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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선이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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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스승을 생각하다

posted May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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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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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오월이다. 5월이 오면 신록의 푸르름과 여러가지 꽃들의 속삭임도 있지만 또 스승의 날이 돌아온다. 어떤 부모와 연을 맺는 가도 중요하지만 스승은 제2의 부모와 다름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스승으로 만났는 가가 한 사람의 생애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초등학교 때 만난 스승의 깊은 인상은 영원히 지울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은 초등학교 때 존경하던 스승으로부터 ‘남을 위하여 사는 것이 가장 보람 있다’는 말을 듣고는 그 말을 마음 속에 새겨 검소한 생활을 실천했다. 많은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재산과 정력, 시간을 고스란히 바치고 이 세상을 하직할 때 오직 한 마디 ‘선생님 말씀대로 살았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정말 스승은 인생의 안내자이며 길이며, 덕(德)이다. 부모가 우리에게 생명을 주었다면 스승은 우리에게 그 생명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준다. 부모는 우리에게 육체를 부여해 주었지만 스승은 우리에게 인격의 향기와 진정한 삶의 의미를 몸소 가르쳐 준다. 부모의 사랑보다 스승이 준 모든 것은 사람이 평생 살아갈 수 있는 사상과 이념에까지 깊은 뿌리를 내린다.  훌륭하고 인격적인 스승은 곧 우리가 그 스승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때때로 스승의 거울에 나를 비쳐 보게 된다. 존경하는 스승일 때 그 스승의 인격은 물론 마음도 닮고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자신에게 옮겨 놓게 된다. 주임교수의 수제자였던 제자가 교수가 강단을 떠난 후 교수와 똑같이 훌륭한 길을 걷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스승과 제자가 의료인이었을 때 같은 길을 걷는 동료로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신뢰와 은혜로운 마음이 바탕이 된 아름다운 관계다. 

 

아무리 실력이 있고 훌륭한 스승일 지라도 한 사람의 제자도 가질 수 없는 스승이 있는 반면에 성실하고 인간적인 스승에게는 제자가 따르는 법이다. 실력은 있지만 학점이 너무 까다롭거나 성격이 냉랭하면 거리감이 생겨 가까이 다가서기가 어렵다. 제자가 잘못을 했을 때 빙그레 미소를 보내면서 어깨를 두드려 주는 스승, 참고서를 살 수 없는 형편을 알고는 참고서를 건네던 담임 선생님, 지식의 전달보다는 정말 근원적인 인생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해주고 이끌어 주던 스승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실연을 당해 절망하던 시절, 그 가슴을 어루만져 주면서 좀더 큰 세계를 향해 팔을 내밀어 주고 손을 잡아 주던 스승은 오히려 부모를 능가하는 고마운 분이다. 스승은 스승의 길이 있고 제자는 제자의 길이 있지만 사제지간의 정은 조건 없는 맹목적인 것이다. 스승은 전문적인 지식을 나눠주면서 우리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계속 북돋아준다. 우리에게 오늘이 있게 한 것은 모두 스승의 은혜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흔히 스승이 없는 사회라고 말한다. 또 진정한 제자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세 사람만 모여도 그 중에 한 사람은 스승이 될 수 있다고 공자는 말했다.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도처에서 스승을 만날 수 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모습이 많이 있다.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 성공한 중년 제자가 그 스승을 바라보는 눈길과 또 제자를 대견스럽게 바라보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은 황홀하고 또 아름답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관계다. 스승이 없다는 사회, 또 제자가 없다는 사회, 그 속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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