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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린교회의 지난 24년을 함께해 왔어요 - 정선영 조합원

posted Jan 16, 2026

향린교회의 지난 24년을 함께해 왔어요

정선영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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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정선영 조합원과 인터뷰를 하러 갈 때까지만 해도 길목인에 처음이거나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분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뵙고 얘길 나눠보니 향린교회를 20년도 넘게 다니셨고 예전에 길목인 인터뷰 글도 쓰셨던 분인데다가 심지어 지금 길목인에 영화에 대한 글을 연재하는 분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짧게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새삼스레 인터뷰라니 많이 당황하셨을 텐데도 흔쾌히 응해주신 정선영 조합원께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Q. 안녕하세요. 향린교회에 오래 다녔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제 기억으로 아마 2001년 11월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향린교회가 명동에 있었죠. 원래는 어렸을 때부터 일반적인 보수 교회를 오랫동안 다녔었습니다. 모태신앙은 아니고 그냥 친구의 전도로 다니게 되었던 건데요. 다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커가면서 기독교 신앙에 대한 회의랄까 이런 게 계속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반항심 같은 것도 생기고 그랬던 거죠.

 

그러다가 우연히 2001년인가, 어느 신문을 보다가 한백교회에 대한 소개 기사를 접하게 되었어요. '이런 교회도 있구나' 관심이 생기던 차에, 원래 다니던 교회에서 예배 중에 한 장로님이 나와 기도하시면서 그 지역을 전도하자는 뜻으로 '정복'이라는 단어를 쓰시는 거예요. 그때 반발심이 확 생기면서 예배를 끝까지 드리지 않고 중간에 일어나서 교회를 나왔어요. 예배 도중에 나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그리고선 교회를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한백교회에 대해 알게 된 거죠. 그래서 한백교회를 갔는데 거긴 또 너무 진보적이더군요. 예배 시간에 찬송가를 안 부르고 민중가요를 부르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보수 교회 신앙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서, 말하자면 완전 오른쪽에 있다가 아예 완전 왼쪽으로 확 옮겨 가려니 감당이 안 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담임 목사님께 이런 고민을 어렵게 의논드렸더니 그럼 향린교회로 가보라고 하시더군요. 거긴 찬송가도 국악 찬송가를 부르고 여러모로 은혜로울 거라면서 말이에요. 그래서 다니게 된 게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벌써 25년째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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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린교회 활동'을 떠올리면 주로 시위, 집회 현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가장 오른쪽이 정선영 조합원

 

 

Q. 향린교회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또 교회의 어떤 점이 가장 좋은 점으로 와닿는지도 궁금합니다.

 

요즘은 방송실에서 예배 중에 자막 띄우는 봉사를 지원하고 있어요. 5명이 주마다 돌아가며 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차례가 옵니다. 또, 신도회 차원에서 하는 봉사활동도 해요. 주방 봉사활동이라든지 분리수거 같은 게 있겠네요.

 

향린교회는 진보적인 성향이라서 좋고 운영이 민주적이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교인들이 이런 운영을 원하니까 하게 된 것이긴 한데 늘 원만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원래 민주주의라는 게 시끄러운 거라고들 하잖아요. 의견충돌이나 이런 게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과정 중에 교회를 떠난 분들도 계시고요. 지금은 많이 안정된 편이에요. 다들 이제 서로 조심하게 된 거죠. 어떤 공동체든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면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가끔은 큰소리도 나고 심해지면 분란과 갈등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생길 수 있는 갈등을 가급적 줄이기 위해 교인들끼리 자주 만나 대화하는 시간도 가지는 편이에요. 오늘도 사실 1층에서 '정담회'라는 행사가 열리고 있어요. 교인들이 그룹별로 모여서 올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함께 돌아보며 대화를 나누는 행사죠. 정담회 자체는 올해 처음 시도해보는 겁니다만, 이런 비슷한 활동들이 이름을 달리 해서 계속 있어 왔어요.

 

또, 저는 향린교회가 뭔가를 강요하지 않는 게 좋아요. 다른 교회에서 흔하게 듣는 말들, 예컨대 "전도해라", "무슨 헌금을 얼마 해라" 등등 이런 얘길 전혀 하지 않아요. 게다가 주일에 교회 출석을 몇 번 빠져도 전화하거나 집으로 찾아와서 '왜 안 나왔냐, 무슨 일 있냐' 이런 간섭도 없는 거죠. 정말 좋긴 한데 가끔은 좀 서운하기도 합니다. 나한테 이렇게 관심이 없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웃음) 저도 사실 그런 태도를 갖고 있어서 반성할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어떤 교인이 몇 주 빠졌는데도 바빠서 못 나오나 보다 하고 연락하지 않으니까 너무 관심을 안 기울이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요.

 

Q. 최근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젊은 청년층이 향린교회에 많이 들어왔다고 하던데요.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최근 향린교회가 주일 예배 출석 인원이 가장 많았을 때가 200여 명 정도 됐는데 사실 예전 명동 시절엔 평균적으로 250명은 출석했었거든요. 그사이에 이런저런 문제로 숫자가 줄어들다가 최근에 많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향린교회가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두루 알려지게 된 거죠. 그렇지만 교회에 새로 찾아온 분들 중에 젊은 층은 그다지 많은 것 같진 않아요. 오히려 중년층이 많아진 듯합니다.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이 86세대 안팎에 많이 계신 편이어서인지 이렇게 교회가 알려지고 나니 많이들 찾아오시더라고요.

 

다만 향린교회의 진보적인 정치관이나 신앙관은 마음에 들어 하지만 성소수자 문제 등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어서 이 부분이 맞지 않는 분들은 계속 다니진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 교회가 이런 문제에도 완전히 열려 있기 때문에 맞지 않을 수 있겠죠. 이런 사고방식은 그냥 깨치긴 힘든 것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거니까 어쩔 수 없다고 봐요. 당신은 왜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느냐고 비난할 문제도 아니고요. 이런 걸 보면, 향린교회는 정말 사고방식이 완전히 깨어 있고 진정 열려 있어야 다닐 수 있는 교회가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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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당시 향린교회 청여 신도회에서 축하 떡을 돌렸다고 한다. 가장 오른쪽이 정선영 조합원

 

 

Q. 방송작가시라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작품을 해오셨는지요?

 

다큐멘터리 위주로 해왔어요. 외주 제작사 대표나 PD에게 연락이 와서 이런 프로그램 있으니 해보자 하면 진행하는 형식이죠. 제가 오래전에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방송작가가 되는 교육을 따로 이수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제가 방송 일에 관심이 많은 걸 알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지인이 SBS PD였는데 어느 날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한번 해보라고 소개해줘서 시작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그렇게 소개로 방송작가에 입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요즘이야 방송 아카데미다 뭐다 해서 체계적으로 배운 다음에 방송작가가 되는데, 사실 방송작가는 보조 작가로 시작해서 메인작가의 지시에 따라 최소한 3~4년, 길면 6~7년 정도 일을 하다가 메인 작가가 되거든요. 저는 보조 작가 과정도 안 거치고 바로 메인으로 들어간 흔치 않은 경우이긴 합니다. 아마 제가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된 경력이 있어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찾아보니 199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흐린 강 저편'이었다)

 

하지만 들어가 보면 희곡과 방송 대본은 완전히 다른 장르라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할 부분들이 많았어요. 글 쓰는 것 자체는 같은 일입니다. 이게 배우의 입을 통해서 나가냐 성우의 입을 통해서 나가냐 이런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사실 업무 프로세스가 완전히 다르다고 보시면 됩니다. 희곡이나 드라마 대본은 작가가 그냥 대본만 쓰면 되는데 방송 구성작가가 하는 일은 거의 PD가 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예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방송이 온 에어(송출)될 때까지 대부분의 과정에서 작가가 관여하게 되죠. 심지어 출연자 섭외도 해야 되고요. 물론 메인 작가가 되면 보조 작가가 이런 자잘한 일들은 지원해주긴 합니다. 자료 찾아주고 출연자 섭외하고 촬영할 수 있게 세팅하고 이런 일들이 다 보조 작가의 몫이죠. 이걸 토대로 메인 작가가 공부해서 촬영 구성안을 쓰고 여기에 맞춰서 PD가 촬영해오면 또 그 촬영본 영상을 다 봐야 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편집할 그림들을 골라내게 되고요. 이게 사실은 PD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긴 한데 어떤 PD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합니다. 작가와 같이 잘 의논해서 '이런 흐름으로 편집합시다' 하면 알아서 정리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방송작가가 편집 구성안을 써줘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게 해서 편집을 하고 나면 또 더빙용 대본을 써야 하고요. 굉장히 복잡한 과정입니다.

 

그래서 많은 구성작가들이 드라마를 쓰고 싶어 해요. 물론 매우 치열한 경쟁이 있는 분야이긴 해요. 저도 예전에 드라마를 두 편 정도 써봤어요. 케이블에서 방영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긴 했지만 MBC온에서 단막드라마 '다시, 여름'이란 걸 했었고 평화방송에서 '성 김대건' 드라마 3부작을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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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했던 드라마 <다시, 여름> 대본과 촬영 현장

 

 

Q. 길목인 얘길 한번 해볼까요. 선생님은 길목인 처음부터 관여를 하셨던 건가요?

 

처음부터 참여했던 건 아니에요. 중간부터였죠. 인터뷰를 1년 정도 진행했고 지금은 1년째 영화 리뷰를 쓰고 있어요. '길목인'이 구성이나 편집은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편집위원님들의 열정도 대단하신 것 같고요. 영화 리뷰는 아무래도 제가 영상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오랫동안 SNS 등에 글을 써왔던 것의 연장선이 된 게 아닌가 합니다. 이제까지는 예전에 써놓았던 걸 올리기도 했는데 최근엔 요즘 본 최신 영화들 위주로 쓰고 있어요. 최근에 본 영화 중엔 '세계의 주인'이 가장 감명 깊었습니다.(2025년 12월 길목인 영화 리뷰 참조) 너무 잘 만든 영화라 깜짝 놀랐어요. 걸작이죠. 자극적인 얘기 하나 없이 전달할 걸 다 전달하는 게 그 영화의 힘이고요. 발상의 전환이 놀라워요. 우린 흔히 그런 피해를 입은 사람은 깊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정상적으로 못 살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것에 가깝게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어느 부모가 TV 코미디 쇼를 보면서 웃었더니 누가 옆에서 보고 속도 없다 자식 죽었는데 저렇게 웃는다며 힐난했다는 얘기였어요. 윤가은 감독이 그 지점을 잘 잡아서 표현을 한 것 같습니다.

 

영화는 아니지만 드라마를 하나 추천해 드리자면, 넷플릭스에 있는 '소년의 시간'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무섭다거나 고통스럽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아이들이 SNS에 중독되면 어떤 폐해를 낳게 되는가에 대한 서늘한 얘기예요. 무엇보다 촬영 방법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원 신 원 컷(one scene, one cut)으로 찍었거든요. 카메라를 한번 돌리면 컷을 안 하고 계속 돌리는 방식인데요. 계속 인물을 좇아다니면서 찍는 거라 연출도 실수를 안 해야 하지만 스태프와 배우들도 절대 실수를 하면 안 되는, 말하자면 엄청나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방법인데 거의 연극과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한번 무대에 올라가면 끊고 갈 수가 없는 거죠. 이 드라마에서 이런 시도를 처음 봤어요. 그리고 주인공 역할을 한 어린 배우가 연기를 처음 하는 거라는데 너무 잘해서 이번에 상도 탔어요. 안 보셨으면 한번 꼭 보세요.

 

Q. 길목인 내용이나 프로그램이 참 좋은 것 같은데 더 많이 읽히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셨나요?

 

지금 든 생각이지만 홍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길목 조합원들이 대부분 향린교회 교인들이 많으니 오프라인으로 출력물을 소량이라도 배포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알리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길목 홈페이지 자체를 잘 안 들어가는 것 같으니 향린교회 단텔방이나 홈페이지에 링크를 올리는 것도 방법일 듯하고요. 좋은 글도 많은데 잘 읽히지 않은 것 같아서 많이 아쉽죠.

 

프로그램은 좋은 게 있으면 참여를 하는 편이에요. 최근에 '수맥 탐지'라고 맥주 투어를 한 게 기억에 남네요. 부산에 1박 2일 다녀오면서 브루어리 펍에 모여 맥주에 관한 퀴즈도 풀고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유럽 수도원 맥주도 마시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라거 외에는 맥주 종류를 다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에일맥주나 밀맥주 같은 것으로요. 이번에 해외로 맥주 투어 가는 프로그램도 있던데 관심은 있어요.

 

개인적으로 여행을 많이 좋아합니다. 코로나 전에는 2~3년 간격으로 여행을 다녔던 것 같아요. 다 좋았지만 독일이 제일 좋았어요. 첫 유럽 여행을 독일로 갔었는데 혼자 2주 정도 8개 도시를 다녔었죠. 사실 독일 하면 대체로 여행 국가라고 생각하진 않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가보면 도시마다 유럽 특유의 건물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특히 조용한 점이 좋았습니다. 사람들도 대체로 점잖았고요. 유럽의 다른 관광 국가들을 가보면 너무 시끄럽고 사람들도 북적대고 해서 좀 정신없을 때가 많은 데에 비해서 독일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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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604391

 

 

Q. 2025년은 어떠셨어요? 올해 2026년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2025년 초에는 그동안 썼던 영화 리뷰들을 모아서 <나의 영화로운 시간>이란 제목으로 책을 냈어요. TV 다큐는 두 편 작업했어요. 하반기에는 일과 관련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앞으로 새로운 기회도 생길 것 같습니다. 제가 따로 계획하는 일이 있는데 여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올해는 좀 더 좋은 한 해가 될 수 있겠다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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