

김영국.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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