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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산행의 가운데
6월 24일 금요일 밤, 장마가 소강상태다. 쾌재를 불렀다. 내일 아침 산을 오르자고 급히 번개를 쳤다. 이튿날 아침, 산행을 예고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응답이 없다. 코로나 시국을 건너며 혼밥과 혼술이 흔한 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홀로 오르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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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길을 걸으며 나이듦을 생각하다
한양도성길 걷기를 길목의 사업으로 해보자는 제안이 무려 이사장님으로부터 왔다. 두말하지 않고 수락했다. 걷기를 좋아하고 더구나 대부분의 성곽이 산에 있어 산행을 즐겨하는 나로서는 매번 회의만 참석하다 이제야 회원들을 위해 뭔가 실질적인 것을 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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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이끼 위 꽃잎
난설헌의 시를 받은 것은 봄비가 흩날리는 날이었다 담장 기와에 떨어진 살구꽃을 보며 난설헌은 무얼 생각했을까? 봄비 (許蘭雪軒) 春雨暗西池 춘우암서지 輕寒襲羅幕 경한습라막 愁倚小屛風 수의소병풍 墻頭杏花落 장두행화락 서지에 봄비 자욱하고 찬 기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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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는
길들여지지 않는 지구촌 한쪽에선 어떤 권력자가 ‘No Fly Zone’이 필요하다고 뉴스에 나올 때마다 애절한 얼굴로 호소한다. 그들 스스로가 지킬 수 없는 하늘을 누군가 대신해서 지켜줄 수 있을까? 권력자의 집무실이 있는 곳은 ‘No Fly Z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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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교체에 관한 보고서
냉장고 교체에 관한 보고서 ‘별도 달도 따다 주마’ 이런 낯간지러운 레토릭을 살며 주워섬긴 적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별도 달도 따다주겠다는 의지가 없었던 바는 아니다. 교회가 이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주방에서 사용하던 냉장고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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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철창에 갇힌 고양이
그림자 철창에 갇힌 고양이 겨울이 길다. 여름 이야기 하나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예전에 써 두었던 글을 뒤적였다. promenade plantée (나무가 심어진 길) 파리 12구에는 서울역 고가 보행로 ‘서울로 7017’의 원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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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방을 거닐며
사유의 방을 거닐며 저녁 모임 장소는 용산이다. 약속한 시각까지 여유가 있다. 시간을 내서라도 용산에 가야 할 이유가 있는데 몸은 이미 용산에 와 있고 시간까지 넉넉하니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국립중앙박물관에 마련된 사유의 방으로 향한다. 일박이일 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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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가 담긴 지갑
꽃씨가 담긴 지갑 아침 FM에서 꽃씨가 담긴 지갑이라는 어느 화가의 표현을 듣고 문득 생각났다. 일하는 곳에 작은 화분이 있다. 주인이 무심하여 살아남지 못하였다. 기억도 무심하여 누구에게 받은 것인지도 가뭇하고 이 작은 화분에서 생명을 부지하였던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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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록동맹
적록동맹 우연히 정말로 우연히 글을 써야지 하면서 자판에 손가락을 얹었는데 우를 치고 말았다. 그래서 첫 단어는 우연히로 정했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소속 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오랜 기간 당비를 납부하며 정강과 정책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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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랑(螳螂)이 거철(拒轍)한들
당랑(螳螂)이 거철(拒轍)한들 1. 운문사(雲門寺)는 청도에 있는 절이다. 월정사 입구에 전나무 숲이 있다면 운문사 들어가는 길엔 소나무 숲이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반겨주는 절집이라니! 그 사이를 걷고 있노라면 절로 정갈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