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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그림, 아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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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그림, 아들의 이야기 3. 언어가 닿지 않는 곳

posted Nov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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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그림, 아들의 이야기

3. 언어가 닿지 않는 곳

 

 

언어가닿지않는곳_reisze.jpg

<母子> 530 x 355, Oil on canvas, 1995

 

아들은 이 그림 앞에 서면 늘 멈칫한다. 묘한 감정이 일면서 오랫동안 그림을 바라보며 그 감정의 정체를 헤아려보곤 한다. 처음에는 이 그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아들 자신과 가족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만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아이의 모습은 화가인 아버지가 자신의 손자를 그린 다른 여러 인물화와 비교한다면 그리 닮지 않았다. 엄마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생김새로만 따진다면 비슷한 곳을 찾기 어렵다. 아들은 이 그림이 주는 묘한 충격과 감동을 언어로 표현하려고 그동안 여러 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언어는 그림에 닿지 못하고 미끄러져 버렸다.

 

붓의 흔적으로 보아 이 그림은 모델을 세워 놓은 채로 단 순간에 그린 것임이 틀림없다. 이처럼 거칠고 빠른 붓놀림은 흔히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담은 온화하고 그윽한 느낌과는 다르게 동적이고 낯설기조차 하다. 포근함 대신 약간은 불편한 듯 어딘지 어긋나 보인다. 가만 살펴보면 피부색 여기저기에 야수파 그림처럼 푸른색 등 여러 가지 색들이 뒤엉켜 있다. 또 아기의 귀는 왜 이리 빨갛게 되어 있나. 엄마의 손은 거의 뭉개져 있다. 그림의 주인공들은 모델을 서기 위해 준비된 모습이 아니다. 옷도 대충 걸친 것 같다. 화가가 특별히 정성을 기울여서 묘사한 부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무엇인가에 빨려 들어가듯 몰입하게 되는 것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아들은 아버지가 남긴 많은 그림 중에서도 이 그림을 특별하게 좋아한다. 그런데 스스로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본래 그림이란 것이 말로 표현되는 순간 왜곡되기 십상이다. 흔히 엄마와 아기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클리셰가 이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무한한 애정을 담고 한없이 온화한 표정을 하고 있지도 않다. 아기 또한 모든 것을 엄마에게 의지하고 맡기듯이 편안하고 포근하게 안겨 있는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는 왠지 모를 끈끈한 관계성이 포착되어 있다. 이 그림이 특별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무엇보다 당연히 평온하고 안정되어 있어야 하는 소재에 대하여 매우 거칠고 동적으로 묘사를 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고정관념이 허물어진다. 아기는 또렷이 독립적이다. 엄마는 그런 아기를 구태여 억세게 휘감으려 들지 않는다.

 

아마도 어느 여름날이었을 것이다. 아기는 엄마의 품이 조금은 답답하지만 거기서 풍겨 나오는 엄마의 냄새를 맡고 안심한다. 엄마도 살그머니 코를 맞대며 아기의 향기를 맡는다. 그렇게 둘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노원-프로필이미지.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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