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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연재] 저물녘 하늘을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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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3

posted Nov 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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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오낙영
발행호수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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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봉 준령이 늘어선 산악을 건너자 풍경은 거짓말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땅은 거칠기 짝이 없었고 초목이라곤 물이 있는 마을 근처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척박한 마을일수록 나그네에겐 따뜻한 환대가 이어졌다.

-어딜 간다고?

아베스라가 사막의 현자를 찾아 나섰다는 말을 듣자 사람들은 혀를 차곤 했다.

-예전에도 그런 사람들이 더러 있었지만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우.

키가 크고 마른 노파가 따듯하게 데운 염소 우유를 권하며 조금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큰 뜻을 품고 가는 시님1)에게 할 얘기는 아닐세.

얼굴의 깊은 주름과 하얀 수염이 인상적인 노인은 허허로운 눈으로 노파를 흘겨보며 턱을 주억거렸다.

-난 그저 그 아이 같아서 하는 말이지만서두···

노파는 뭔가 아쉬운 듯 말꼬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사램이 금수와 다르게 된 데는 높은 정신을 추구하고, 넓히고, 다지고 허였던 시님들 덕분인게라. 허믄 시방 서쪽으로 더 큰 배움의 길을 챚어가는 젊은 시님의 장헌 길을 추어디리야지!

노인은 겸연쩍은 눈길을 얼핏 아베스라에게 주었다가 다급하게 거두고는, 먼 데 산으로 허허로운 시선을 물에 번져가는 물감처럼 풀어놓고 있었다. 아베스라는 그런 노인의 모습이 아프게 다가왔다. 노인의 시선에서 알 수 없는 연민 같은 것을 느꼈다.

-오래전에 삼촌이 동쪽에서 온 시님을 따라나섰다가 돌아오지 않았대요.

저녁 식사 후 잠시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염소우리를 단속하던 노인의 손녀에게서 저간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노파의 말에 묻어있는 안타까움도 동공이 비어있는 것 같은 노인의 시선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잘생긴 막내아들을 그렇게 잃었다. 아베스라는 문득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났다. 그가 서쪽의 현자를 찾아가야겠다고 말했을 때, 어머니는 독수리가 지붕을 뚫고 들어오는 꿈이 현실이 되었다며 오열을 했다.

-엄니! 그건 내가 독수리 같은 현자가 될 꿈이라니까요.

아베스라가 그렇게 애써 위로를 했으나, 그녀에게 그게 무슨 소용이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녀에겐 조장(鳥葬)의 의미로 읽혔을 것이다.

-그래서 삼촌에게서는 기별조차 없었던 건가요?

아베스라가 메마른 목소리로 물었다. 그 자신도 한 줄의 안부를 띄워 보냈던 적이 없었으므로 그런 질문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출가자가 아니던가!

-어쩌다 서쪽 사막 어디에선가 삼촌을 보았다는 상인이 있긴 있었죠. 내가 보기엔 어딘가 미심쩍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마치 아들이 살아 돌아온 양, 염소를 잡아 그 상인을 대접했죠. 그것도 가장 좋은 놈으로.

그 후로도 더러 노인의 아들 소식이라며 바람결에 묻어온 이야기만도 못한 걸 들고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큰 시님이 되어있더라는 얘기부터, 참한 여성을 만나 아들딸 낳고 살고 있더라는 얘기까지. 그렇게 번번이 믿지 못할 얘기를 들으면서도 노인 부부는 그들을 극진히 대접했다는 것이다. 아베스라는 그들이 뜨내기들의 얘기가 사막의 아침이슬처럼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몰랐을 리 없을 거라 생각했다.

-삼촌의 얘기를 가져오는 사람들이 뜸해지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참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정말로 삼촌을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이젠 시님처럼 서쪽을 찾아가는 수도자들에게 정성을 기울이시죠. 물론···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아베스라를 보았다. 정확히는 평원 너머를 응시하고 있는 아베스라의 눈을 보았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였지만 지평선에 걸쳐있는 하늘은 희붐한 빛으로 시간의 교대식 같은 것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직 밤도 아니요, 낮은 더구나 아닌 교차점에서 빛은 제 몸을 사위어가며 어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스라는 여자의 눈길을 의식하며 문득 정수리에서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서늘함을 느꼈다. 그는 왠지 처음이기도 하면서 마지막이기도 한 지점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님이 구하는 것은 무엇이죠?

여자가 눈길을 서쪽 하늘께로 옮기면서 물었다. 그곳엔 지평선에서 한 뼘쯤 위로 서둘러 올라온 별이 빛나고 있었다. 별은 빛의 농도가 짙어졌다가 약해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어떤 추진력을 얻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조금씩 더 높아져 갔다. 아베스라는 그녀가 보고 있는 별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게 무엇이기에 그걸 찾으려고 헤매고 있는가.'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뭐라고 하던 대답은 해야 할 것이라 여겨졌다.

-내가 찾는 것은 처음입니다. 신이 인간에게 주었던 처음 마음. 그걸 회복하면 모두가, 특히는 세상의 대다수이면서도 낮은 곳으로 짐승처럼 내몰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처음을 찾는데 도무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군요. 그걸 찾아서 저 사람들에게 전해줘야겠다고 길을 나섰는데···

아베스라가 말을 끊고 짧은 신음소리를 냈다. 갑자기 허허로운 바람이 그의 가슴에서 소용돌이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모르죠. 그걸 찾는 순간 나는 죽을지도. 내가 죽어서 그 처음이 세상에 빛처럼 번져갈 수 있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하! 그런데 역부족이에요. 나란 존재가···, 도무지, 앞을 볼 수가, 없어요, 없어요, 없어요!

아베스라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여자가 몸을 돌려 그녀의 집 쪽으로 달려가며 말했다.

-그 말 때문에 당신은 살아갈 거예요!

아베스라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바람이 불었다. 작은 바람 한 줄기가 거친 땅을 딛고 서더니 빙그르르 돌며 회오리를 만들었다. 바람기둥이었다. 그것은 마치 땅과 하늘을 잇는 구조물 같았다. 그러나 곧 위세가 잦아들면서 푸른 먼지만 남겨놓고 소멸되어 갔다.

-무슨···

아베스라는 무슨 표징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알 수 없었다. 그는 곧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단전에 정신을 모으고 숨을 모았다. 그러나 자꾸만 단전이 풀렸다. 정신은 흩어지고 숨은 불규칙하게 휘어지고 있었다. 머리는 뜨거워지고 이마엔 땀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금방 얼굴 전체에 물을 흩뿌린 듯 땀방울이 가득 맺혔다. 아주 오래전, 신두(Sindu)2)에서 왔다던 한 수행자에게 처음 명상수행법을 배울 때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다. 두부에 열꽃이 가득 피어나자 신두에서 온 수행자는 놀라서 서둘러 그만두게 했었다.

-따뜻한 차나 한 잔 드시고 주무시우.

노파가 차를 내왔다.

-내 아들의 이름은 베흐루즈. 좋은 날에 태어난 아이라는 뜻이라우. 좋은 날에 태어난 좋은 아이였지. 그날 서쪽으로 떠나는 시님을 따라 가버리기 전까지는···

노파의 눈동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이젠 그 앨 보기 위해 잠을 청해. 그런데 요즘엔 꿈에서도 볼 수가 없어.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네. 식기 전에 어서 드시우.

노파는 잠시 말이 없더니,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서둘러 아베스라에게 차를 마시라 권했다. 아베스라는 차 권하는 노파의 눈길에서 간절함을 읽으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어서 마시우. 이젠 잠자리에 들어야지. 아주 푹 잘 수 있을 게야.

노파의 말을 들으며 아베스라는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러자 까맣게 잊고 있었던 강렬한 맛 하나가 정수리를 파고들었다.

'이건 혹시?'

사우마(sauma)3)였다. 신두의 수행자로부터 얻어 마시고 열락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렸던 그것이었다.

-이런! 수행허는 사램이 그깟 음료에 정신줄을 놓아버리다니···

겨우 정신을 수습하자 신두의 수행자는 낄낄거리며 놀려댔었다.

아베스라는 단전에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날의 낭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용을 쓰고 있었다. 그는 어서 찬 바람을 쐬든지 침소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어나겠습니다.

아베스라는 일어서며 노파를 향해 합장을 했다. 육신은 나른한 감각 속에서 세포 하나하나가 열리는 것 같았고, 정신은 세상의 모든 분별이 사라지는 환(幻)의 세계 속으로 밀려 들어가고 있었다. 노파가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았고,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감각하되 말하지 마십시오. 발화한 즉 촉(觸)할 것이며, 촉한 즉 배(背)할 것이니 언어를 끊고 감각하십시오.

아베스라는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귓전에 들리는 감미로운 목소리조차 듣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단전에 힘을 모았다. 그는 햇볕으로 반짝이는 빛만 가득한 호수 위 뱃전에 누워 있었다. 일렁거리는 물결을 따라 몸도 리듬을 타고 있었다. 따뜻한 바람이 기분 좋게 몸의 터럭을 흔들었다. 터럭의 움직임을 따라 피부가 긴장하고 이완하며 또 다른 운율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베스라는 그 자신이 연주되고 있다고 느꼈다. 연주되는 몸은 내 것이로되 내 것이 아닌 것이다. 피(彼)에 의해 아(我)가 조율되는 것이다. 아베스라는 율려(律呂)의 끝자락을 잡았다. 잡은 율려의 움직임에 몸을 얹어 일으키며 연주되는 몸을 부드럽게 벗어버리며 스스로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무지개가 걸쳐있는 계곡의 풍광이 고요했다. 햇살과 바람은 혀끝에 감도는 따뜻한 꿀물처럼 나른한 쾌락을 가져다주었다. 계곡 끝에 걸려있는 폭포에서는 세상을 다 적시고도 남을 물이 쏟아지고, 대지는 녹음을 주체할 길이 없어 흑암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아베스라는 고조되는 파동을 견딜 수 없었다. 활화산이 터지듯 단전의 기가 폭발하면서 시흐타르(sihtar)4)의 현이 툭 끊겼다. 현이 끊기자 고요가 찾아왔다. 고요는 공(空)이다. 비어 있되 존재의 씨앗이 숨어있는 것이다. 잠시 후, 그 고요의 수면 위로 작은 바람이 스치자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작은 숨이 파문을 그린다. 건기를 견뎌낸 씨앗이 이슬을 머금은 대지에서 발아하듯 고요는 동요와 화음을 풀어놓는다. 이젠 독주가 아니라 협연이 시작되는 것이다. 밀면 물러나고, 당기면 따라 들어간다. 우선(右旋)하면 좌선(左旋)으로 맞고, 급하면 완화하고 쳐지면 독려한다. 부드럽되 힘을 놓지 않으며, 강직하되 거칠지 않다. 아베스라는 화락(和樂)의 경계를 지나고 있었다. 머지않아 아련함이 나른함으로 변해갈 즈음에 자신의 링가가 요니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느꼈고, 느닷없는 각성이 거대한 송곳이 되어 정수리를 파고들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시게!

노장 수사의 목소리였다.

아베스라는 기겁을 하고 일어나 앉았다.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오래전 일이 꿈에 보이다니, 내가 너무 피곤했던가. 이, 이, 이런!'

그의 하초가 젖어 있었다. 낭패였다. 십여 년 넘도록 없던 일이었다. 몸은 산뜻했지만, 그러니 마음은 더욱 심란해졌다. (계속)

 

 

------------------

 1) 시님은 신을 좇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내포한 단어로 상정한다. '神님'에서 자음이 탈락하여 시님이 된다. 애초에는 신을 의미했으나 신이 인간계에서 철수한 이후에는 신과 인간의 중개자였던 샤먼에게 이 칭호가 주어졌을 것이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는 수도자들의 칭호로 쓰였다고 가정한다.

2) 고대 인도이란어에서 점차 'S'의 음가가 'H'로 변화한다. 신두가 힌두로 변하는 것이다.

3) 사우마(sauma)는 고대 인도이란어에서 환각작용이 있는 제의용 음료를 가리킨다. 인도의 베다시대에는 소마(soma)로 일컬어진다.

4) 기타의 원조인 고대 페르시아의 현악기

 

 

오낙영 사진.jpg

오낙영(글쓴이,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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