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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간 대화 캠프 - 만!남은 즐겁다! 라!라라

posted Mar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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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6일, 매서운 추위가 쌓인 눈을 얼음으로 만들고 있던 아침, 가평 산골짝에 위치한 바람과물연구소에서는 어제부터 다양한 종교수련을 함께 한 열댓 명의 무리가 둘러앉아 한 여성의 질문에 답하느라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각 종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무얼 하고 계시느냐?"

 

원불교가 먼저 자랑스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위단회(首位團會)의 구성을 남녀 각 9명씩 동등하게 선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형식적으로 완전한 남녀 동등성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원불교의 여성 교무가 결혼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정녀(貞女) 제도는 여성을 가부장적 종속 상태로부터,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조치였던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여성 교무의 결혼을 자율에 맡기기로 했지만, 여성분들이 굳이 결혼을 원하지 않더군요."

 

천도교가 뒤를 이었다. "동학을 창시하신 수운 최제우 선생님은 두 여종을 해방시키시고 한 명은 딸로, 한 명은 며느리로 삼으셨습니다. 태생부터 여성을 포함한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대하도록 돼 있었죠. 또한 내수단(內修團)이라는 여성 조직이 매우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교단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죠."

 

가톨릭은 약간 주저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가톨릭에서는 여성에 대한 사제 서품이 한 번도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일종의 금기시되고 있는 주제인 셈이죠. 그러나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는 성모님으로 대표되는 여성성에 대한 깊은 존중이 있습니다. 성모님을 통하여 기도하면서 남성들로부터 받을 수 없는 위안을 받기도 하고요.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방문하는 성지는 예루살렘도 아니고 바티칸도 아니고 멕시코의 과달루페입니다. 여기서 성모가 현현하셨다고 전해지거든요. 그러니까 여성 사제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그리고 누가복음에 기록된 마리아의 혁명적 기도를 보면, 예수님의 사상이 성모님의 가정교육을 통해 형성됐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불교도 얘기했다. "불교에는 아직도 아무리 나이 많은 여성 출가자(비구니)라고 해도 남성 출가자(비구)에게 공대(恭待)를 하는 전통이 남아 있습니다. 과거엔 여성은 성불할 수 없고 다음 생에 남성으로 태어나야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었죠.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고정관념이 많이 약해졌어요. 종단에서 여성의 활동도 매우 활발하구요. 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현상은 변치 않는 것이 없으니까요."

 

유교가 뒤를 이었다. "유교야말로 여성을 억압하는 전통 사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실제로 유학의 가르침을 따랐던 조선에서는 17세기까지만 해도 여성이 동등하게 재산을 상속받았습니다. 즉 여성에 대한 억압은 사회ㆍ경제적 현상이지 유학의 전통적 사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학에 대한 비판은 자칫 우리 자신에 대한 비하로 이어지기 쉬운데 전통사회 여성은 그렇게 비참하게만 읽힐 존재가 아닙니다."

 

가장 참석자 숫자가 많았던 개신교 측에서는 누가 말할까 눈치를 보다가 결국 누가 말했다. "교단별로 다양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개신교는 한 마디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같은 장로교만 해도 여성 목회자를 허용하는 데가 있고 아닌 데가 있으니까요. 이런 논의를 앞서간 미국의 예를 보면, 여성 목회자는 진작에 허용됐고 최근에 문제가 된 것은 성소수자 목회자에 대한 것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약 10년 동안 빅뱅(Big Bang)이라 부를 시기가 있었습니다. 미국 개신교 4대 교단(감리교, 장로교, 루터교, 성공회)에서 모두 성소수자 성직자를 인정했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이 매우 험난했습니다. 각 교단마다 대략 삼분의 일 가량의 교회들이 이 일로 교단을 떠났어요. 커다란 출혈을 감수하고 내린 결단이었던 것이죠."

 

토론을 이끌던 고 목사는 다 함께 가톨릭에서 언급한 성모 마리아의 찬가를 읽고 이야기를 정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다 같이 이 해방의 말씀을 읽었다.

 

마리아가 이르되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은

그의 여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라.

보라 이제 후로는 만세에 나를 복이 있다 일컬으리로다.

능하신 이가 큰 일을 내게 행하셨으니

그 이름이 거룩하시며 긍휼하심이 두려워하는 자에게 대대로 이르는도다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는 빈 손으로 보내셨도다

 

창밖으로 어느새 햇살이 비치며 쌓인 눈을 녹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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