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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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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의 뉴욕 스토리 20 - 맨하탄에 숨겨진 비밀의 정원을 찾아서

posted Sep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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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에 숨겨진 비밀의 정원을 찾아서
 


“비밀의 정원”하면 떠오르는 정원이 있다. 처음 뉴욕 와서 이 정원에 반해 자주 갔던 센트럴 파크 안에 울타리가 처진 정원, 컨서버토리 가든(Conservatory garden)이다. 그 중에도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을 쓴 프랜시스 버넷(Frances Hodgson Burnett)을 추모하여 만든 조각상, 주인공 메리(Mary)와 딕컨(Dickon)이 자리 잡고 있는 영국식 정원 연못가이다.


http://www.centralparknyc.org/things-to-see-and-do/attractions/burnett-fountain.html


secret-garden-1_resize.jpg

 

 

내가 생각하는 “비밀의 정원”이란,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정원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한적하고 아늑해서 그 속에서 있으면 나만의 공간을 느끼게 하는 정원이다. 전에 살던 모닝사이드 하이츠 동네에 유니온 신학대학(Union Theological Seminary)의 안뜰, 세인트 존 더 디바인 교회(The Cathedral Church of St. John the Divine) 뒤쪽으로 깊숙이 숨겨진 성서 가든(Biblical Garden)이 그런 느낌을 주는 정원이었다. 맨하탄에 땅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곳이 가톨릭 재단과 대학이라고 들었는데 점점 이 부지들도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넘어가, 유니온 신학대학의 아름답던 안뜰도 반 동강이 나서 고급 콘도미니엄으로 개발 중이고, 세인트 존 더 디바인 교회도 몇 년 전 부지의 일부에 렌탈건물이 들어서서 빽빽이 숨통을 조이고 있다. 그 전에 모습을 아니까 더욱 안타깝다.

로워 맨하탄은 어퍼 맨하탄보다 넓게 자리 잡은 공원이나 녹지대가 상대적으로 적고,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조그마한 정원들과 커뮤니티 가든들이 흩어져 있다. 무더위가 한 풀 꺽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니 숨겨진 보물을 찾듯 근처에 있는 비밀의 정원을 찾아 나섰다. 빌리지와 소호를 걷다보면 엉뚱하게 건물들 틈에 가든이 불쑥 나타나고, 길가에 조그마한 빈터만 있으면 꽃을 심고 밭을 일궈 놓은 커뮤니티 가든이 있어 그린(녹지대)에 목마름을 촉촉이 적셔주는 샘물 같았다.

 


Jefferson Market Garden

70 A Greenwich Avenue
https://www.jeffersonmarketgard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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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를 걸으면서 건축물로서 가장 아름답게 다가오는 건물은 제퍼슨 마켓 도서관이다. 도서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제퍼슨 마켓 정원은 자원봉사자에 의해 운영이 되는데, 전에 여성감옥이었던 자리라고 한다. 남다른 안목으로 선별된 꽃들이 풍성하게 피어있고 우아하게 조경된 정원에 앉아 있으면,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은 황송한 느낌이 든다. (전에 길을 걷다 울타리 틈으로 Gramercy Park이 보여 들어가고 싶었는데, 맨하탄에서 유일하게 프라이빗 공원이어서, 열쇠를 가진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다고 써 있었다. 2에이커의 넓고 깨끗하게 단장된 공원에 한 두 사람 앉아 있는 것을 부러움 내지 야속한 눈으로 울타리 밖에서 쳐다 본 기억이 생각난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한적한 구석에 자리 잡은 의자에 덥썩 앉았다가 찌린내가  나 여러 번 일어났던 기억들과 오버랩 되면서 그런 기분이 들었나 보다.)

일요일 저녁 무료 재즈 콘서트가 정원 한가운데 열려 들린 적이 있다. 게스트 가수가 햇빛을 가리기 위해 내가 본 모자 중에 챙이 가장 넓은 모자들 쓰고 나왔는데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소낙비로 일찍 파장을 한 것을 떠올리면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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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zabeth Street Garden
 

Elizabeth Street
BetweenPrince&SpringStreets

 https://www.jeffersonmarketgard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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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들이 많이 있고 붐비는 소호 근처(정확히 말하면 리틀 이탈리)를 걷다가 모퉁이를 도는데  “웬 그린이지?“ 하고 들어간 곳이 엘리자베스 스트릿 가든이다. 옆의 골동품상에서 내다 놓은 돌 조각상들이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어 국적과 시대를 초월한 먼 곳으로 우리를 이끄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데이트하는 젊은이들,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들과 내니들, 소호의 북적함을 잊게 해주는 쉼터이다. 빨간 벽돌건물에 붙어 있는 확대된 사진은 “Faces Places” 다큐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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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19세기 소설에서 뛰쳐나온 느낌이 나는 자원봉사자가 부지런히 물을 주고 있다. 무궁화와 연잎을 보고 반가와 하니까 새로 핀 하와이안 꽃향기를 맡아보라고 안내를 한다. 이 곳 역시 노인아파트 건설로 없어질 위기에 있다고 한다. 주민들이 데모를 했으나 법정판결은 이미 나왔고 상소를 하는데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렇게 북적거리는 동네에 이런 오아시스 하나쯤은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인데 어찌될지는 …. “가든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화초에 물을 주겠다”라는 신념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6BC Botanical Garden

630 E 6th St
https://www.6bcgarden.org/

East Village에는 미국에서 커뮤니티 가든이 제일 많이 있는 곳으로 무려 39개나 된다고 한다. 1970년 뉴욕시가 재정난으로 위기를 맞을때 뉴욕시 전구역(5 Boroughs)에 걸쳐 만 에이커 이상의 버려진 땅이 생겼다고 한다. 1973년 이스트 빌리지에 살던Liz Christie가 Green Guerilla를 결성해 버려진 땅에 씨를 뿌리고 녹색지대로 만들어 동네를 살리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지금도 The Liz Christie Garden이 남아 있다. 그 당시에는 뉴욕시에 1불을 내면 텃밭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지금은 빌리지의 작은 텃밭을 빌리는데 일 년에 100불을 낸다고 한다.
 
이스트 빌리지의 커뮤니티 가든들은 각기 다른 개성이 있는데 예를 들어 Creative Little Garden은 이름처럼 조그많고 귀엽다. 새집들이 아기자기하게 장식돼 있고 노랑 흔들그네에서 바람에 날리는 수양버들을 바라보고 흔들흔들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또 6th Street & Ave B Community Garden은 야외무대가 좋아 공연장으로 적격인 곳도 있다. 그 중에 단연 돋보이는 가든은 6BC Botanical Garden이다. 

격자문(trellis)을 지나 벽돌길로 이어지는 정원에는 잎사귀들로 덮인 아늑한 가지보(gazebo), 벽을 타고 올라간 오래된 매그놀리아, 작은 연못, 무엇보다 트리하우스가 압권이다. 자그만하여 한번에 4사람 정도 올라갈 것을 권하는데 발코니의 의자에 앉아 마당을 내다보고 있으면 염치를 불구하고 오래 버텨 머물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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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BC 가든도 커뮤니티 가든으로 정착하기까지 참 어려운 시간들을 견디어 냈다고 한다. 한 때 “Shooting gallery”라 해서 총싸움이 많이 났던 곳인가 했더니 헤로인 중독자가 주사를 맞는 곳을 그렇게 부르고 있다. 남의 채소밭을 서리하다 싸움이 나기도 하고, 특히 어머니날은 피어있는 꽃들을 다 따가지고 가 쑥대밭이 되기도 하고... 서로 싸우다가 가든이 없어질 위험에 처한다고 하니 함께 뭉치고, 거의 40년 힘든 세월들을 견디어 낸 6BC 정원은 이제 다양한 식물들을 재배하고 보여주는 교육의 장소로 승격을 하였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스트릿 가든처럼 뉴욕시나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위협을 받지 않고 영구적 뉴욕시 공원으로 지정받게 되었다.

가든의 멤버가 되면 열쇠가 있어 자유롭게 가든에 올 수 있지만, 여는 시간을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지키는 의무가 있다. 커뮤니티 가든들은 주말에 열리고 주중에는 여는 시간이 한정적이고, 멤버가 만약 안에 일하고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 뜨게질을 하면서 이 곳을 지키고 있는 파멜라와 이야기하다가, 9스트릿에 있는 가든도 가보라고 추천을 해주어 발길을 돌렸다.

 


the 9th Street Community Garden


East 9th Street and Avenu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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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스트릿 커뮤니티 가든은 이스트 빌리지에 가장 큰 커뮤니티 가든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실제로 채소를 키우는 텃밭들도 많이 있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쉬고 즐기는 만남의 장소도 있어 커뮤니티 가든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각기 다른 인종(Ethnic) 그룹의 오밀조밀한 장식과 미니아처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데, 여기 사는 다양한 이민자들의 삶을 반영하는 것 같다. 모두 십시일반 정성을 들여 가꾼 정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찻집이나 식당처럼 꾸며 놓은 사랑방에선 브라질에서 이민 온 마리아와 푸에토리코에서 온 엘바이라가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 온지 각각 45년, 40년 되었다고 하는데 은퇴하고 매일같이 이곳에 나온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을 이렇게 꾸며놓은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칭찬을 하니 마리아는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하였다. 마약과 범죄의 소굴 속에 오늘날같은 주민들의 안식처를 만들어 낸 땀과 정성을 읽을 수 있어 마음이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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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방, 비밀의 아늑한 정원을 찾아 나섰다가, 함께하는 커뮤니티 가든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 근처에도 살펴보니 커뮤니티 가든이 하나 있었다. 토마토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린 가든에 한 사람이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어떻게 이 텃밭을 얻을 수 있는지 물어 보니 NYC Parks Green Thumb Website에 나와 있다고 알려주었다. 텃밭을 얻고 싶다고 이메일을 하나 띠웠다. 나도 내년엔 텃밭을 얻어 토마토와 깻잎과 빨간 비밤(Bee balm)을 심을 수 있을까? Green Thumb(화초를 잘 키우는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을까?

https://greenthumb.nycgovparks.org/ 


홍영혜-프로필이미지.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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