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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다큐 이야기] 탈핵 이야기 9 - 나아리 이야기

posted Nov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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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다큐이야기 :

탈핵 이야기 9 - 나아리 이야기

경주에 대한 추억
경주에 처음 가 본 건 10년 전 봄이었다. 어린이날 연휴에 온가족이 기차를 타고 경주역에 내려 바로 앞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경주를 둘러보았었다. 오월의 따스한 햇살이 드리워진 연록색 왕릉들과 아이들 웃음을 퐁당퐁당 던져 넣던 안압지의 각진 호수와 해거름이 내리던 황룡사터의 스산한 세월의 흔적과 곳곳의 맛집과 보문단지의 쾌적한 리조트는 빠듯한 살림에도 비성수기를 이용해 해마다 다녔던 가족여행 중 가장 윤택하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올 가을, 다시 기차를 타고 경주를 찾았을 때 역은 ‘신’이라는 글자를 하나 더 달고 시내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마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목적지는 나아리였다. 2년 전 처음 나아리를 찾았던 여름과 가을 두 번 다 울산을 통해 갔었다. 올여름 세 번째도 울산을 통해 걸어서 갔다. 나아리가 경주에 속한 마을이란 게 퍼뜩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경주시내와 먼 거리에 반비례해 울산에서 접근하기가 더 쉬운 점도 있겠지만, 같은 경주시라고 여길 수 없을 정도로 사뭇 다른 분위기 때문이었다. 경주시내는 월성핵발전소의 위험성이라곤 느낄 수 없을 만큼 평화롭고 경주시청에서 40여km 떨어진 월성핵발전소 근처에는 집을 떠나게 해 달라는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의 ‘천막농성 5년, 나아리 방문의 날’이 9월 21일이었다. 이주대책위 천막농성 시작일은 8월 25일이었지만 사정상 9월로 옮긴 것이었다.   
오후 3시, 황성공원 실내체육관 앞에서 미니버스에 올라 한 시간을 달렸다.
오후 4시, 푸른 농성천막 앞에는 또 다른 흰 천막이 쳐있었고 그 안에는 이미 나아리 주민들의 친구들이 와 있었다. 가마솥에는 시레기국이 푹푹 끓고 있었고 울산탈핵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석록이 떡을 나눠주고 있었다. 흡사 생일날같은 훈훈한 분위기였다.    

2017년 1월 21일 13차 범국민행동촛불집회에서 본 황분희 부위원장은 여전히 활발한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맞는 주인 역할을 하고 계셨다. 그이를 찾아 나아리에 내려온 재작년 8월과 10월 이후 우리는 꽤 자주 만났다. 이제 탈핵 이야기 1 - 황분희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 편 이후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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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차 범국민행동촛불집회 황분희 부위원장 발언 

 

 

2018년 5월 24일 목요일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무효 국민소송인단 기자회견이 있었다. 5월이었지만 바람이 찼고 황분희 부위원장은 이른 아침부터 나아리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지역의 현실을 알렸다. 무보수로 도움을 준다는 변호사들도 참석했다.
 

 

월성1호기-수명연장-허가무효-국민소송인단-기자회견-2-1_resize.jpg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무효 국민소송인단 기자회견

 


후쿠시마 시온의 언덕에서
2018년 8월 31일 황분희 부위원장과 함께 후쿠시마에 갔다.
2011년 3월 10일 목요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나기 전날, 나는 일본 선교사인 한국인 목사 한 분과 서울에서 만났다. 다음 날, 사고가 났고 일본 내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너도나도 앞 다투어 일본을 빠져나오려고 하던 그 때, 그는 텅텅 빈 비행기를 타고 일본 도쿄로 들어갔다. 거기엔 선교사인 아내와 초등학교(소학교) 6학년짜리 딸이 있었다. 다음 주 목요일, 그는 사고현장에서 38km 지점인 이와키시로 달려갔다. 한국에서 구해 간 석유곤로와 들통으로 국을 끓이며 원조를 시작했고 ‘사랑과 희망의 자선음악회’를 열었다. 이후 가족과 함께 당시 사고대피지역 물자본부였던 스카가와 시 ‘시온의 언덕’에서 8년간 매달 한결같이 피해 입은 일본인들과 함께해 왔다.
내가 그 이야기를 황분희 부위원장에게 지나가는 말로 전하자, 현장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일본으로 간 것이었다.  

도쿄에서부터 차로 두어 시간을 달렸다. 스카가와 시는 핵발전소에서부터 70여km 떨어진 곳이었고 ‘시온의 언덕’은 지대도 높았지만 사고 당시 쓰나미가 그곳까지 휩쓸어 닥쳤다고 한다.
사고 이후 8년, 마을은 정비되어 여느 일본 마을처럼 깔끔했다. 여름의 비로 무성해진 잡풀은 언덕을 덮고 있었지만 후나다 쇼지 목사가 제초작업을 하고 있었다. 8년째 그 모습 그대로라고 했다. 시온의 언덕에는 후나다 쇼지 목사와 유코 사모와 딸을 중심으로 의사, 디자이너, 전도사 등등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마음들이 매월 마지막 금요일이 되면 여기저기서 모여 음식을 나누고 예배를 드리며 교제하고 있었다. 그 중 오카베 유키오라는 소학교체육교육전문고문을 만났다. 그는 은퇴한 중학교 체육교사였는데 핵발전소 사고 이후 후쿠시마 초등학교에는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이 없어졌고 그 때문인지 후쿠시마에 타 지역보다 비만아동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체력이 약해진 후쿠시마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방과 후 교육처럼 운동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그에게 들은 바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 1376명이 관련 사망했고 작업자들은 피폭됐으며 그 사고 이후 정신적으로 죽은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오카베 상은 내게 후쿠시마 대학교 연구소에서 재배한 것이라며 배 몇 개를 주면서 말했다. “방사능 없어요.” 방사능이 없을 리 없었지만 다음 날 도쿄에서 먹어본 배는 아주 달고 맛있었다. 방사능 오염 지도를 보면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이미 도쿄까지 시뻘겋다. 어떻게 방사능이 없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현지에 살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죽음의 행로를 망각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런 그들에게 방사능 오염을 조심하세요, 라고 해봤자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민을 가지 않는 이상, 그 땅의 물을 마시고 농산물과 수산물과 축산물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쓰나미는 천재지변이었으므로 핵발전소 사고는 누구의 잘못이 아니었다며, 거주지를 잃은 피해자들 앞에서 인근 지역민들의 피해 정도는 티도 못내는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은 방사능이 없다고 믿고 싶은 생존전략으로 선회되었다.        

 

 

후쿠시마현-스카가와시-시온의-언덕에서-1_resize.jpg

후쿠시마현 스카가와시 시온의 언덕에서
 


국회와 청와대에서는
2018년 9월 17일 월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원전 인근 주민 이주의 필요성과 입법 과제 세미나>가 있었다. 국회의원 홍의락, 김성환과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경주환경운동연합, 환역운동연합 주최였다.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의학발달, 특히 역학조사 방법의 발달은 적은 양의 피폭에서도 질병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현재 기준치인 연간 1밀리시버트mSv/y 이하에서도 암발생이 증가한다는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며, 앞으로 이 기준치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방사선과 피폭량과 위험성은 정비례 관계 성립됨을 발제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준) 소장은 방사선비상계획 구역의 실효성에 대해 인명 중심의 기본 개념을 설정해야 하고, 방사능 재난 대응 주관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고, 예산 대책 확립, 사고 개념 재확립, 시급한 과학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함을 발제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월성원전 인근주민 피해와 이주대책을 발제했는데 2017년 환경방사능 조사에서 월성원전 주변 빗물과 농산물에서 측정된 삼중수소와 스트론튬, 나아리 주민 방사능 피폭 상황과 핵발전소 인접지역 암 발병 상황 등을 개괄했고 발전소지역법(발지법) 개정안 발의와 이주대책위의 개별 이주 제안, 이주비용 추산, 이주지원 입법 과제 등을 발제했다.  
지정토론시간에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원자로로부터 914m에 쳐있는 울타리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는 황분희 부위원장은 30년간 마시던 식수와 어린 손주들 몸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자신도 갑상선암에 걸렸다면서, 서울 노원구 아스팔트 방사능에는 그 난리를 치면서 왜 경주에는 핵폐기장을 짓냐고 했다. 주거권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일흔 넘은 몸으로 경주와 서울을 오가는 그이는 “왜 국가가 원하면 법을 맘대로 바꾸고 국민이 원하면 안 바꿔줍니까?”라고 호소했다.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원전 주변지역 지원제도의 경제효과 분석 결과, 원전 주변지역 지원제도가 지역내 총생산에 유의미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리고 원전의 경우 원전이 건설되는 부지는 토지 수용이 가능하나 그 주변 지역의 경우 사업자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지역주민이 이주라는 대안을 받아들일 경우 뒤따르는 토지 수용 외에도 주거안정조치,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과 생활재건을 위한 다각적 조치가 포함되어야 한다며 국회의원 300명 중 100명이 돼야 발의가 가능하니 이를 위해 경주에 친구를 많이 만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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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인근 주민 이주의 필요성과 입법 과제 세미나

 

 

2018년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 동안 청와대 앞 원전인근주민 1인 시위가 있었다.
황분희 부위원장과 김진선 총무 두 분이 그 추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청와대 앞에 서 있었다. 2016년 9월 12일 경주 지진이 나자 맨 처음으로 나아리를 찾아 준 당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자 나아리 주민들은 이주의 희망에 부풀었지만 18개월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자 청와대 앞까지 온 것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점심시간에 가서 사진을 찍고 함께 식사를 하는 정도뿐이었지만 그래도 1인 시위 마지막 날인 금요일에는 두 분이 안재훈 환경연합 팀장과 함께 청와대로 들어가 면담을 하고 나오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떠한 해결책도 나온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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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원전인근주민 1인 시위 & 황분희 부위원장과 김진선 총무

 


환경상과 핵발전소
2019년 4월 2일 제7회 임길진환경상 수상자로 월성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가 선정됐다.
황분희 부위원장은 수상소감을 말하며 또 다시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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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임길진환경상

 

 

2019년 7월 2일 화 청와대 앞 <월성 나아리 주민 이주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있었다.
한여름의 오전 11시 햇살이 강렬했던 탓일까? 황분희 부위원장이 기자회견 중에 현수막 뒤 분수대 턱에 주저앉았다. 처음 보는 약한 모습이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를 새삼 절감했다. 손주들을 방사능 위험 없는 안전한 집에서 살게 해 주고자 전국을 뛰어다니는 할머니의 애타는 심정이 육신의 한계에 부딪히는 것 같아 나 또한 조급해졌다.   

 

 

우리도-방사능-피폭없는-안전한-곳에-살고-싶다-1_resize.jpg

우리도 방사능 피폭없는 안전한 곳에서 살고 싶다

 

 

그날 오후 2시, 서울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주한규 교수와의 면담이 있었다.
황분희 부위원장이 서울역에서 핵폐기물 대안이 있으니 핵발전소 찬성한다는 서명운동을 보고 주최 측인 주한규 교수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게 된 자리였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아직 개발하지 못한 핵폐기물 처리 기술을 서울대나 주 교수가 발명했다면 그건 노벨평화상 감일 것이다. 예상대로 그는 사용 후 핵연료의 반감기가 길고(10만 년) 짧은(300년) 방사능 두 종류가 있는데 이 중 짧은 반감기 물질들이 더 위험하고, 이 위험 물질들인 사용 후 핵연료를 부식성 낮은 물질인 구리 5cm 두께, 1m 정도의 용기에 넣어 점토로 바깥을 싸서 땅속에 두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고가인 구리를 그만큼 대량으로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리 대신 중간저장을 하는 50년 동안 재처리 기술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고, 그 동안 영구 처분할 부지를 찾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더니 나중엔 남한에선 땅(부지)을 찾기 힘들 거라고 했다.
나아리 주민들은 현재 우리나라 핵폐기물의 50% 이상이 월성에 있는데 거기다 맥스터(건식대용량 임시저장시설)를 더 짓겠다고 한다니 그것들이 영구처분장 가기 전까지는 어떻게 되냐고 했다. 이들의 이주 요청을 한수원은 산자부에, 산자부는 국회에, 국회는 지자체에, 지자체는 월성본부에, 월성본부는 교수에게 떠넘기니 그럼 핵폐기물을 골고루 나눠 갖자고 했다.
황 부위원장이 “그럼 전기 많이 쓰는 도시나 서울대 옆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갖다 놓으면 전문가들이 철저하게 관리 잘하지 않겠습니까?”고 하자, 그제까지 방사능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던 주 교수는 “원전이 위험성이 0이다 라곤 못해요. 만약의 경우 사고가 날 가능성은 있어요. 그래서 인구가 적은 지역에 …… (짓는 거죠.)”라고 했다.
나아리에서는 작년에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아침에 어린 아이가 코피만 나도 온 집안에 심장이 내려앉는다. 신용화 사무국장은 알라라 원칙(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을 들어 방사능 위험과 이주 필요를 말했다.
'방사능 위해는 없지만 이주자유 없고 재산권 행사 못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주한규 교수는 객관타당하게 주민들 체내 삼중수소 검사를 타 지역과 비교해서 제대로 실시해 줄 것을 한수원에 요청해 보겠다고 했고 주민들은 고마워했다.
그러나 8월 14일, 핵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저선량 방사선물질에 의한 주민피폭과 질병관계에 관한 균도네 2심이 원고의 청구 기각(패소)으로 선고되었고, 주한규 교수의 나아리 주민 및 타 지역주민 체내 삼중수소 비교 검사 제안 역시 물에 탄 잉크처럼 싱겁게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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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주한규 교수실

 


나아리에는 사람이 산다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로 지난 6월 25일 다시 찾은 나아리에서 순례단은 황분희 부위원장 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 날 저녁 텃밭 농작물로 차린 집밥을 먹다가 발병한 자극성접촉피부염으로 나는 지금까지도 음식을 가려야 하고 립스틱을 바르지 못한다. 그런 곳에서 수십 년째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제발 이사 가게 해 달라고 온 사방에 사정을 하고 있다.

천막 농성 5년, 9월 21일 토요일에 다시 찾은 월성, 나아리는 외롭지 않았다. 빗속에 삼중수소와 스트론튬이 용해된 건 아닐까 하는 불안도 전국에서 모여 든 친구들의 온기에 잠시 잊었다. 이주투쟁 5년을 축하하고 응원하는 발언과 공연으로 채워진 두 시간 후, 나모리 님이 안전하고 신속한 운전으로 청명과 온도와 나를 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었다. 둘은 청주로, 나는 서울로 향했다. 버스에 올라 뿌연 창밖의 비를 보며 경주에서 멀어질수록 안도감이 드는 건 집에 가까이 가기 때문이었을까,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었을까?

나아리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핵발전소를 뒤로 하고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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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대책 마련하라 & 나아리 친구들을 위한 시레기국

 

 

10월 들어, 나는 1일 1비움 실천에 본격적으로 돌입했고, 청주의 청명과 진해의 바람은 월요일 한수원 출근시간 나아리 상여행진에 함께 했다. 그리고 대전의 진숙이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진숙은 작년여름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에서 만난 이후 누구보다 열심히 탈핵운동을 하던 이였다. 이상하게도 2주간 진숙을 포함한 세 분의 장례식에 갔다. 10월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생태계의 죽음을 막아보겠다고 스웨덴의 십대 툰베리는 세상의 어른들에게 눈물 섞인 비난의 절규를 하고 한국의 극소수 중년들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아껴서 핵발전소를 꺼보겠다고 쥐어짜고 있다.
나아리 주민을 살리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내가 전등을 켜고 냉장고와 세탁기를 쓰고 휴대폰을 충전할 콘센트를 찾으면서 왜 그들의 희생을 당연시하는가?

 

일곱째별-사진_축소.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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