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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경전을 探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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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 경전 이야기

posted Sep 1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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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Catholic)의 경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미 지난 6월에 개신교(Protestant)의 경전을 다뤘을 때 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셈입니다. 그리스도교 안에는 개신교, 정교회(Orthodox) 그리고 가톨릭(천주교)이 모두 포함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인류 구원의 기록으로 여기는 경전, 곧 성경(Bible)은 이 모든 분파의 공통분모가 됩니다.

 

뚜렷한 차이가 있다면, 개신교는 구약성경에 39권만을 포함시키고 있고, 가톨릭교회는 46권, 정교회의 구약 목록에는 지역적 전통에 따라 그보다 더 많은 문헌들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종교개혁 당시 개신교가 히브리어 원문의 존재 유무를 기준으로 구약에 포함될 책들을 정리한 데서 유래합니다. 히브리어는 유대인들이 사용해 온 말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어로 기록된 원문이 존재하지 않는 문헌은 구약에 포함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반면에 가톨릭과 정교회는 히브리어 원문이 없더라도 지중해를 중심으로 넓게 퍼져있었던 유대인들이 사용해 온 그리스어 문헌까지도 구약 목록에 넣고 있습니다.

 

히브리어 원문을 찾을 수 없다 하더라도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고대 지중해 세계를 지배했던 그리스어로 기록해 놓은 자료들은 그 시작이 히브리 말이었다는 것을 추론하게 합니다. 즉, 원본은 사라졌지만 번역본이 살아남았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고향을 떠나 멀리 이민을 간 어떤 가족이 세대를 이어가다 보면 후손들은 조상들이 사용하던 언어를 잊고 현지어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고 있던 유대인들 중에도 지중해 주변으로 혹은 그 경계를 넘어 멀리까지 떠난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퍼져나간 유대인들, 혹은 그들이 사는 지역을 우리는 "디아스포라"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세상 여기저기로 흩어졌던 이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했던 언어는 소수만이 사용하는 히브리어가 아니었습니다. 고대 세계에서 히브리어보다 더 넓게 통용된 언어는 그리스어였습니다. 조상의 이야기를 후손들이 읽을 수 있도록 그들은 현지어인 그리스어 본으로 그들의 역사를 번역 기록했고, 그것을 나중에 그리스도교인들도 라틴어, 그리고 근현대에 와서는 자기 나라말로 번역해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에 이제는 어떤 나라에 가도 누구나 현지어 성경을 구해서 읽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성경도 수많은 분들이 일생을 걸었던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그런데 성경이 각 나라말로 번역된 역사에서 1960년대 후반~1970년대는 아주 의미 있는 시기였습니다.

 

종교개혁 이후 서로 갈라져 살아온 개신교와, 개신교와 구분하기 위해 한때 "구교"라고 불렸던 가톨릭이 그리스도교의 경전인 성경을 함께 번역하는 원대하고 아름다운 노력을 함께했던 것입니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살려 보려는 시도도 섞여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공동번역성서(共同飜譯聖書)』는 아름다운 윤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번역 작업에 참여했던 성서학자들은 직역과 의역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정확히 해석되지 못한 부분이 적잖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갈라져 있던 형제"들이 모여, 함께 하느님의 말씀을 번역하고자 했던 시도는 교회일치운동(에큐메니즘)을 드러내 보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가톨릭은 20세기 후반에 역사적으로 엄청난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가 그것이었습니다. 성경 번역에서 60~70년대가 의미 있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공의회의 정신에 맞춰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가 성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신교와 가톨릭이 힘을 모아 성경을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1968년 우리나라에서 가톨릭과 개신교의 일부 교단이 모여 공동번역위원회를 조직하게 됩니다. 이들은 "세계성서공회연합회"와 "교황청 성서 위원회"의 합의에 기반을 두고 공동으로 성서를 번역하여 1977년 부활절에 출판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출판된 『공동번역성서』는 발간 이후 원래 의도와는 달리 보수적인 교단의 반대로 개신교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못했고, 가톨릭과 성공회에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공동번역성서』에서 구약의 구성은 46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개신교는 전통적으로 인정해 온 39권 외에 수록된 7권을 "외경"이라고 불렀습니다. 반면 가톨릭에서는 이 7권을 "제2경전"이라고 분류하여 수록해 놓았습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은 『공동번역성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가장 강하게 반발한 대목은 신의 명칭으로 '하나님' 대신 '하느님'을 사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톨릭은 "천주"라는 명칭을 양보했지만 이에 대한 반발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개신교회는 『개역 한글판』을 고수하였고 현재는 1998년에 발행된 『개역 개정판』을 사용 중입니다. 한편 현재 가톨릭은 한국천주교주교회가 2005년에 발간한 『새번역 성경』을 공식 성경으로 사용하고 있고, 이 번역본에서도 신의 명칭을 여전히 "하느님"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교회일치운동의 구체적 결실로 세상에 나온 『공동번역성서』는 현재 성공회와 정교회에서만 공식적인 성경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공동번역성서』가 기획된 의미가 흐려졌다고 해도, 교파를 초월하여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성경을 번역한 예는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UBS)와 교황청의 공동 번역 지침에 따라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도 가톨릭과 개신교 학자들이 협력하여 자국어 공동번역 성서를 출간했습니다.

 

해외의 대표적인 성경들의 예를 들자면 우선, 프랑스의 공동번역성서 TOB(Traduction Œcuménique de la Bible, 1975년)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권위 있는 에큐메니컬 번역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가톨릭과 개신교 학자뿐만 아니라 정교회 학자들까지 번역과 주석 작업 전체에 참여하였습니다. 교파 간의 신학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 주석을 단 것이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현재에도 프랑스어권 그리스도교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성경입니다.

 

다음으로 독일의 단일번역(Einheitsübersetzung, 1980년) 성경이 있습니다. 본래 독일어권 가톨릭교회의 공식 전례 성서로 기획되었으나, 번역 과정에서 독일 개신교회 학자들이 신약성서와 시편 번역에 긴밀하게 참여하게 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성경입니다.

20세기를 넘어 21세기에 결실을 본 작업도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편찬한 공동 번역(NBV, Nieuwe Bijbelvertaling, 2004년) 성경입니다. 현대적인 언어 감각을 반영하여 대규모로 진행된 프로젝트였습니다. 네덜란드와 플랑드르(플란데런, 벨기에 네덜란드어권) 지역의 가톨릭, 개신교, 유대교 학자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성경은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모습을 담은 기록으로 읽힙니다. 그리스도교인들은 이 기록을 읽고 기도함으로써 구원사에 참여합니다. 여러 권의 책들이 모여 하나의 성경을 이루듯이 다양한 교파들이 하느님의 마음을 읽기 위해 함께 모였던 기억도 잊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양한 책들로 구성된 성경은 다양한 사람들을 한자리로 모으는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박종인(예수회소속 천주교 사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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