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현우진의 홀로요리]

c8d6ca

현우진의 홀로요리 20 :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홀로요리

posted May 30, 2020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행복한집밥_청국장찌개_반찬_resize.jpg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홀로요리 

 

 

사실 홀로요리의 진수는 사실 “버튼을 누른다”입니다. 바로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른 다입니다.

노인들에게, 바쁜 직장인, 취업준비생, 육아에 지친 워킹맘에게 맛있는 요리를 직접 만드는 것이 사치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자레인지가 최고의 요리기구일 겁니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서 sns에 많은 사람이 각종 요리를 집에서 해 먹는 것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올립니다. 저는 그냥 햇반을 뜯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반찬은 냉장고에 꺼내 먹습니다. 반찬가게는 이제 동네마다 많습니다. 그러니 거기서 반찬과 국을 사다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냉장 식품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집에 계속 있는 데, 무슨 요리를 하겠어요.

특히 고령화 시대에는 노인들이 더욱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는 게 힘듭니다. 가스레인지는 노인들이 사용할 때 위험할 수 있거든요. 설거지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도시락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신 국을 좀 많이 담아야 할 겁니다.

그리고 슈퍼마켓과 온라인에는 온갖 종류의 국들이 팝니다. 간단히 집에서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니 햇반과 육개장을 사다가 전자레인지에 둘 다 돌리면 간단하게 끝납니다.

이제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을 수도 있고, 노령화 때문에 집에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 집에 가면 저는 밥을 먹지 않습니다. 엄마는 국을 끓이기 힘든 상태라, 아침마다 오는 아주머니분이 국을 끓여놓고 갑니다.

(그리고 요양사분을 보니 노인 요양 및 지원에 대한 한국의 복지행정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부모님 집에 가면 엄마가 해준 밥과 김치, 국은 없습니다. 그래서 밥을 먹지 않습니다. 내가 자라온 집에서 내 기억장치에 없는 맛을 낸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먹기 싫습니다.

그러나 받아들여야 합니다. 고령화 시대이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는 음식을 사 먹는 게 맞습니다.

 

저도 주말에 부모님 집에 가면 된장국을 끓여놓고, 유명한 설렁탕이나 추어탕집의 음식을 포장해 갑니다. 그리고 반찬도 사다 놓습니다. 물론 주말에 형제자매들이 와서 국과 반찬을 해놓습니다. 

그래서 부모님 집에서 내가 밥을 안 먹는 것은 그저 밥투정에 불과합니다. 집에서 밥 대신 세계 공용 기준에 합리적인 가격(!!) 맥도널드 세트를 사다 먹었습니다. 

이게 무슨 이중적인 행동일까.

이제는 이러한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입니다. 햇반을 뜯고 인스턴트 국을 끓이면 됩니다.

 

그래도 사실 입이 적응이 안 되죠. 

다시 홀로요리를 해야겠어요.

그럼. 다음 달에 만나요.

 
현우진-프로필이미지.gif

 


  1. 현우진의 홀로요리 24 - 리더의 길, 두반장 가지볶음

    현우진의 홀로요리 24 - 리더의 길, 두반장 가지볶음 예전엔 반에서 1등을 해야 반장을 하니까, 저는 반장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부반장 정도. 그런데, 커가면서 고등학교 때 동아리 회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들어가서 3월 첫 학기 개강하기 전에 임시...
    Date2020.09.29 Views285
    Read More
  2. 현우진의 홀로요리 23 : 투정 부리고 싶을 때 먹는 음식, 된장찌개

    투정 부리고 싶을 때 먹는 음식, 된장찌개 안녕하세요. 오늘은 홀로요리의 대가를 만나보겠는데요. 함께 인터뷰를 하면서 요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된장찌개를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할까요? - 하하하!!! 그렇지 방법을 알려주지. 와아,...
    Date2020.08.30 Views231
    Read More
  3. 현우진의 홀로요리 22 : 못생긴 골뱅이무침

    못생긴 골뱅이무침 '잘생긴 거지가 밥 얻어먹는다.' 잘생긴 거지가 밥 얻어먹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어릴 때부터 저에게 늘 하시던 말씀입니다. 사실 어릴 적에는 그저 세수나 하라는 뜻으로 들었습니다. 즉 이 말씀은 미모지상주의...
    Date2020.07.30 Views283
    Read More
  4. 현우진의 홀로요리 21 : 중화식 돼지 야채볶음(일명 고추잡채)

    중화식 돼지 야채볶음(일명 고추잡채) 누구에게나 모두 독특한 향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 대한 후각으로 느끼는 향이 있고, 인품으로 전해지는 향이 있고, 웃음소리로 기억하는 향이 있습니다. 그 향은 사실 가치 중립적입니다. 즉, 향은 좋은 거 나쁜 거 ...
    Date2020.06.30 Views368
    Read More
  5. 현우진의 홀로요리 20 :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홀로요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홀로요리 사실 홀로요리의 진수는 사실 “버튼을 누른다”입니다. 바로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른 다입니다. 노인들에게, 바쁜 직장인, 취업준비생, 육아에 지친 워킹맘에게 맛있는 요리를 직접 만드는 것이 사치일 수 있습니다. ...
    Date2020.05.30 Views157
    Read More
  6. 현우진의 홀로요리 19 : 관자와 버터마늘 사과구이 - 요리는 삶과 죽음의 문제

    관자와 버터마늘 사과구이 - 요리는 삶과 죽음의 문제 음식은 삶과 죽음이 교차합니다. 그냥 쉽게 말하면 정말 “먹고 사는”문제입니다. 못 먹으면 굶어 죽습니다. 살기 위해 예전부터 동물을 사냥하고 도살하고, 식물을 채집합니다. 즉 죽음이 있...
    Date2020.05.02 Views311
    Read More
  7. 현우진의 홀로요리 18 : 멀리 날아갈고 싶을 때 - 사과소스와 닭날개 구이

    멀리 날아갈고 싶을 때 - 사과소스와 닭날개 구이 한강대교 위를 날아가는 철새들 1. 새 봄입니다. 이제 강가에 있는 철새들이 다시 떠나겠죠. 멀리 시베리아로 떠날 겁니다. 늦가을에 한강대교 위에서 새들이 도착하는 모습을 본 게 엊그제 같은 데, 한강대교...
    Date2020.03.29 Views203
    Read More
  8. 현우진의 홀로요리 17 : 블랙퍼스트 – 행운의 비결

    블랙퍼스트 – 행운의 비결 아메리칸 블랙퍼스트라고 아시죠? 빵과 계란,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베이컨입니다. 베이컨이 있어야 아메리칸 블랙퍼스트이죠. 그건 미국의 축산관련 협회의 로비 덕분에 생긴 캠페인입니다. 베이컨 소비를 늘리기 위...
    Date2020.03.02 Views353
    Read More
  9. 현우진의 홀로요리 16 : 크랩 칼국수와 진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크랩 칼국수와 진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고흥 출신 친구가 게를 보냈습니다. 딱 봐도 남해바다의 튼실한 게입니다. 게 껍질 색깔이 아마추어가 봐도 야생의 느낌이 옵니다. 갈치도 얼린 것을 보냈습니다. 수협이름이 나로도 수협이네요. 나로도는 아시죠? 우주...
    Date2019.12.29 Views269
    Read More
  10. 현우진의 홀로요리 15 : 외롭지 않은 찹쌀팝콘과 올리브 도미구이

    외롭지 않은 찹쌀팝콘과 올리브 도미구이 외로움이 마음속에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어요. 파도처럼 밀려올 때 외로움은 검은 바다처럼 보여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바닷가에서 발만 담가도 위험해요. 잦은 파도를 바라보고 실바람이라도 계속 맞으면 균형 ...
    Date2019.11.30 Views33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