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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야단법석": 5대종단의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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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남성을 말하다

posted Jul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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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압축 근대화를 겪은 대표적인 나라로 최빈곤의 조부세대, 개발도상국의 부모세대, 선진국의 자식세대가 공존하는 형세가 이루어졌습니다. 개발도상국 세대까지는 빈부갈등이 중요한 문제로 여겨졌기에 계층갈등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오늘날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계층의 문제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남녀갈등입니다. 특히 오늘날 남녀의 문제는 정치적인 갈라치기를 겪으면서 그 골이 더 깊어지게 됩니다.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20대 남성들이 극우화로 변모해 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왜 이대남들의 극우화가 이렇게 급속히 진행되는 것일까요?

 

한국의 이대남(20대 남성)들이 극우가 되는 과정은 많은 원인이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치열한 경쟁사회 안에서 문화예술의 감각을 키우지 못한 남성들은 사고하기를 포기해버립니다.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영역은 여성들이 점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인이나, 소설가, 또는 심리학 등의 분야는 대부분 여성이 차지하고 있기에 이대남들이 그 부드러운 영역에 발을 디디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감정이 딱딱해지고 사고는 계속 극우경향을 띠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남성들은 가장의 역할을 담당할 정도의 경제적 역할을 획득하지 못하면 연애도, 결혼도 다 포기해버리게 되고 쉽게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대남의 극우화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교육, 문화예술 경험의 노출, 자본논리 등의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유교에서 남성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가부장제'라는 거대한 산을 만나게 됩니다. 유교는 교당도, 교리도, 교주도 없는 종교입니다. 가정이 성소이고, 가장이 교주이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예가 교리인 정도입니다. 유교는 세속에서의 거룩을 이루려는 종교입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부장제'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습니다. 그렇다면 조선에서 남성상을 알아봐야겠습니다. 조선은 유교를 국교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조선 초 법률의 근간이었던 <경국대전>의 '용률(用律)'에서 극악 죄를 지정하는데 역모와 함께 '불효'가 들어가 있습니다. 돌아가신 조상을 신으로 모시는 유교는 살아계신 부모님을 모시는 일이 가장 중요한 교리였습니다. 심지어 국가가 '불효'를 하면 개인에게 벌을 내렸죠. 퇴계 이황(1501-1570)이 지은 마을 법령인 「향립약조(鄕立約條)」의 1조도 "부모에게 불순한 자 : 불효의 죄는 국가에 떳떳한 형벌이 있으므로 우선 그 다음 것을 거론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마을에서도 나라에서도 '불효'를 큰 죄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조선에서는 사람의 가치를 정하는 기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 '효'였던 것입니다.

 

유교는 내세를 자식으로 생각했고, 천국이나 연옥 등을 상정하지 않고 내가 살고 있는 이슬 내리고 풀벌레 우는 이 땅을 이상사회로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유교는 성인(聖人)이 많아지기를 목표로 합니다. 성인(聖人)까지는 못되지만 후세대에게 롤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한 선비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했습니다. 유교가 말하는 이상향은 '선비'이며 선비는 오늘날의 말로 선배입니다. 후세대에게 좋은 모범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서늘한 준칙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유교의 지식인들은 후세대가 본받았으면 하는 인물에 대한 기록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 글 중에 유교가 가장 이상적인 남성상이라고 적은 기록물이 있습니다.

 

"나는 곤충이 거미줄에 걸리면 곧 손으로 그것을 풀어주고, 이를 잡으면 죽이지 못하고 땅에 던졌으며, 집에서 기른 개의 고기는 먹지 않았다."

 

이 남성은 작은 생명체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참빗으로 머리카락을 빗어 이를 잡으면 죽이지 않고 그대로 마당에 던져 살게 해준 것입니다. 그 생명에 대한 섬세한 감정을 가진 남성을 가장 이상적이라 여겼습니다. 조선에서 성인(聖人)에 가까운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잔인한 소리도, 잔인한 이야기도 듣거나 보기 못 하게 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늘이 내려준 사랑[仁]을 실현하는 영혼이 다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선에서 가장 이상적이라 여겨지던 남성들은 유약하고 질박한 모습이었습니다. '겉모습은 유약하고 안은 강직한[外柔內剛]' 모습을 가장 이상적으로 봤습니다. 조선의 이상적인 남성상은 '유약하고 질박한' 모습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부장'의 모습과는 다릅니다. 지금의 남성상은 일제 강점기를, 6.25 전쟁을 거치고 서구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이지 유교의 남성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유교는 공부와 놀이를 함께 가르쳤습니다. 강학의 공간에 루대를 세워 루에서 함께 모여 노는 문화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통해 성인(聖人)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공부의 내용이 천리(天理, 하늘의 이치)를 찾아가는 것이기에 공부가, 혹은 효(孝)가 구원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공부는 자본을 가장 최우선으로 삼기에 공부의 내용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조선에서는 천리를 찾기 위해 글을 읽을 때도 음을 넣어 노래처럼 읽고, 거문고를 연주하며, 뱃놀이를 즐겼습니다. 문화와 예술을 충분히 누리는 것이 조선의 교육이었지요. 그리고 가정에서 부모에게 효도(孝道)하면 마을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조선의 유교는 문화와 예술 안에서 교육된 남성성을 가장 귀하게 여겼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구현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2019년 'BTS(방탄소년단)'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현상을 연구하는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언어학과 철학,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여 명의 전문가가 모였습니다. 그들은 'BTS 현상', 그 배경에는 '새로운 남성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멤버들이 울고 웃는 모습을 팬들에게 그대로 보여줍니다. 대부분 문화권에서 남성은 감정을 자제하고 여성적으로 보이는 것을 거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멤버들이 서로 챙겨 주고 먹여 주고 보살펴 주고 그런 방식으로 또 팬들의 마음을 다독다독하고 기존의 마초적 남성성과는 좀 대립하는 새로운 종류의 남성성의 모습을 보입니다. 이 세미나에서 'BTS 현상'을 서구적인 남성의 성 역할에서 벗어난 모습이 성별을 뛰어넘는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합니다.

 

올해 2025년 6월에 BTS 멤버가 모두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곧 'BTS 현상'이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들의 남성성은 서구적인 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이것은 조선이 가지고 있었던 이상적인 남성상의 재현입니다. 한국은 이대남들의 극우화를 막기 위해 그들에게 문화와 예술을 더 많이 노출시키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부드러움을 경험하고 자신의 연약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키워줘야 합니다. 이는 유교적 남성상의 선비를 키우는 일입니다.

 

이재명정부에게 바라는 일은 문화예술인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문화예술기본소득제를 보장해 주시길 건의합니다. 그래서 이대남들이 자연스러운 삶의 현장에서 문화예술을 접할 수도, 혹은 자신이 직접 그 생산자가 될 수 있는 감수성을 키워줘야 합니다. 또 오늘날 극우와 뉴라이트들의 공통점은 조선 유교의 비하입니다. 이 사회에 뉴라이트들이 극복되기 위해서도 조선 유교를 다시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이웃의 종교인들에게도 바랍니다. 기독교의 목사님, 불교의 스님, 천주교의 신부님 등의 교주에게 일방적으로 가부장이라는 이명을 붙이지 않듯이 목회자도, 교인도, 교리도, 교당도 없는 유교에게도 호혜적인 시선을 주시길 바랍니다. 혹 그러기 어려우시다면 이제 몇 명 남아 있지 않은 유교인을 불쌍한 시선[仁]으로 바라봐주시길 바랍니다.

 

황상희 프로필.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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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황상희는 성균관대학교 유교철학·문화 콘텐츠 연구소 연구교수이다. 유튜브 '퇴계티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한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유교적 감수성을 드러내는 일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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