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에서 죽음을 미리 맞이하는 생전 장례식
오늘은 5월 1일 노동절이라 월요일마다 나가는 방문 진료를 쉬게 되었다. 딸 부부와 손자가 주말에 와서 북적거리다가 아침 식사를 하고 떠났다. '자식들과 손자가 찾아오면 반갑고 떠나면 더 반갑다'는 말이 실감 나게 갑자기 한가로운 시간을 맞이... -
생애말기 돌봄과 완화의료
영등포의 한 아파트에 방문 진료를 나갔을 때 본 55세 여자 환자는 5년 전 뇌출혈로 전신마비가 와서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였고 호흡을 위해 기관지 삽관을 한 상태였고 음식을 삼키지 못하여서 위루관으로 위에다 직접 관을 통해 유동식을 주입하는 상태였다... -
죽음과 기억, 애도, 그리고 삶
"죽겠다는 소린가"로 시작되는 최현숙 소설 <황노인 실종사건>을 읽어보면 우리 사회의 가장 아래 계층에 속하는 독거노인들의 삶과 죽음의 내용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소설 속 "가난한 노인들은 세상의 부조리에 자신이 만든 부조리까지 보태어 징그럽게 버티... -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읍에 살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동네 농사짓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때>, 즉 시간이다. "제때 잘 맞추어야 한다"라고 동네 사람들이 어우러진 담소 모임에는 항상 나오는 말이다. <농가월령가>에 나오는 24 절기는 음력과 그에 대응하는 ... -
집과 삶의 조건
의식주(衣食住)가 인간 생존의 필수조건이라 할 때, 그중 주(住)에 해당하는 집이란 무엇일까? 주로 먹고 자고 쉬고,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매우 사적인 공간일 것이다. 집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내가 나답게 편하게 눈치 보지 않고 제재받지 않고 마음대로... -
사랑과 돌봄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돌봄으로 살아왔다. 출생 이후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었기에 누군가 즉, 부모이든 양육도우미든, 할머니든, 아니면 보육원 교사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안아주고 업어주고 자장가 불러주고 아프면 약 먹여주고 놀이터에서 놀아주고 ... -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방문의료
76세 이모에게 방문진료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니까, “아하, 왕진?”하고 대답하신다. 아마 ‘방문진료’, ‘방문의료’나 ‘재택의료’ 등의 단어보다 어르신들은 ‘왕진’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신가 ... -
죽음의 순간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로 준비하자
죽음의 순간을 예측하기는 의사로서도 참 어렵다. 죽음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두 개의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방문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36의원에서 일한다고 지인들에게 알렸더니, 한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아버지를 방문하여 진료해달라는 요청을 받았... -
장애인 주치의로 만난 장애인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대통령 주치의가 있다. TV 드라마에서 재벌 회장님이 아프면 무슨 박사라고 하는 주치의가 대저택에 와서 진찰을 하고 심각한 얼굴로 향후 예후를 말하는 장면을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부러운(?) 주치의제도가 우리나라에 있는지?... -
방문진료 의원을 시작하며
엄마 임종 얘기부터 시작해보자. 친정엄마는 내가 큰애를 낳자마자 제주도에서 올라오셔서 키워 주셨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레지던트 전공의 일을 하기란 누군가 돌봄 노동의 도움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두 아이를 키워 주시고 또 집안 살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