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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이나 마음은 늘 향린교회 - 연명흠 조합원

posted Sep 15, 2026

무신론자이나 몸과 마음은 늘 향린교회와 함께인

연명흠 조합원

 

인터뷰1.png

 

Q. 안녕하세요. 제가 전해 듣기로 무신론자로 교회를 다니신다고 해서 조금 신기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어떻게 교회를 다니게 되셨는지, 그리고 왜 향린교회인지가 우선 궁금합니다.

 

이 얘긴 향린교회 분들에게 워낙 많이 해서 좀 지겨우실 수도 있겠는데요. (웃음) 저는 교회를 다니는 무신론자인 셈인데, 결혼할 때 아내가 내세운 조건이 교회를 다녀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다니게 된 거죠. 예전에 김해에 살 때도 다니긴 다녔지만 사실 몸만 겨우 간 거고 마음으로는 잘 수용이 안 되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초에 직장을 서울로 옮기면서 교회를 다닌다고 했으니 다니긴 해야겠는데 내가 한번 골라볼게 하고 알아본 거죠. 예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던 곳이기도 했고 확인해 보니 마음에 들어서 오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명동 향린교회 시절이었죠. 그런데 거리가 멀어서 망설이다가 1년 후인 2014년부터 다니기로 했습니다. 그때가 마침 세월호 사건이 있은 직후라 한문덕 목사님이 안식년 마치고 복귀 설교하시는 거 들으면서 울컥했던 게 지금도 기억이 나요. 그렇게 마음이 닿아 향린교회에 10년 넘게 다니고 있습니다. 아내나 아이들이나 향린교회가 다른 교회와 좀 다르다는 점에 거부감이 없고 저는 사실 진보적인 가치관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같이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진보적이면서 자기성찰적인 분들이 많으니까요.

 

Q. 향린교회가 그런 점에서 참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랫동안 향린교회에 계셨는데 지금은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요?

 

아내가 봉사부장이라 저도 그 일을 돕고 있습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직접 요리를 하지는 않고 교회 식단 메뉴를 그리고 있어요. 5층 식당에 가면 매주 달라지는 메뉴가 그림으로 게시되어 있습니다. 봉사이기도 하지만 제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기도 하죠. 그밖에 관리부도 하고 있고요. 사실 저는 교회에 거의 매일 나오다시피 하고 있어서 이런저런 일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웃음) 예배 중간에 사진 찍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예배하는 모습이라든가 설교하시는 모습이라든가. 혼자 하는 건 아니고 원종일 교우님과 번갈아 찍고 있어요.

 

인터뷰2.jpg

 

 

Q. 교회에 머무는 시간이 꽤 되시는데 제 생각에는 신앙이 없이는 정말 힘든 일이 아닌가 싶어요. 교회에 오면 어쨌든 예배도 드려야 하고 기도도 해야 하고 하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예수님을 신앙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존경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삶을 사신 분이다라는 생각이죠. 이런 말씀 드리면 서운해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예전엔 간단하게 제직회에서 대표기도도 했었어요. (놀람) 청남 신도회장 했던 때였던 것 같은데 돌아가면서 대표기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거든요. 못한다고 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했죠.

 

향린교회가 목사님 설교도 그렇고 대부분이 예수 천국 같은 얘길 하시는 분은 없으니까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는 것 같습니다. 성경에 대한 신화적 해석도 하고 있고요. 사실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는 교회를 열심히 다녔었어요. 그러다가 세례를 받으라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확신이 안 생기는 거예요. 확신이 없는데 세례를 받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거기서 스톱을 했죠. 그러다가 대학교 입학해서는 유물론적 세계관에 몰두하다 보니 교회와는 인연이 안 닿게 되었습니다. 결혼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오게 된 걸 보면 인연이 아주 없지는 않다 싶기는 하지만요.

 

Q. 이제, 하시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볼까요. 디자인 쪽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디자인 분야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산업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디자인 두 분야죠.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라고 하면 좀 낯설 수 있는데 쉽게는 앱 디자인이나 제품 컨트롤러 같은 것이 있습니다. 메뉴 구조에서 어떤 버튼을 누르면 그다음에 어떤 메뉴를 배치할 것인지 등에 대해 설계하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흔히 얘기하는 유저 인터페이스(UI)와 거의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UI보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말이 조금 나중에 나온 용어다라는 정도의 차이가 있죠.

 

학교에 있다 보니 기업체와 산학협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훨씬 큰 비중은 수업과 대학원생 논문지도에 있어요. 요즘엔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전공이 안 맞아 고생하는 경우가 많고 그 때문에 교수들도 힘들 수 있는데 저희 쪽은 아무래도 자기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분야를 전공하는 거라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과 프라이드가 큽니다. 디자인을 전공하려면 실기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1~2년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공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 진로는 어떻게 되나요? 요즘 워낙 AI가 모든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 같습니다.

 

사실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고 할 수 있죠.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합니다. 산업디자인 쪽에서도 어떤 분야는 급격하게 AI로 대체되고 또 어떤 분야는 크게 늘어나지는 않아도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요. 아무래도 물리적인 걸 만드는 분야는 AI 영향이 제한적이고 그냥 이미지로 끝나고 마는 것은 영향이 매우 크죠.

 

예를 들어 앱 화면 같은 경우 예전에는 인력이 많이 투여되어서 시간을 많이 들여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생성형 AI로 비교적 빨리 만들 수가 있어요. 물론 완성 단계까지 가기에는 많이 다듬긴 해야 해서 사람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여러모로 훨씬 단축되는 점이 있죠. 그런데 제품의 경우는 렌더링까지는 AI로 간단히 만들어낼 수 있는데 그 이후는 AI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렌더링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제품의 완성된 모습을 사진처럼 고품질의 이미지로 그려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만든 디자인 이미지는 실체가 아니라서 실제로 만들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필요합니다. 의자나 테이블을 만든다고 하면 재료를 무엇을 써야 하고 그 물성과 가공방법은 어떤 것으로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전부 알아야 하죠. AI가 이걸 못한다가 아니라 AI가 이걸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어떨 땐 AI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초보자들은 알 도리가 없어요. 이런 면에서 경험 있는 사람들의 안목이 필요한 거죠.

 

AI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건 아무래도 영상입니다. 영상은 실물이 아니고 그냥 이미지의 연속인 거라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해서 문제될 게 없고 어찌 보면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반면, 제품은 그렇지 않은 거죠. AI로 만들어낸 제품 이미지는 그냥 중간 단계일 뿐 최종 산출물은 아닌 것이고 게다가 생성형 AI는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아직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품 디자인에서는 AI를 활용한다고 해도 다시 모델링 작업을 거치는 등 사람의 역할이 아직은 중요한 거죠. 물론 AI 발전 속도가 무시무시하니 앞으론 이런 것도 침범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요.

 

학생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 현재 상황에서 보다 안전한 분야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AI 위협이 크더라도 영상 분야에서 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거야라는 마음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느 것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3.png

 

 

Q. 국민대학교에 계시면서 예전 김건희 박사학위가 문제될 때 1인 시위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얘길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1인 시위는 아니었고요. 저 포함해서 4명이 같이 했습니다. 2021년인가, 윤석열이 대통령 나온다고 했을 때 김건희 논문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습니다. 당시 학교 당국은 그 학위 수여 절차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었고 저도 그 입장이 아주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근본적으로 떳떳하냐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봤고 그래서 사실 피케팅 내용도 학교를 비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졸업생이나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었어요. 지금은 우여곡절 끝에 숙대에서 석사학위를 취소하다 보니 국민대 박사학위도 그에 따라 취소되는 결론이 났죠.

 

인터뷰4.png

https://www.nocutnews.co.kr/news/5627020

 

 

Q. 길목에서 디자인 쪽으로 강의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작년 겨울이었죠. '디자인의 역사'라는 내용이었어요. 제가 학교에서 오랫동안 '디자인의 이해'라는 수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수업이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수업이에요. 15주 강의 중에서 '디자인의 역사' 부분을 4주 정도 다루는데 이 파트를 길목에서 운영하는 인문학적 프로그램에서 다뤄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강의 제안을 했습니다. 관련 책도 냈고 수년간 강의를 해서 강의 자료도 충분한 터라 일반 교양 측면에서 나누기 적합하다 싶었죠.

 

20251201-디자인의 역사.jpg

 

 

고상균 목사님께서 다른 내용으로 디자인 강의를 한 번 더 하자고 해서 수락은 한 상태입니다. 가칭으로 '디자인의 역습'이라고 디자인 현상에서 보이는 사회문화적 배경이나 해석을 해보자는 제안이셨어요. 그런데 아이디어 내기가 쉽지가 않아 고민입니다. 제 전공이 디자인 담론이나 디자인 정치학 이런 분야와는 거리가 있어서 공부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향린교회에 바라는 바가 있으실지요?

 

지금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성장하고 있는 시기라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항상 이렇게 조화롭고 안정적일 수는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현재는 힘든 분위기가 없어서 좋습니다. 사실 광화문으로 옮기면서 물리적인 환경도 좋아졌고 목사님 설교 말씀도 대중적이면서도 신학에 갇히기보다는 좀 더 폭넓은 범위까지 망라하고 계셔서 좋습니다. 국악찬송도 다른 교회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부분이고 무엇보다 밥이 맛있습니다. (웃음) 거리가 좀 되어도 충분히 오실 만한 곳입니다. 와서 예배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많은 얘기들이 있었지만 지면 관계상 다 싣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즐거운 인터뷰 시간이었습니다. 교회는 다니나 무신론자이신 연명흠 선생님께서 모태신앙인 제게 향린교회로 오라고 전도(?)하시는 내용으로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어쩌면 어느 일요일, 향린교회 예배당에 오롯이 앉아 있는 저를 확인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변혜정 프로필.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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