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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공부하는 따뜻한 상담 활동가, 장은정

posted Oct 0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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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공부하는 따뜻한 상담 활동가, 장은정

 


금년 3월 말에 심심 상담활동을 하는 상담가들이 속해 있는 세종로정신분석연구회 창립 10주년 기념행사가 광화문 모처에서 있었다. 그 날 행사의 사회를 맡았던 장은정 조합원을 멀리서 본 것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번에는 종로에 있는 연구회 사무실에서 마주 앉아 인터뷰를 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간단히 본인 소개를 해달라고 했더니 질문을 해주면 대답을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질문을 시작했다.

Q : 어릴 때 외국에서 살았다고 들었어요.
A :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아셨네요. 오랜 기간 살았던 것은 아니고 2년 6개월 정도 살았어요. 다섯 살 때 삼성 직원이었던 아버지가 미국 뉴욕으로 발령이 나서 가족이 같이 가야했어요. 그런데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그 동안 살던 집을 비운 상태에서 어쩌다 엄마를 잃어버리고 미아가 되어 경찰서에서 울고불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일이 있었던 탓인지 미국에서 학교에 가야 하는데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다 엄청 혼이 나고서 학교로 들어갔던 기억이 있어요.

Q : 어른 시절에 기억나는 다른 이야기들은 무엇이 있나요?
A : 미국에 살 때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Are you my friend?’라고 물었다고 해요. 외국 생활의 어려움을 나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봐요. 귀국해서 초등학교 2학년으로 학교를 다녔는데 한국말을 잘 못해서 같은 반 아이들이 내 노트에 몰래 ‘바보 장은정’이라고 썼던 것 같아요. 요즘 표현으로 왕따를 당했지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어릴 때 외국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시절에 가면 더 힘든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더구나 가족과 같이 안 가고 혼자 가게 되면 아주 어려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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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가족은 남편과 아들 두 명이 있다고 들었어요. 세 남자 틈에서 왕비처럼 살고 있지 않나요.
A : 큰아들은 석사과정을 하고 있고 작은 아들은 복학생이에요. 아들이 군대에 갔을 때 처음 들어가면 이등병이고 제일 졸병이라고 불평하기에 제가 ‘엄마는 25년을 그렇게 살았다.’고 대답해 주었어요. 말 그대로 세 남자를 받들고 살고 있어요.

Q : 심리상담 공부를 하게 된 동기나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A : 이 질문은 꼭 받을 것으로 예상했어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일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남편과의 관계인 것 같아요. 연애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의 관계가 힘든 상태가 지속 되었어요. 우리는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의 사람이었는데 둘이 뭔가 안 맞는지 계속해서 부딪히게 되고 풀어보려고 노력해도 안 되고 그 이유도 모르겠더군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커서 대학에 들어가면 헤어지자는 얘기도 했어요. 그 당시에는 두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Q : 심각한 상황이 느껴지네요. 어떻게 풀어갔는지 궁금해지네요.
A : 그러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당시 집이 일산에 있어서 친한 사람들도 만들고 교육에 도움이 되고자 제 나름의 활동을 하려고 참교육학부모회에 들어갔어요. 육아와 교육 관련하여 다양하고 좋은 강의를 많이 들어서 참 좋았어요. 그럼에도 뭔가 한계가 느껴지고 엄마와 아이들 간에 트러블이 생기면 교육만으로 해결되지 않음을 느끼던 차에 계기가 생겼어요. 어떤 행사에서 제가 사람들 앞에서 발표도 하고 진행을 하였는데 스스로 심각한 한계를 느끼고 허탈해지는 것이었어요. 그 때 지인이 자기 얘기를 하면서 상담을 받고 있다고 귀띔을 해주었어요. 꿈 분석에 대한 상담을 받는다고 했는데 정신분석적 상담이었던 것 같아요. 그 분에게 상담을 하는 분이 이은경 선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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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상담공부를 하게 되는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 같네요. 계속해 주세요.
A : 처음에는 공부보다는 상담받는 기분으로 일주일 한번 다녔는데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서 어느 날 남편이 이제는 자기를 비난하지 않아서 고맙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전이나 그 때나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신기하고 궁금했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남편을 대하는 저의 태도에서 뭔가 달라진 점이 있었나 봐요. 이전에는 불만의 원인이 남편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모습이 상담을 받고 공부하며 달라진 것 같았어요. 이후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점차 좋아져서 지금은 남편과 관계가 많이 편안해졌어요.

Q : 결국 상담을 통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상담의 어떤 점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네요.
A : 남편의 말을 들으면서 제가 의식적으로 한 행동은 없지만 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 부분 분명하게 말로 설명은 못 하겠지만 의식이 관장하는 부분보다 모르는 부분이 훨씬 크다는 것이 정신분석의 근본적인 개념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전에는 남편이 저를 대하는 태도에 관심을 집중했다면 상담을 받고 공부하면서 저의 인생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중요한 변화의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부를 더 하려고 광화문에 있었던 대상관계연구소 강좌도 들으려 다녔어요. 그러다 이은경 선생이 일주일 에 한번 공부하자고 한 것이 벌써 10년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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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정신분석에 대해 기본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 왜 정신분석을 공부하나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정신분석은 인간의 말과 행동에 대한 설명을 할 때 뿌리에서부터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분석이라는 말이 주는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에 비하면 인문적이고 따뜻하고 총체적으로 바라보려는 것이지요. 궁극적으로 인간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지요. 인간은 약하고 추한 것은 안 보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끔찍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화를 내기 쉬운데 정신분석에서는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 근본 바탕을 보려고 하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을 먼저 갖게 되지요.

Q : 정신상담 이전에 직업에 대한 경험이 있으신지요.
A :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못하고 바로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아이들 교육과 일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갈등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일을 하게 되어서 아이들 교육을 소홀하게 되면 먼 훗날 아이들이 컸을 때 후회할 것 같은 마음이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교육 쪽으로 마음을 정했어요. 어찌 생각하면 그런 결정으로 포기한 일들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바쁜 남편은 그런 부분을 충족시켜 주지 못했기에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같아요. 

Q :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참교육학부모회 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기억나는 일들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홈페이지 )
A : 교육에 대한 생각이 같은 학부모들을 만나서 함께 활동하고자 참여했던 것 같아요. 두 가지 일이 생각나네요. 장구 모임에서 10년 정도 배우고 활동했던 것 같아요. 장구를 치면 건강에도 좋았고 마음도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2~3년 전부터 상담활동에 집중하느라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선생님과 학부모들 그리고 아이들 모두 40명이 실크로드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돈황도 가보고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놀았기에 부모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었던 여행이었어요.


Q :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들을 내담자라고 호칭하지요. 그런데 내담자가 정해진 회차를 모두 마치지 않고 도중에 그만 두는 경우에 어떤 느낌이 드는지요?
A : ‘심심’ 상담활동을 한 세월이 벌써 4년이 됐네요. 그 동안 ‘심심’을 통해 만난 내담자들도 꽤 여러 명이었어요. 당초 20-30회기 정도를 예정하고 만나서 상담을 시작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내담자들이 원해서 중도에 종결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마음이 좀 힘듭니다. 과연 이 상담이 내담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상담자로서 내담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는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내담자에게 이번 상담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기회였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Q : 상담가로 주위에 알려지면 좋은 점도 있지만 불편한 일들도 생길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 내담자로 찾아온 사람이 아닌 일반인들을 만나서 상담자 역할을 하면 안되지요. 특히 어린 사람들이나 자식들에게 상담자의 모습을 보이면 상담하지 말라는 핀잔도 듣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주변에서 상담자의 역할을 원해서 만나자고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해요. 상담자로 알려지게 된 자리에서는 상담자로 처신해야 하고 어떤 면에서는 그런 기대를 하기에 불편하지요. 상대방에게 가르친다는 오해를 갖게 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자고 스스로 다짐해요.

Q : 상담자의 태도에 대한 글을 길목인(2018년 12월호)에 ‘상담자의 태도에 관한 몇 가지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쓰셨는데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A : 영화를 보며 내용상 상담자의 태도와 관련된 3가지 점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손쉬운 분노에 호소하지 않는 영화이고, 빈곤을 구경거리로 삼지 않는 정직한 영화이며, 세상을 구하는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주: 자세한 내용은 길목인의 내용과 같으니 읽어봐 주세요.) 

Q : 그 동안 길목협동조합의 활동에 참여했던 내용과 향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됨에 따른 기대와 제안할 얘기가 있으면 한마디 부탁합니다.
A : 심심 상담활동 이외에 서촌기행과 조합원 총회에 참석했던 것 같아요. 사협으로 전환되면 상담활동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들어서 기대가 됩니다.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이 폭 넓게 존재할 것이라 생각되는데 사협이 접촉면을 넓혀갈수록 심심의 할 일과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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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의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다. 낮선 조합원과 만나서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다양한 색깔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조합이라는 틀 안에서 같은 조합원으로 만나는 모습이 주는 편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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