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고, 벌써 2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언론에 글을 쓰고, 교회에서 기도하는 등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스라엘은 전쟁을 멈추기는커녕 하루에도 수십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고 있습니다. 분노와 절망, 눈물과 외침이 함께 했던 지난 2년, 팔레스타인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역사와 전쟁
많은 언론이 2023년 10월 7일에 팔레스타인 조직 하마스(Hamas)가 먼저 이스라엘을 공격했고, 뒤이어 이스라엘이 대응한 것처럼 설명했습니다. 하마스의 공격이 원인이고 이스라엘의 '보복'이 결과인 것처럼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팔레스타인 역사를 보면 어떤 것이 뿌리 깊은 원인이고, 어떤 것이 그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인지를 볼 수 있습니다.
1947~1949년 유대인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서 1만 5천 명의 아랍인을 살해하고, 75만 명을 난민으로 만드는 나크바(Nakba)를 일으켰습니다. 이때 팔레스타인 땅의 78%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1967년 이스라엘은 다시 전쟁을 일으켜 팔레스타인의 나머지 22%, 곧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를 차지합니다.
1982년에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합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친이스라엘 세력은 베이루트에 있던 사브라와 샤틸라 난민촌을 공격해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을 살해합니다. 이스라엘의 지배와 학대가 계속되자 1987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시작으로 인티파다(봉기)가 일어납니다. 수년간 계속된 인티파다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1천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는 것은 물론, 돌과 몽둥이 등을 이용해 일부러 어린이와 청소년의 팔다리를 부러뜨리기도 했습니다.
가자, 봉쇄 속 폭격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가자 지구의 최근 역사도 살펴보겠습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그동안 이스라엘에 저항해 온 하마스가 승리하자, 이스라엘은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하마스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가자 지구에 대한 봉쇄를 강화했고, 허가를 받은 소수의 사람만 이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0만 명가량이 살고 있는 가자 지구가 하나의 커다란 감옥처럼 변한 것입니다.
2008년 12월 27일부터 2009년 1월 18일까지 22일 동안 이스라엘은 '캐스트 리드 작전Operation Cast Lead'을 벌여 가자 지구에서 1천4백 명 이상을 살해합니다. 2012년에는 이스라엘이 '방어의 기둥 작전Operation Pillar of Defense'을 벌여 160여 명을 살해합니다.
2014년 7월 8일부터 8월 26일까지 약 50일 동안 이스라엘은 다시 가자 지구를 공격합니다. UNRWA(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에 따르면 이때 팔레스타인인 2천 명 이상이 사망하고, 1만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1만 2천 채가량의 주택이 파괴되고, 50만 명가량의 난민이 발생합니다.
2018년 팔레스타인인은 전쟁으로 쫓겨난 난민의 귀환과 가자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장벽의 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총을 쏘며 공격했고, 수개월간 2백 명 이상 사망합니다. 2021년 5월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적어도 2백 명 이상의 가자 사람이 사망했고, 2022년 8월에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40명 이상 사망합니다.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봉쇄와 공격 속에서 2023년 10월 7일, 그날의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10월 7일 이후
2025년 9월 말 현재,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가자 사람의 수는 6만 6천 명이 넘습니다. 게다가 수천 명이 건물 잔해에 깔리는 등 실종 상태입니다. 사망자 가운데는 2만 명가량의 17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있습니다. 440명 이상이 굶어 죽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 10명 가운데 1명이 영양실조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UNRWA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외부를 봉쇄함으로써 식량과 의약품 등 생필품의 반입을 가로막고 있고, 이에 따라 가자의 식량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17만 명가량이 신체 일부를 잃는 등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공포, 불안, 우울 등의 심리적 상처는 측정하기조차 어렵습니다. UNFPA(유엔인구기금)에 따르면 매주 15명 이상의 임산부가 병원이나 의료 시설이 아닌 곳에서 출산함으로써 산모와 신생아 모두 위험에 처하고 있습니다.
66만 명가량의 가자 지구 학생들이 지난 2년 동안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가자에 있는 학교의 92%가량이 파괴되어 다시 짓거나 크게 보수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남아있는 학교도 난민의 피난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부 학생은 텐트를 비롯해 임시로 만든 교육 시설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임시 교육 시설마저도 이스라엘의 공격이나 재정 부족으로 지속적인 운영이 어렵습니다.
가자 지구의 상황이 워낙 심각하여, 서안 지구의 상황은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OCHA(유엔 인도지원조정실)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안 지구에서도 1천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군 등의 공격으로 사망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점령민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인의 공격으로 사망한 20여 명도 포함됩니다. 또한 총탄, 최루탄, 폭행 등 때문에 1만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서안 지구에 수백 개의 검문소와 각종 장애물을 설치하여 팔레스타인인의 이동을 가로막거나 제한하고 있습니다. 또한 팔레스타인인의 땅을 빼앗아 이스라엘인이 거주하는 점령촌도 계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세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고, 멈춰야 했을 일을 아직 멈추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변화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독일이 가자 지구에서 사용될 수도 있는 무기를 더 이상 이스라엘에 수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독일은 미국에 이어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많이 해 온 국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9월에는 스페인이 이스라엘과 무기 거래를 중단할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로 향하는 무기를 실은 선박과 항공기가 스페인을 지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유럽 국가들이 보여준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조치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지만, 이것들 또한 하나의 변화입니다.
9월 26일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유엔 총회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랐습니다. 그러자 각국 수십 명의 외교관이 이스라엘에 항의하는 뜻으로 총회장을 떠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쟁범죄를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이 외교적으로 점점 고립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시민의 오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영국과 독일 등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기 위해 거리에 나섰던 수많은 사람이 '테러리스트', '반유대주의자'라 불리며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저항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각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고,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고통을 마주한 채 평화의 세계를 향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