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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13
굴바하르는 물주머니를 손에 들고, 몇 장 남지 않은 난이 담긴 자루를 둘둘 말아 허리춤에 묶고, 희붐한 빛이 황야의 대지를 물들이기 시작하는 새벽녘에 병자의 초막을 나섰다. 누렇게 변해버린 관목이 듬성듬성 박혀 있는 거친 땅을 지날 땐 발을 잘 못 디...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12
Ⅱ 3 -굴바하르를 만나고 내 언어는 길을 잃고 말았소. 아, 나는 이제 혹독한 밤을 맞을 것이오. 아오슈나르의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아오슈나르가 예쁜 꽃이라고 지칭했던 굴바하르를 처음 만난 것은 하란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였다. 그가 순회 전도사제1)로...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11
2 아베스라가 니루샤에 도착했을 때, 마을은 무거운 공기가 뜨거운 지열과 대기를 짓누르고 있었다. 작은 마을 입구 공터엔 네 마리의 말이 머리를 아래위로 거세게 흔들며 푸억푸억 허연 김을 내뿜기도 하고, 앞발 굽으로 땅을 긁어 흩뿌리고 있었다. 아베스...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10
Ⅱ 1 '모름지기 인간이라 허는 존재는 그 성품에 걸맞은 신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게라. 허믄 신은 또 어떠한 갑? 그도 자신과 이어진 인간의 성깔머리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 말입지. 따라서 자신을 갈고닦어야 허는 이유는 충분허지 않은 갑? 내 수...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9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느니 돌을 모아들일 때가 있고 그것을 흩어버릴 때가 있도다 웃어야 할 때가 있으나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칠 때도 있도다 때를 아는 사람은 지혜롭다 지혜를 구하는 것은 눈 감고 두 손을 모으는 것 숨결을 고르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8
-나는 그대가 토마스 수사를 해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소. 물론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말이오. 야곱은 눈길을 멀리 협곡 너머로 얹으며 말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도의 복장을 한 낯선 사람이 아니오? 아베스라는 야곱과 시몬을 번...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7
아레주는 산기를 느꼈다. 힘주어 눈을 감게 하는 통증이 주기적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쥐어짜고 있었다. -어쩌자고 이 지경을 맹글었단 말이냐. 아레주가 회임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할머니 샤들린은 크게 낙담을 하였다. -그 옘병헐 당골 예펜네·&mi...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6
아베스라는 바랑을 챙겨 문 앞에 놓고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요사를 정리하고도 가부좌를 틀었다. 생사가 둘이 아니라고 귀가 따갑도록 들었으나, 막상 제 손으로 한 주검을 정리하고 나니 삶과 죽음의 경계가 아주 뚜렷한 모습으로 다가왔던 것...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5
6 -내 이름은 아레주예요. 여자는 서쪽 하늘에 아직 남아있는 우주의 그늘을 바라보며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름을 기억해 달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 발자국 하나를 내딛는 순간, 그 이름을 지워버리세요. 다만 지워진 이름의 흔적만 지니고 있...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4
5 아베스라는 수도원 뒤편의 절벽 끝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잠시 멈췄다. 길게 내쉬면서 눈을 들어 협곡 너머를 보았다.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풍광이 차라리 엄숙해 보였다. 그래서 이런 곳에 터를 잡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