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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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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15 : 외롭지 않은 찹쌀팝콘과 올리브 도미구이

posted Nov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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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은 찹쌀팝콘과 올리브 도미구이


외로움이 마음속에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어요.
파도처럼 밀려올 때 외로움은 검은 바다처럼 보여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바닷가에서 발만 담가도 위험해요. 잦은 파도를 바라보고 실바람이라도 계속 맞으면 균형 감각을 잃어버리고 넘어질 수 있거든요. 흐리고 바람 부는 날의 파도는 크지 않아도, 작고 세찬 잦은 파도는 사람을 넘어뜨려요.
그런 파도처럼 다가오는 외로움은 그래서 위험하죠. 한번 넘어져본 사람은 내성이 생기는 게 아니라 지레 겁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외로움은 공포를 수반하게 되죠.
그래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고 어두운 방으로 숨거나 또는 지하에 있는 술집으로 가고 아니면 허망하게 불빛이 맴도는 곳에서 사람들과 의미 없이 춤추게 되죠.

특히, 밝은 조명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렇고, 하루 종일 밝은 형광등과 컴퓨터, 쏟아지는 전화에 노출되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너무나 밝은 인공조명은 더욱 어둠속에 찾아들어가게 할 수 있죠.

하지만 외롭다고 해서 일탈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고독이라는 핑계로 탈선이 용인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외롭기 때문에 일탈과 탈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선을 넘어 도망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외로움은 공포에요. 우리는 외로움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달래거나 이기거나 견디는 법을 배워야죠.

아직도 어릴 적 아폴로극장에서 본 오멘과 엑소시스트의 무서움을 잊지 못하듯이, 어른이 돼도 외로움과 공포를 통한 불안함은 영혼을 잠식하게 되죠. 아직도 외로움과 공포를 동반한 마음을 달래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한 것은 무엇일까요?

조그만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어요. 삐뚤빼뚤 정리되지 않은 도랑을 파고 어설프게 심은 가지와 토마토, 깻잎, 비트, 루꼴라, 바질, 당근, 상추를 키웠어요. 아침 출근하기 전에 텃밭에 가서 피(잡초)를 뽑았어요. 저녁에는 회식 후 술 취한 상태라도 가서 물을 주곤 했죠. 흙을 만지는 겁니다.

또한 요가를 했죠. 밤에 잠이 안 오고 공포에 휩싸일 때, 간단히 숨만 천천히 쉬고 나면 외로움이 완화돼요. 간단히 호흡을 하는 거죠. 대단한 호흡법을 익힌 게 아니라 그냥 천천히 코에서 산소가 어떻게 유입되는 지 느껴볼 뿐인 거죠.

마지막으로 외로움과 공포를 달래기 위한 것이 요리입니다. 외로움과 공포는 혼자이기 때문에 느끼죠. 그것을 이기기 위해 글을 썼어요. 그래서 제목은 홀로요리입니다. 단점은 내가 한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술을 많이 먹어요.

그래서 오늘도 요리를 합니다. 큰 생선을 사서 나눠 먹어야지.

어, 그런데 수산시장을 갔는데 오늘도 광어가 없네. 광어로 또 요리를 하려고 했는데, 큰 광어가 오늘은 없데요. 그러다가 눈에 띄는 도미가 있더라고요. 자연산이라 도미가 좀 납작합니다. 횟감으로는 대부분 일본산 양식 도미를 먹거든요. 도미는 일본양식이 맛있고 우럭 광어는 한국양식이 맛있다고 하네요. 일본산에 대한 평은 여러분들께서 알아서 해석하세요.

시장에서는 도미를 손질해주고 굵은 소금까지 뿌려줍니다. 구이 한다니까 뱃살에 칼집까지 넣어주네요. 큰 놈 하나 사면 4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정말이에요.
자~ 이제 시작해볼까요.


1. 도미손질

도미손질 하지마세요. 생선가게 아줌마가 손질해주고 소금 뿌려준 그대로 구우면 됩니다. 괜히 청주나 맛술 넣으면 굵은 소금이 녹아서 살에 스며들어 오히려 짜게 됩니다. 칼집 사이에 마늘이나 생강을 넣어주시면 좀 있어 보이지요. 기름기가 많은 편이라 사이사이 비린내도 잡아줍니다.

 

 

사진1_도미손질_resize.jpg

밥숟가락과 비교해본 거대 도미

 

 

2. 굽기 또는 찌기

제가 산 도미는 너무 커서 찜기에 안 들어갔어요. 그래서 오븐에다 구웠어요. 180도에 40분간 뒤집어 가며 굽고, 200도로 10분 더 구웠습니다. 그리고 그릴로 껍데기를 약간 그을렸습니다. 생선 크기마다 불 조절은 잘하시면 됩니다.

 

 

도미2_구운도미_resize.jpg

오븐에 구운 도미

 

 

3. 곁들이기 – 찹쌀 팝콘

생선이 짤 수가 있으니까 곁들일 걸 만들었어요. 찹쌀을 그냥 프라이팬에 굽습니다. 버터 약간만 넣고 살살 굽는 거죠. 팝콘처럼 튀겨지니 뚜껑을 닫고 프라이팬을 계속 흔들어줘야 합니다. 가염버터 살짝 넣어도 좋습니다.

 

 

사진3_찹쌀팝콘_resize.jpg

그냥 프라이팬에 원시적으로 찹쌀을 구웠어요

 

 

4. 도미구이의 핵심 비밀 레시피 - 매운 올리브 오일

프라이팬에 마늘과 파, 매운 건고추를 넣고 올리브기름 넣고 펄펄 끓입니다. 올리브기름을 좀 많이 부었나 싶을 정도로 넣습니다. 아주 펄펄 끓인 올리브기름을 도미 위에다 붓습니다. 그리고 도미 위에 레몬을 얹어 놓죠.

 

 

사진4_매운올리브기름-(1)_resize.jpg

매운 올리브기름 만들기

 


사진5_기름붓기_resize.jpg

매운 올리브기름을 도미 위에 붓습니다
 

5. 세팅하기

찹쌀팝콘을 접시 위에 흩어 놓습니다. 그리고 도미 살을 적당히 잘라 찹쌀팝콘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티스푼으로 도미에 흘러내린 매운 올리브기름을 끼얹어 가며 먹습니다.

 

 

사진6_도미의완성_reszie.jpg

도미요리의 완성

 

 

이렇게 해서 도미요리를 맛있게 먹는군요. 직접 요리를 해서 다 먹거나 절반은 나눠서 쿠킹호일에 싸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갖다 주세요. 그럼 마음속에 공포 대신 따뜻한 백열전구가 하나씩 켜질 겁니다. (글을 보니 조울증 환자 같네. 쩝.)

 

현우진-프로필이미지.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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