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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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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창살에 햇살이

posted May 19, 2026

내가 손을 내밀면

내 손에 와서 고와지는 햇살

내가 볼을 내밀면

내 볼에 와서 다스워지는 햇살

- 김남주, <저 창살에 햇살이> 가운데

 

팔레스타인 수감자

2026년 3월 30일 이스라엘 의회는 '테러리스트 사형법(Death Penalty for Terrorists Law. 이하 사형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사형법이 통과되자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의회에서 샴페인을 치켜들었고, 주변에 있던 이스라엘 국회의원들은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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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이스라엘 의회에서 사형법 통과를 축하하며 샴페인을 치켜들고 있다. France24

 

 

반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사형법에 반대한다며 가자지구와 예루살렘을 비롯해 서안지구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사형법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전쟁 범죄'라고 했습니다.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등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이스라엘에 구금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처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고문,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대우, 기아, 그리고 기본권 박탈을 포함한 지속적인 학대' 속에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새롭게 채택된 사형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오늘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사형 집행을 쉽게 하는 일련의 법안 중 그 첫 번째 법안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잔혹함과 차별, 그리고 인권에 대한 철저한 경멸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이 법안은 생명의 자의적 박탈을 방지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안전장치들을 해체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한 수많은 차별적 법률로 유지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합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B'Tselem)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처형을 국가 공식 정책으로 전환'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잔혹한 처우를 국가 법률로 명문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형법

 

팔레스타인 수감자 단체 앗다미르(Addameer)에 따르면 2026년 4월 현재 이스라엘에 의해 구금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는 9,600명 이상입니다. 여기에는 여성 84명과 350명가량의 미성년자도 포함됩니다.

 

이들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생명을 다시 한번 위협하는 사형법의 내용과 이 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사형법 제1조 법의 목적에는 '살인적인 테러 공격을 감행한 테러리스트'를 사형에 처하는 제도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제6조에는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를 부정할 목적으로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사형 또는 종신형에 처한다'라는 내용을 형법에 추가한다고 명기했습니다.

 

한국의 국가보안법 제1조는 '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국가보안법은 독재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법과 사법 체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를 부정할 목적'이라는 것은, 이스라엘의 지배에 저항하는 모든 행위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2021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알하크(Al-Haq), 수감자 단체 앗다미르, 농민단체 UAWC 등을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이들 단체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활동가를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테러 단체로 규정한 여성단체 UPWC는 현재 가자지구에서 전쟁 피해자들에게 식량 등 생필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음악과 미술 등을 통한 어린이 심리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테러리스트', '테러 단체' 등의 규정 자체가 이스라엘의 의도에 따라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에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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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법에 반대하며 거리 시위를 벌이는 팔레스타인인들. 알자지라.

 

 

사형법 제2조에는 이 법이 '유대 및 사마리아' 지역, 곧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대상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3조에 '이스라엘 시민권자 또는 주민은 제외한다'라고 함으로써, 이 법이 서안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제3조에는 '군사법원이 기록으로 남길 만한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 때에만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군 사령관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사형을 감형, 감면 또는 사면할 권한이 없다'라고 하여, 사형 이외의 형을 어렵게 했습니다.

 

제5조에는 '사형 판결은 해당 판결이 최종 확정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집행되어야 한다'라고 하며, 사형 선고에 이어 신속한 집행까지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감자에게 사면 등의 기회가 생길 가능성까지 차단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제7조에는 '법원이 사형을 선고한 경우, 해당 형벌이 교수형에 의해 집행되어야 함을 명시하는 명령을 발령해야 한다'라며, 사형의 방법을 교수형으로 한정했습니다. 이어 '사형을 선고받은 자는 가능한 한 다른 수감자와 분리하여 구금해야 한다'라고도 했습니다.

 

 

테러리스트

 

영화 <변호인>에 국가가 시민을 고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한국의 독재정권은 수많은 사람을 잡아다 고문하고, 고문을 통해 자백을 만들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기소와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물리적인 고문뿐만 아니라, 잠을 안 재우거나 가족을 위협하는 등 정신적인 고문도 자행했습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마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 오마르는 어느 날 이스라엘에 잡혀 감옥에 갇힙니다. 이스라엘은 오마르를 폭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자친구를 들먹이며 협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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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마르>에서 발가벗겨진 채 천장에 매달려 폭행당하고 있는 오마르

 

 

앗다미르에 따르면, 서안지구 출신의 팔레스타인인 3,500명가량이 행정구금 되어 있습니다. 행정구금이란 이스라엘이 정식 기소나 재판 없이 팔레스타인인을 감금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설사 기소나 재판이 진행된다고 해도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증거보다는 자백을 중심으로 법적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문과 협박을 통해 팔레스타인인에게 자백을 강요하고, 이 자백을 바탕으로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를 부정하려 했다는 혐의를 씌울 수 있는 것입니다. 증거가 있건 없건 팔레스타인인은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자신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팔레스타인인을 '합법적'으로 처형하기 위해 사형법 등의 제도를 강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많은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감옥에서 고문과 치료 거부 등으로 사망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사형법에 크게 반대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자기 가족이자 친척, 이웃이자 친구인 사람들이 언제든 테러리스트로 몰려 교수형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조선인을 불령선인(不逞鮮人)이라 부르며 죽음으로 내몰았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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