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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카메오 4 - <폴리테크닉>과 <프란츠>

posted May 28, 2019

아트 카메오 - 영화에서 튀어나온 그림 이야기


4. <폴리테크닉>과 <프란츠>, ‘죽음’을 향한 줌인(Zoom in)


당신은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는가?
캐나다 몬트리올의 명문 공과대학 폴리테크닉의 강의실에 자동소총을 든 학생 한 명이 들어선다. 그는 남학생을 모두 교실에서 내보낸다. 남자들은 순순히 밖으로 나간다. 다음 순간 총에서 불을 뿜더니 십 여 명의 여학생들을 학살한다. 교실을 나온 학살자는 학교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더 많은 여학생들을 살해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것은 1989년 12월 실제로 일어난 사건으로 캐나다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을린 사랑>, <시카리오>, <컨택트> 등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영화감독의 한 명인 드니 빌뇌브가 2009년 이 사건을 <폴리테크닉>이란 제목으로 영화화하였다. 흑백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그의 초기작이다.

같은 학교 학생인 학살자는 “늘 제 앞길을 막아온 페미니스트들을 창조주께 되돌려 보내려 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영화는 학살의 현장에서 마지막으로 주저주저하며 여학생만을 남기고 교실을 나간 한 남학생과 학살 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한 여학생의 뒷이야기로 이어진다.

남학생은 충격과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고 결국 자살을 한다. 여학생은 자신이 꿈꾸던 항공공학을 마치고 항공사에 취직을 한다. 임신한 그녀는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사랑하는 법을 가르칠 겁니다. 여자아이라면 세상은 네 것이라고 말해 줄 겁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이 영화의 도입부에는 영화의 내용 전체를 휘감을 만한 그림 하나가 등장한다. 누구나 잘 아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다. 학교의 복사실 벽면에 붙어있는 이 그림에 초점을 맞춘 남학생의 시선을 따라 카메라는 약간 촌스럽게 천천히 ‘줌인’을 한다. 높이만 보통 사람 키의 두 배 정도인 거대한 그림 <게르니카>는 1937년 스페인 내전 당시 나치군이 스페인의 게르니카 지역 일대를 폭격하여 1,500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을 참상이 벌어진 지 한 달 만에 그린 것이다. <게르니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다. 게르니카 지역의 남성들은 대부분 파시스트 정권 프랑코에 대항하는 공화국군에 참여했기 때문에 실제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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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관능적인 여성 이미지를 담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작품을 <게르니카>의 양 옆에 배치했는데 이 또한 감독의 의도가 묻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살과 죽음이라는 주제와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미지를 성적 환희에서 찾는 것일까?

이러한 미술 작품의 대비 효과는 또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가 있다. 대표적인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소와 오종의 <프란츠>는 전쟁의 비극과 여성의 심리를 교차시킨 2016년의 문제작이다. 원작소설과는 달리 영화는 독일인 여주인공 안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그녀는 1차 세계대전에서 약혼자를 잃고 좌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녀 앞에 불현듯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 남자주인공 아드리앵은 전쟁 전 그녀의 약혼자가 파리 유학 중 만난 둘도 없는 프랑스인 친구였다. 하지만 (너무 인위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서로 총을 들고 전쟁터에서 맞부딪힌 두 친구는 결국 서로 방아쇠를 당겨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살아남는다. 안나는 약혼자를 살해한 아드리앵의 정체를 알게 되지만 그에게 마음을 열고 마침내 그를 만나러 파리로 향한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만난 아드리앵에게는 다른 애인이 있었다. 좌절을 겨우 딛고 일어선 그녀는 다시 한 번 좌절을 겪으며 파리에 홀로 남겨진다. 그녀는 계속 살아 나갈 수 있을까?

그녀는 죽은 약혼자가 루브르에서 제일 좋아했다는 그림을 보기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아드리앵은 그 그림을 안나에게 이야기해주면서 마네의 “창백한 얼굴의 젊은 남자가 고개를 뒤로 젖힌 그림”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막상 그 그림 앞에 섰을 때 그것은 자살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실상은 그 그림이 마네의 <자살(Le suicide)>이었는데, 아드리앵은 차마 죽음이나 자살을 말에 담기가 어려워 반쯤 접어서 감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 그림이 “살려는 의지를 준다.”면서 다시 찾는다. 마네의 <자살>은 어떤 큰 고통이나 좌절감에 빠져 순간적 충동으로 선택한 죽음을 마치 현장에서 그 장면을 직접 마주하면서 그린 것처럼 빠른 붓놀림으로 완성한 마네의 극히 예외적인 작품에 속한다.

그런데 영화는 이 그림의 상단에 마네의 대표작인 <풀밭 위의 점심>을 배치해 놓았다. 실제로 루브르에서 그렇게 작품을 걸어놓았을 것 같지는 않기에 이 또한 감독의 의도라고 봐야할 것이다. 카메라는 풍요로운 부르주와의 향락을 슬쩍 훔쳐보더니 ‘죽음’을 향해 줌인을 한다. 이 영화에는 삶에서 부딪히게 되는 다양한 형태의 ‘거짓말’이 등장하는데 과연 “살려는 의지를 준다.”를 안나의 말은 진심일까? 거짓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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