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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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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2 - DMZ의 GP 철수를 지켜보며

posted Feb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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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폭파캡쳐_resize.jpg

(SBS 비디오머그 화면캡쳐)

 

 

걸으며 생각하며 2 - DMZ의 GP 철수를 지켜보며 

DMZ 안의 GP를 철거하는 것만이 평화를 위하는 길이 아닐 것이다
군사시설의 전면적 철거 보다 적극적 재생으로 평화의 길을 열어 나가자.


작년 연말 DMZ(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 중 시범 철수 대상인 22개 GP의 병력과 화기를 철수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불어 남북 당국은 시범 철수하는 GP에 대한 시설물 파괴와 철거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양측에 존치하기로 각 1개씩의 GP를 제외하고 20개를 철거하였다. GP의 물리적 철거 작업이 사진으로도 보도되었다. 비무장지대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발적 군사 충돌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 병력과 무기를 철수하고, 상징적 의미로 몇 개의 GP를 철거하는 것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DMZ 내 GP를 전면적으로 철거하기보다는 기존 시설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평화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데 사용하기를 바란다.

우리 정부는 ‘평화로운 한반도,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설정하고 높은 우선순위로 이 비전 실현에 매진해 왔다. 2018년 4월 27일 남북한 정상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서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고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이번 DMZ 내 GP 철수 조치는 이 선언을 실천하는 의미에서 이루어졌다.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 중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이다. 이 신경제 지도에서는 한반도에 H형태의 교통·물류축을 3대 벨트로 제안하고 있다. 서해안에는 산업·물류·교통 벨트, 동해권에는 에너지·자원 벨트 그리고 중부권인 남북 접경지역에는 DMZ를 활용한 평화벨트를 구상하고 있다. 이 세 축을 특화된 전문 산업과 연계하여 남북을 아우르는 철도·도로망으로 서로 연결하는 것이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기본골격이다.

한반도의 DMZ는 지구상에 재래식 무기를 포함하여 병력과 중화기가 가장 밀집하여 배치되어 그야말로 언제든지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DMZ 경계근무는 군사분계선과 남방/북방한계선 사이의 비무장지대의 GP/GOP에서 이루어진다. GP(Guard Post)는 비무장지대 내부에 존재하는 경계초소로 콘크리트 요새로 벙커와 막사로 이루어져 30-40명 규모의 수색중대가 주둔한다. GOP(General Out Post)는 휴전선 철책을 지키는 일반전초기지로 1~3km 정도의 철책선을 1개 소대가 맡아 순찰하며 철책선 중간에 설치된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선다. 경계근무는 철책선을 따라이루어지고, GP에서의 수색과 정찰 업무도 DMZ 내 형성된 보행로를 따라 수행한다. 분단 이후 DMZ는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남북이 각각 관리해 온 공간이다. 이 지역은 오랜 기간 인위적 개발이 불가능해 온전히 자연생태계가 복원돼 유지된 곳이다. 이런 역사적, 공간적 맥락을 지닌 DMZ가 환경·관광 벨트로 그 역할을 전환할 경우, 이는 세계사적으로도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의 종식을 알리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도보다리사진_resize.jpg

 

 

남북 간 교류협력 논의의 가장 기본 되는 부분은 서로 간의 왕래 즉, 교통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3대 벨트로 구축하는데 필요한 핵심 요소는 교통 연결성이다. 이 가운데 DMZ를 평화벨트로 발전시키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DMZ 평화올레’ 구축을 제안한다. ‘DMZ 평화올레’ 조성은 자연경관이 잘 보존된 지역에 트레킹 루트를 개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개성공단 개발은 북측이 이 지역에 주둔한 군부대를 후방으로 이전함으로써 가능하였다. 유사하게 DMZ 평화올레의 조성은 남북 군사 당국이 이 길의 안전한 통행에 대한 보장이 선행되어야 가능 할 것이다. 즉 군사적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사업이며, 이는 다시 말하자면 평화의 길이 상징적 의미를 넘어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낮추는 실제적인 효과를 수반한다는 의미이다. DMZ 250km 전 구간에 평화의 길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중간 중간 쉼터와 게스트하우스 역할을 위한 시설물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설 수요를 기존의 GP를 존치하여 재생시켜 활용한다면, DMZ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살리고 복원된 자연 생태계를 유지·관리하는 데에도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분단의 극복은 하루아침에 문득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켜켜이 쌓인 전쟁의 상흔과 이념 갈등의 골을 함께 메워나가는 협력이 필요하다. 이 협력 사업은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고와 따뜻한 동포애로 ‘DMZ 평화올레’와 같은 사업을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하여 미래의 선을 추구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DMZ에 제주 올레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평화의 길’을 구축해, 한반도와 세계의 모든 시민들이 찾아와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자. 우리는 작년 남북 정상이 DMZ 내 도보다리를 거닐며 대화하는 모습을 TV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양 정상이 만났던 전 과정은 분단의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평화를 열어나가는 첫 장면으로 한민족의 뇌리에 강력하게 각인되어 있다. DMZ 평화올레의 출발점은 이 도보다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DMZ의 GP와 병영시설을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시켜, 남북의 젊은이들이 총칼을 손에서 놓고 순례자를 환대하는 평화의 창업자로 거듭나기를 꿈꾸어 본다.

 

덧붙이는 글:
1. 본 기고문은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월간교통 2018년 11월호에 실렸던 글을 일부 수정하여 작성하였다.
2. 2019년 2월 마지막 날,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작성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소식으로 하루 종일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란 시를 다시 읽고 무릎을 친다. 그렇지! 우리에겐 천둥과 벼락, 무서리와 햇살 그리고 달빛이 버무려져야 할 시간, 그 시간이 필요한 거야.. 그리고, 다시 다짐합니다. 저간의 사정이 어떠하더라도 남북이 힘을 합해 평화의 길을 걸어가야겠다고..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김영국-프로필이미지.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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