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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변화를 요구할 때

posted Jan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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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하효열
발행호수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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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변화를 요구할 때

 

 

자살 계획을 세우고 친구를 찾아갑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떨어져 죽을 것인지 세세하게 설명을 합니다. 그 계획을 바꿀 생각은 없는데 자신이 왜 그런 결론을 냈는지, 자신의 결론이 맞는지 누군가에게 얘기는 해봐야겠다 싶어서 찾아왔다고 말합니다. 친구는 두 시간이 넘도록 세세하게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무서웠는데 이제는 무서운 게 없어졌다.’며 돌아간 친구와는 달리 그 이야기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습니다. 

답답한 사람을 만나면 아무리 애를 써도 같이 마음이 답답해지는 걸 피할 방법이 없다는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화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를 참으며 넘어갈 수는 있지만 집에 돌아오면 만신창이가 된 마음을 만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라서 그렇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상대의 마음에 반응을 하게끔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이 쌓이면 힘든 걸 조절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힘든 상대를 만났는데 오히려 기뻐하고 있는 자신을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는 존재들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일상으로, 혹은 일로 다른 사람의 마음과 마주하는 사람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힘든 이야기에 공감이 되거나, 상대에게서 흘러들어오는 기운을 막느라 에너지가 들기 때문입니다. 고맙고 따뜻한 기운이 단비처럼 들어올 때 겨우 숨을 쉴 수가 있습니다. 힘든 기운은 밀어내고 따뜻한 기운은 당기면서 ‘잘 버티는 것’입니다. 이게 우리의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밀어야 할 때 밀지 못하거나 당길 것이 도통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숨어버리고 싶을 때입니다. 도망가고 싶을 때입니다. 삶이 변화를 요구하는 때입니다. 그럴 때는 무엇인가를 꺼내 기록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내 마음 속에 걸려 있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기 바랍니다. 답이 바로 떠오른다면 그 답은 던져버리십시오. 그 답은 분명 현실에서 변화를 주지 못했던 엉터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 답이 실현되지 못한 현실을 다시 깊게 들여다보십시오. 우리가 당장 떠오르는 그 답을 온전히 따라 갈 수 없는 현실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깊게 인정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야 합니다. 그런 질문과 답이 쌓여가다보면 변화를 원하는 삶에 응답할 수 있는 작은 길은 틀림없이 열릴 것입니다.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한 가지만 철저하게 지키면 됩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면 충분하고, 여럿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어도 좋고, 친구여도 좋으며, 심지어 처음 만나는 사람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연결을 위해 만들어진 사람의 마음은 서로가 느끼고 있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려줄 때 가장 활기가 넘치기 마련입니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로’라는 말입니다. 흐름이 양방향으로 일어나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치우친다면 이글의 맨 처음에 만났던 ‘답답함’의 세상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면, 그만큼은 나를 위해, 다른 이에게 내 얘기를 하는 기회를 꼭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내 곁에 머물러 있도록 하십시오. 세상에 둘도 없는 나의 소중한 삶을 위해, 그보다 중요하지 않은 나의 어떤 것(시간 혹은 돈)이든 ‘사용’해 보도록 하십시오. 그래도 됩니다. 그것이 변화를 요구하는 삶에 내가 가장 정직하게 응답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내 삶은 나만이 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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