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여는글]

a6de88

유대 사람은 기적을 요구하고, - 그리스 사람은 지혜를 찾으나...

posted Jul 13, 202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유대 사람은 기적을 요구하고, 그리스 사람은 지혜를 찾으나...

 

머리글.png

 

1

세상이... 시끄럽다.

솔직히 지난 선거 이후, 내공 약한 심신 보호 차원에서 엘지 트윈스 관련 소식 이외의 뉴스를 전혀 보고 있지 않은 관계로 요즘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조금 둔감해져 있다. 하여 올림픽 공원에 사람들이 그리 모인다는 것이나 월드컵이 시작되었다는 것과 같은 사실을 전해 들을 때마다 많이 놀라는 중이긴 하다. 그럼에도 역사를 뒤로 돌리려는 자들이 여전히 기세등등하고, 이에 대한 심판자를 자임하는 세력 역시 내지르는 소리에 비해 그에 따른 행동은 널리 미치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느끼고 있다. 이를 모두 비판하며 대안적 진보성에 천착하는 이들의 언어는 매우 소중하고, 가치 있으며, 따분하고, 구태의연하며, 무엇보다 대중에게 들리지 않는다.

 

세상도, 또 글을 쓰려니 다시 내 마음도 시끄럽다.

 

2

이러던 어느 날 아침, 기도랍시고 몇 개의 십자가와 초 앞에 앉아있던 내게 문득 교회 좀 다닌 사람들이라면 대개 어디선가 들어 보았음직한 성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유대 사람은 기적을 요구하고, 그리스 사람은 지혜를 찾으나,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합니다. (고린도전서 1:22-23a)

 

초기 예수 신앙 공동체가 있었던 지역 중 하나인 코린트는 그리스 본토와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잇는 좁은 지협에 위치해 있었다. 육지를 따라 진행하는 항해라 해도 고대에 뱃길은 위험천만했을 뿐 아니라,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완전히 돌아가야 하니 시간도 너무 많이 걸렸던 바, 코린트는 지협 이쪽저쪽의 항구도시, 레카이온과 켄크레아에 배가 정박하면 짐과 배를 육지로 끌어올리고, 통나무 등을 놓고 이동하는 내륙 통로 '디오코스(Diolkos)'를 통해 인근 지역 운송을 사실상 독점했다. 이는 로마군의 파상공세로 완전히 파괴되었던 코린트를 재건하는 물적 토대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흥 부자, 로마 내 권력층, 퇴역 고급 군인들의 도시로 새롭게 태어났다.

 

3

하지만 그처럼 으리으리한 사람들만 있었다면 어디 한순간이라도 유지가 될 수 있었을까? 항만에서, 또 물류와 배를 끌어당기는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상인, 수많은 노예를 포함한 다양한 계층이 코린트를 생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예수 신앙 공동체 역시 작지만 매우 다양한 계층과 인종이 참여하고 있었다. 다양성은 힘이 되기도 하지만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했을 터, 고린도 교회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식자(識者)와 배우지 못한 사람, 유대인과 그리스인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었다. '유대 사람은 기적을, 그리스 사람은 지혜를, 우리는 고난 당한 예수를...' 그러한 때에 이 말은 현상을 넘어, 또 현란하고 화려한 주제들 너머에 있는 어떤 가치를 향해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자는 호소가 아니었을까? 이 시끄러운 세상에서 자칫 중심을 잃고 좌고우면하며 흔들리지 않고 살아감에 있어 소중한 경구가 아닐까 싶다.

 

비록 세상은 시끄럽지만...

고상균-프로필.png

 


  1. 유대 사람은 기적을 요구하고, - 그리스 사람은 지혜를 찾으나...

    유대 사람은 기적을 요구하고, 그리스 사람은 지혜를 찾으나... 1 세상이... 시끄럽다. 솔직히 지난 선거 이후, 내공 약한 심신 보호 차원에서 엘지 트윈스 관련 소식 이외의 뉴스를 전혀 보고 있지 않은 관계로 요즘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조금 둔감...
    Date2026.07.13 Views23
    Read More
  2. 기후붕괴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사진출처 : Lausanne Movement(https://lausanne.org) 초록 손 펴고 하늘 품은 나무들이 온 누리를 푸르게 물들이는 누리달 6월입니다. 다소 충격적인 지방선거에 더해 고질라 엘니뇨 소식 때문에 6월을 우울하게 시작합니다. 5월의 서울이 33도를 기록했고, ...
    Date2026.06.15 Views177
    Read More
  3. 순례길 위에서 마음을 붙잡다

    일본 시코쿠에 가기로 마음먹었던 건 시코쿠헨로에 대한 오래전부터의 동경 때문이었다. 십 년 전쯤 김남희 작가의 책에서 시코쿠헨로에 대한 글을 읽고, 흔히들 가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는 뭔가 결이 달라 보이는 이 길을 꼭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막...
    Date2026.05.19 Views256
    Read More
  4. 편지

    안녕? 잘 지내는지요. 보고 싶다는 말을 하면 더 보고 싶을까 봐 미뤄왔던 인사를 이제야 합니다. 미안해요.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겠다는 약속이나 매일매일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다짐은 못 지키고 있지만요. 잔소리를 멈춘 당신 ...
    Date2026.04.15 Views217
    Read More
  5. 부정적 치료반응과 파괴성

    부정적 치료반응은 정신분석적인 상담이 점차 진전되어 억압되거나 해리되어 있던 감정과 진실이 소통되고 의미 있는 접촉이 일어났을 때, 아래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환자가 상담 과정에서 경험한 상담자의 도움과 좋은 부분을 평가절하하고 파괴적으로 공...
    Date2026.03.12 Views313
    Read More
  6. 불안한 시간을 버티며

    이제 병오년이다. 21세기의 사반세기가 지나갔고 암중모색의 시간을 지나 21세기의 윤곽이 차차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세기의 20년대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국제질서의 그림을 그렸고 이상적인 사회질서의 실험들과 문화운동이 풍성한 시대...
    Date2026.02.12 Views277
    Read More
  7. 우리는 서로의 시냅스다

    2013년에 발행되던 길목 소식지 일반적인 세포는 자기 복제가 거의 유일한 존재 이유이지만 뇌의 세포는 그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뇌의 세포는 시냅스를 통해 수억의 정보를 복잡하게 주고받으며 생명을 생명답게 만든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Date2026.01.16 Views323
    Read More
  8. 해피엔딩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16부작 드라마로, 2018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여는글을 생각하다 친구 두 명이 각자의 경험에서 시청 소감을 얘...
    Date2025.12.10 Views413
    Read More
  9. '남성의 위기' 성평등이 답이 될 수 있을까

    "공정한 세상을 바란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런데 이 경쟁사회에서 여자애들이 상위권을 대부분 차지한다. 게다가 여자들은 군대도 안 간다. 좋은 자리는 여자들이 차지하며, 돈을 못 버는 남자들은 무시당한다. 심지어 잠재적 성범죄...
    Date2025.11.18 Views372
    Read More
  10. 한 비관주의자의 AI에 대한 생각들

    '낙관주의자는 비행기를 만들고, 비관주의자는 낙하산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더군요. 세상에는 낙관주의자도, 비관주의자도 모두 필요하다는 의미이겠는데, 저는 제가 비행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확실...
    Date2025.10.14 Views56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