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사랑방 참석 후기
사회를 향한 따뜻한 발걸음을 함께 나누다
2025년 4월 24일 목요일 저녁 7시, 향린교회 향우실에서 열린 길목협동조합 사랑방에 처음 참석했다. 직장 업무를 마치고 서둘러 도착했지만, 약간 늦은 시간에 도착하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반겨주었다. 조합원들과 후원회원들이 4~5명씩 짝을 이뤄 세 모둠으로 나뉘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한쪽 테이블에는 정성스럽게 준비된 다과와 와인, 그리고 김영국 이사장님이 후원해 주신 '웅달 막걸리'가 놓여 있었다. 막걸리병 옆의 손글씨 메모는 조용한 진심처럼 보였다.
모둠별 대화 주제는 '가장 좋았던 여행'이었다. 내가 함께한 모둠에서는 여행을 통한 감정과 기억, 그리고 변화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오갔다. 한 조합원은 약 10년 전 유럽을 여행하며 느꼈던 자유롭고 설레는 기분을 떠올렸고, 최근 다시 유럽을 방문했을 땐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분위기를 마주해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했다. 예전의 기억과 지금의 현실 사이에서의 괴리감이 말속에 묻어 있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캄보디아에서 경험한 일상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곳 사람들과 동물들이 마치 가족처럼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고 큰 위안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말속에는 문명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없이 어울리는 삶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직 가장 좋았던 여행을 꼽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어느 여행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경험이 없었기에, 단 하나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행의 순간순간마다 다른 삶을 배우고, 다른 나를 만났던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다.
다음으로 이어진 이야깃거리는 '길목협동조합에 바라는 점'이었다. 이 주제는 단순히 요구사항이나 개선점에 대한 토의라기보다는, 조합원들이 조합에 대해 품고 있는 애정과 책임감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누군가는 프로그램이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조합원들이 더 자주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대체로 바라는 것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내가 길목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더 함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마음이 공통적으로 느껴졌다. 그것이 길목이라는 이름에 담긴 '사회와 함께 걷는 협동의 길'을 보여주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이번 사랑방은 내가 길목조합원이 된 이후 처음으로 참여한 행사였다. 평소보다 늦은 저녁, 피곤한 몸으로 찾아갔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편안해지고 충만해졌다. 나누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고, 준비된 다과 하나하나에도 따뜻한 손길이 담겨 있었다. 수다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고, 그 속에서 사회선교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길목협동조합 사랑방은 단순한 모임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은지를 이야기하는 조용한 선언의 장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타인의 삶을 경청하며, 우리 모두의 방향을 다시 맞추는 시간. 다음 사랑방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