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뭐라도 해 봐야 할 것 같다.
지난해 여름이었던가?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던 중, '올해가 앞으로 이어질 여름 중 가장 시원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난 지금, 지난여름은 올해보다 시원했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생태 정의, 환경과 같은 주제는 사실 그랬다.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 잘 알겠지만, 막상 나 하나가 뭘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은....... 아니다. 사실은 실천해야 할 것, 관심 가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좀 귀찮기도 했고, 또 나 혼자의 실천이 대세에 무슨 영향이 있을까 하는 부정적 생각이 크기도 했다.
그런데 도무지 열기가 식지 않는 밤을 보내며,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달아 가는 폭우를 경험하며 많이 늦었지만, 뭐라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하여 지난해부터 수저와 텀블러, 손수건을 챙겨 다니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그리 큰 도움이 되겠느냐마는, 정말 뭐라도 해 봐야 할 것 같아서다.
둘, 다양성의 공존을 향한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내란의 겨울을 지나며, 수많은 사람이 지켰던 광장....... 그 공간에서 펼쳐진 담론을 한마디로 정리해 볼 때 아마도 그건 '다양성'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누구이며, 왜 광장을 찾았고, 이를 통해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를 자유롭고 다양하게 드러냈던 시간.......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직 내란 세력은 여전히 기세등등하고, 여기저기에서 삶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어지는 투쟁은 기약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으며, 수많은 일터에서 여전히 노동자들이 간단한 안전대책이 없어 죽어간다.
지난겨울, 광장에서 드러났던 그 수많은 존재들의 염원이 그저 또 다른 정당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을까? 이곳저곳의 하늘 감옥에서 투쟁 중인 노동자들, 성적 다양성을 말살하려는 시도 앞에서 고군분투 중인 성교육 현장의 사람들, 더이상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 애써 외치는 이들의 싸움이 이어지는 한, 다양성의 공존을 향한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자리에 우리의 마음과 발걸음이 이어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