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공감마당]

9bdbc4

서예가 일중 김충현의 묵향연중(墨香緣重)

posted Dec 07, 2017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묵향연중_조정후.jpg

묵향연중, 예서(135x34cm), 1969년

 


기술의 발달과 빠르다는 것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세상의 변화 때문에 있어야 하지만 이미 소멸된 것도 적지 않고 점차 쇠퇴하는 것들을 보게 된다. 갈수록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것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종로에 있는 인사동은 알거나 가본 사람은 많지만 전통과 문화의 맥을 찾아본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사동의 가운데 위치한 백악미술관은 1983년 김충현이 서예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세운 곳이고 3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서예전시가 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김충현(1921~2006)의 호는 일중(一中)으로 해방 이전부터 1990년대까지 활동한 대표적인 서예가이다. 충절은 강조한 성장환경 때문에 제도교육을 받지 않고 가학을 주로 받았으며 18세에 전국적인 서예 출품전에서 1등을 하며 평생 서예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한문 뿐 아니라 한글서예도 뛰어날 뿐 아니라 한글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다양한 서체 개발을 연구하였고, 한글 서예 보급을 위하여 1942년에 ‘우리 글씨 쓰는 법’을 출간하려고 하였으나 주위의 만류로 책은 해방 이후에 빛을 보게 되었다. 한글 및 한문 서예작품 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현판을 썼으며, 역사적 장소에 역사적인 내용의 비문을 서예로 써서 많은 곳에서 그의 글씨를 볼 수 있다.

 

김충현이 남긴 서예 작품은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보다 많지만 그 중에 한문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묵향연중(135x34cm)을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1969년에 예서로 쓴 작품인데 그 뜻은 ‘먹의 향기는 인연을 중히 여긴다.’로 풀어 볼 수 있다. 김충현이 서예 인생 50년을 되돌아보며 오랜 시간 글씨를 쓰며 맡았던 먹의 향기와 그로 맺어진 숱한 인연들을 네 글자 작품에 집약한 것으로 보인다. 김충현은 한자의 오체(五體)를 모두 잘 썼지만 특히 예서 작품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각각의 글자가 주는 안정감과 편안한 느낌과 더불어 네 글자가 함께 어우러져 보여주는 균형감과 조형미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서예는 글자를 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그 글자는 자기의 생각뿐 아니라 세계 모든 사상의 근본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빠르고 편리한 세상에서 시간을 내어 글자를 쓰는 것은 소홀하기 쉬운 행위로 치부되고 있다. 그렇기에 먹을 천천이 벼루에 갈면서 붓으로 글씨를 쓰는 모습의 소중함을 묵향연중은 묵묵히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정읍사_시조.gif

좌: 옛시조, 궁체(32x52cm), 1970년대, 우: 정읍사, 국한문혼서(64x136cm), 1964년

 

윤영수-프로필이미지.gif

 


  1. 박영숙 사진전 - 두고 왔을 리가 없다

    이 여자, 예사롭지 않다. 노란 셔츠, 희끗희끗한 단발머리, 주름진 얼굴, 담뱃재를 재떨이에 털다가 문득 카메라를 바라보는 이 여자. 살짝 젖은 듯, 그러나 강렬한 눈빛을 가진. 이 여자, 예사롭지 않다. 무대미술가이자 극단 <자유> 대표 이병복. 애석하게도...
    Date2018.01.24 Views346
    Read More
  2. 나의 말레이시아 유학기

    Apa Kabar ! 안녕하세요. 저는 들꽃향린교회의 조남석입니다. 최근 1년간 말레이시아에 이슬람금융 공부 차 다녀왔는데 간략하게 그곳에서 지낸 얘기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그 동안 일 때문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습니다. 전 건설회사 영업직으로 프로젝트를 ...
    Date2018.01.24 Views244
    Read More
  3. 나를 사랑하는 마음

    나는.... 14살 때부터 콩팥병으로 혈액투석을 하고 있다. 20대 때 다음카페 ‘신장병환우들을 위한 모임’ 카페지기를 했었다. ‘아라야’라는 모임을 통해 인문학을 공부했고, 사회와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14년 서울시 ...
    Date2017.12.27 Views330
    Read More
  4.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이야기

    최근에 외국의 어떤 사람이 비트코인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012년도에 약 15,000개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백만장자가 되리라고 친척들에게 얘기했던 사람이었는데, 해킹으로 상당수의 코인을 잃어버리고 나머지도 비트코인 가격...
    Date2017.12.27 Views210
    Read More
  5. 아름다운 사람 · 아름다운 여행 · 아름다운 단풍

    지금 눈 날리고 목을 움츠리게 하는 계절로 가고 있다. 그 직전계절에 아름다운 사람과 여행을 하고 단풍을 가슴에 담아왔다. 내 인생에 영원히 못 잊을 가장 아름다웠던 가을단풍, 그 단풍을 심장에 새기게 한 사람 있어 붓장난을 친다. 연약한 사람 앞에 무...
    Date2017.12.07 Views191
    Read More
  6. 빨랫줄에 빨래가 없다

    빨랫줄에 빨래가 없다. 언덕 꼭대기 바닷가 포구의 조그만 집의 빨랫줄에 빨래는 없고 빨래집게만 있다. 고깃배가 들어오면 아침 일찍부터 고된 생선 손질하는 일을 하여 먹고 살며 그 일 자체가 삶이었을 텐데, 그리고 비린내 가득한 옷을 빨아서 널어놓아 ...
    Date2017.12.07 Views446
    Read More
  7. 서예가 일중 김충현의 묵향연중(墨香緣重)

    묵향연중, 예서(135x34cm), 1969년 기술의 발달과 빠르다는 것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세상의 변화 때문에 있어야 하지만 이미 소멸된 것도 적지 않고 점차 쇠퇴하는 것들을 보게 된다. 갈수록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것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종로에 있는 인...
    Date2017.12.07 Views1007
    Read More
  8. 포토에세이 - 물빛단상

    물이 나무를 풀을 산을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 물빛의 신비함에 끌려 그저 눌러댄다. 사진이라고는 모르는 내가 찍어도 이건 그래픽이다. 대강 찍어도 달력사진 정도는 된다. 그 물빛에 홀려 배고픔도 다리 아픔도 잊은 채 10시간을 걸었다. 계곡을 다 ...
    Date2017.12.07 Views140
    Read More
  9.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그것은 마치 봉인을 누군가가 풀어줘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막상 장선우 감독이 ‘꽃잎’이란 영화로 80년 광주를 기억하려고 했을 때에 무모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두려움이 더 앞섰다. 그 두려움은 ...
    Date2017.12.07 Views179
    Read More
  10. 파란 하늘과 고층 빌딩

    요즘 우리 아이들의 꿈은 항공 마일리지를 많이 모아서 해외여행 갈 때 비즈니스 석을 타보는 것이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안 시키는 대신 어려서부터 출장 갈 때 함께 가거나 틈틈이 비용을 아껴 해외여행을 자주 하다 보니 자연스레 ...
    Date2017.12.07 Views23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