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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케이 저 - <질투라는 감옥>

posted Apr 1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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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라는 감옥 : 우리는 왜 타인에게 휘둘리는가

 

저자 야마모토 케이 | 역자 최주연 | 북모먼트 | 2024.10.16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나만큼은 예외라고 부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존심 강한 내가 누군가를 질투한다는 사실 자체가 수치스러워 외면했거나, 혹은 내가 누군가의 질투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스스로 더 높이 올라가려 하기보다 타인의 실패에서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고 쾌감을 느끼려는 이 추악하고 끈덕진 정념에 굳이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쉽게 질투와 거리를 둘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질투의 본질을 차분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어느 나르시시스트가 보여준 일그러진 모습을 지켜보며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던 중, 일본의 정치학자 아마모토 케이(山本圭)의 『질투라는 감옥 : 우리는 왜 타인에게 휘둘리는가』를 만났다.

 

성서의 가인과 아벨 이야기에서 유래한 '가인 콤플렉스'는 형제자매 간의 깊은 적대감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다. 이러한 질투의 감정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은 실험을 통해 침팬지 역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강한 분노를 드러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만큼 질투라는 정념의 뿌리는 깊고 견고하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사람은 외모, 신체 능력, 학업 성적 등 타인과의 비교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존재이다. 특히, 최근에는 목표 달성률, 순위,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수, 영상 재생 수와 팔로워 수 등 온갖 것들이 수치화 된다. 시스템 자체가 경쟁심을 부추기도록 설계되어 있다. 현대 사회는 질투심이 번식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131쪽)

 

질투가 실질적인 사회적 위력을 떨치게 된 계기는 민주주의의 도래와 함께 가동성(mobility)이 증대되며 경쟁의 장이 넓어진 데 있다. 시기와 질투가 시공을 초월하여 인간 존재에 내재된 보편적 정념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정치·경제 체제의 변혁만으로는 인류가 이 질투의 감옥을 탈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책의 첫 두 장에서는 방대한 사상의 역사를 풀어 다양한 각도에서 질투를 응시해 가면서 인류가 어떻게 질투라는 감정에 휘둘리며 그것을 길들이려고 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인류학자 조지 포스터가 소개한 질투를 피하기 위한 네가지 전략(은닉, 부인, 작은 선물, 공유)과 열등감을 완화하는 문화형식으로서 주목한 '제비뽑기'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70~81쪽)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화이트 칼라인 공장의 중간관리직이 블루 칼라인 현장 노동자에게 품는 반감을 '도덕적 질투(moral envy)'라 칭했는데(83쪽), 이는 중간관리직의 업무라는 게 없어져도 사회에 아무 불편을 주지 않는 쓸모없는 일자리(bullshit job)이기 때문이다. 불쉿 잡 종사자로서 뜨끔하다.

 

이 책의 일본어 원제는 『질투론: 민주사회에 소용돌이치는 정념을 해부한다』이다. 저자는 질투가 단순한 개인적 감정을 넘어, 사회와 민주주의의 본질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중대한 사안임을 역설한다. 사실 정치학에서 질투는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다. 합리적 주체를 상정하는 사회과학 체계 안에서, 질투라는 불합리한 정념을 어떻게 이론화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스스로 인정하기조차 불쾌한 이 감정은 대개 은폐되거나 다른 감정으로 위장되기에 그 정치적 의미를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존 롤스에게 질투는 자신의 정의론을 뒤흔들 수 있는 난제였다. 질투가 '정의'의 탈을 쓰고 사사로운 원한을 공론장에 끌어들일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롤스는 '원초적 입장'에서 '무지의 베일'을 쓴 사람들이라면 질투에 휘둘리지 않고, 사회적 기본재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정의의 원칙에 합의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얻는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이른바 '맥시민(maximin) 원리'다. 그러나 이 전제가 무너지는 순간, 그의 이론 체계 전체는 위태로운 국면에 처하게 된다. 그는 『정의론』 후반부에서 두 개의 절을 할애하며 이 문제의 해결을 시도했지만, 저자는 롤스의 노력이 결국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롤스는 질투를 체제에 무해한 요소로 환원하려 했으나, 그 과정에서 질투가 지닌 역동적인 실체를 놓치고 부정적 속성에만 매몰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질투를 완전히 소거하려는 제도 설계가 오히려 더 큰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신 민주주의와 질투의 불가분성을 인정하고, 질투를 제거의 대상이 아닌 '지울 수 없는 실존적 조건'으로 받아들여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구체적인 운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롤스의 정의론이 직면한 최대의 역설은 '격차 감소'가 오히려 질투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통찰했듯, 질투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사이에서 싹튼다. 상대와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이전에는 무시되던 미세한 차이가 참을 수 없는 격차로 다가온다. 닮은 이를 향하는 질투의 속성상,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일수록 질투는 더 예리하게 자극받는다. 민주주의의 평등 이념이 역설적으로 질투의 비옥한 토양이 되는 셈이다. "설령 공산주의가 사람들의 경제 상황과 생활수준을 균등하게 하는데 성공하더라도 질투는 또 다른 차이로 옮겨갈 것이다."(235쪽)

 

이는 또 다른 핵심 주제인 '민주주의의 민낯'으로 이어진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간파했듯 평등의 이념은 필연적으로 질투심을 동반한다. 일본의 정치학자 우노 시게키는 이를 민주화가 가져온 '상상력'의 산물로 해석한다.(258~261쪽) 질투는 분명 파괴적인 속성을 지녔지만,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불가피한 성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열광하는 대중의 심리나 질투와 같은 민주주의의 어두운 측면에 주목한다. 특히 트럼프식 포퓰리즘의 득세는 리버럴 진영이 대중의 정념을 외면한 채 도덕적 결백주의에 안주한 결과라고 비판한다. 반면 포퓰리스트들은 대중의 응축된 정념을 포착하고 활용하는 데 능숙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포스트 자본주의나 커먼즈 논의를 포함한 현대 좌파의 담론에서도, 인간의 기저에 깔린 이 질투라는 정념을 반드시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컨대 저자의 논지는 질투가 개인의 일탈적 감정을 넘어, 민주주의라는 사회 구조 자체에 내재된 필연적 정념이라는 것이다. 질투를 완전히 소거한 사회는 그 어떤 차이도 허용하지 않는 숨 막히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평등과 차이라는 민주주의의 두 핵심 가치가 교차하는 지점이 곧 '질투의 고향'이라면, 민주 사회는 이 감정의 존재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질투라는 정념을 외면한 채 설계된 이상적인 정의나 평등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 책은 독자에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혜안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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