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심심엔]

ddaeed

새 것은 아니지만 작은 위로는 됩니다

posted Apr 28, 2019
Extra Form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bookCover_resize.jpg

 

 

새 것은 아니지만 작은 위로는 됩니다
 


저는 상담 대학원에서 자아초월상담을 공부했습니다. 가끔 ‘자아초월상담이 뭐예요?’ 묻는 분도 있고 ‘자아초월상담은 왠지 어려울 거 같아요’ 하시는 분들도 가끔 만납니다. 저 자신도 자아초월상담 대학원에 입학 지원서를 쓰기 직전까지 ‘초월’도 ‘상담’도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초월에 꽂혀서 자아도 제대로 못 챙길까봐, 나도 어떻게 못하면서 남을 변화시키는 게 가능은 할까 좀 두려웠습니다.

자아초월상담은 자아초월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을 기반으로 한 상담입니다. 좀 더 직역에 가깝게 초개인심리학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통적인 심리학이 ‘개인의 자아’를 대상으로 한다면 ‘자아초월심리학’은 사회과학인 심리학의 범주에서 배제됐던 영적인 영역까지 대상으로 한다는 부분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보는 개론서 중에 ‘자아초월심리학과 정신의학’이란 책이 있는데 그 책 역자 서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영성을 기존의 종교에 엮어 넣지 못하는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 그들은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진 않기 때문이다. 물론 영적이면서도 종교적인 사람도 있으며 이들은 아주 행복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만큼만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해의 틀을 제공받는다는 것은 실로 중요하다’는 구절을 읽으며 오랜 동안 나 스스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어떤 부분을 이해받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아초월상담심리학을 최근에 각광받는 4세대 상담심리학이라고도 하지만 학문으로 범주화한 게 그렇다는 거지 ‘해 아래 새 것이 없나니---’라는 전도서의 구절처럼 사람을 생물학적인 존재이자 동시에 영적인 통합된 존재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시각은 전통적인 지혜 속에 녹아있습니다. 자아초월 심리학이라는 이름이 좀 낯설지는 몰라도 막상 알고 보면 나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좀 더 편안하게 담아낼 수 있는 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배우고 있는 포커싱도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경험해 보니 편안하고 좋아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작은 지면에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포커싱은 몸에 느껴지는 무의식의 신호가 나타내는 심리적 불편감을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신체감각의 변화를 경험하고 동반되는 정서변화를 경험하는 심리치료입니다.

포커싱 기법을 만든 유진 젠들린은 칼 로저스와 함께 시카고대에서 교수를 하며 인간중심 상담을 했습니다. 수 천 건의 방대한 상담 녹음을 분석해보니 상담 효과가 유난히 좋았던 내담자들은 상담 초기부터 자신의 생각을 분석하고 비판하기보다 신체감각과 내적인 변화에 민감한 경향이 뚜렷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내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과정에서 포커싱 과정이 생겨나고, 상담자와 내담자가 아니라 무료로 함께 포커싱을 할 수 있는 포커싱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책으로만 볼 때는 놓치기 쉬운데 실습을 해보면, 자신의 내적 체험과정을 알아차리고 신체감각이 변하는 경험(Body Shift)을 하기 위해서는 여유와 따뜻함, 가벼운 태도가 필요합니다. 서로 함께 이런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그저 표면적인 상냥함이나 친절, 안 괜찮지만 괜찮은 척으론 부족하고 정말 괜찮아지는 과정, 스스로 편안해지면서 따라오는 자연스러움과 친절함이 필요하다보니 몸을 이완하듯, 점점 더 힘을 빼며 정말로 조금씩 더 편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로저스처럼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공감의 힘과 공감 받는 기쁨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아진 것처럼 젠들린처럼 포커싱을 할 수는 없더라도 오늘도 애쓴 나 자신, 우리 서로를 위로하는 한줄기 바람처럼 기꺼워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홍정연-프로필이미지.gif

 

                        


  1. 흔들리며 피는 꽃

    (사진 : 편집자 스토리북작업 자료) 아주 귀한 글을 받았습니다. 심심 개인상담을 받으신 내담자께서 보내주신 글입니다. 조용히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큰 울림이 전해집니다. 우리 모두에게 치유의 힘을 전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주 ...
    Date2019.10.31 Views228
    Read More
  2. 매일 심심心心운동 해볼까요

    매일 심심心心운동 해볼까요 내 마음을 움직이는 습관과 버릇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몸을 관찰해 보세요. 목이 굽은 이도 있고, 팔자걸음을 걷는 이도 있고, 어깨가 한 쪽으로 기울어진 사람도 있고, 어깨가 뻣뻣해 두 팔을 올릴 수 없는 이도 있고... ...
    Date2019.09.28 Views278
    Read More
  3. 심심공부의 별미

    ( 그림 : 김애자) 심심공부의 별미 요즘 내가 늙었다. 전에 없이 생긴 버릇 - 한산한 전철을 타면 재빠르게 사람들을 스캔하곤 보다 어린 사람 곁을 나의 선택지로 한다. 푸릇한 젊음이 주는 긴장되지 않는 안전감, 덜 형식적인 자유로움, 최신의 세련미, 덧...
    Date2019.08.28 Views232
    Read More
  4. 심심 세미나, 내담자들의 사례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과정

    심심 세미나, 내담자들의 사례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과정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나답게 살고 싶다”라는 질문과 욕구는 최근 5-6년간 나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참으로 다양...
    Date2019.07.28 Views272
    Read More
  5.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다는 건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픈 사람이 있다는 건 지난 4월 초에 77세인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뇌경색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뇌경색이 발병한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최대한 치료...
    Date2019.06.27 Views474
    Read More
  6. ‘힘드니?’ 라고 물어봐주기

    ‘힘드니?’ 라고 물어봐주기 저는 원칙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좋은 말로 원칙적이지만 막히고 용통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한 때는 동료의 얼굴보다는 출근 시각을 먼저 확인하고 ‘또 늦었군!’하는 표정으로 ...
    Date2019.05.28 Views288
    Read More
  7. 새 것은 아니지만 작은 위로는 됩니다

    새 것은 아니지만 작은 위로는 됩니다 저는 상담 대학원에서 자아초월상담을 공부했습니다. 가끔 ‘자아초월상담이 뭐예요?’ 묻는 분도 있고 ‘자아초월상담은 왠지 어려울 거 같아요’ 하시는 분들도 가끔 만납니다. 저 자신도 자아초...
    Date2019.04.28 Views375
    Read More
  8.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심심엔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최근에 <몸은 기억한다-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많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회이지요. 일제강점기, 일본군위안부, 한국전...
    Date2019.04.01 Views310
    Read More
  9. 내가 생각하는 내가 과연 ‘나’일까?

    내가 생각하는 내가 과연 ‘나’일까? 내가 생각하는 내가 과연 ‘나’일까? 상담실에서 내담자를 만나거나, 내가 내담자가 되어 카우치에 누울 때 간혹 떠오르는 질문이다. 이솝우화 하나. 숲 속에 사는 새들이 가장 아름다운 새를 자기...
    Date2019.01.30 Views402
    Read More
  10. 상담자의 태도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상담자의 태도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얼마 전에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년, 감독 션 베이커)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주인공은 6~7살 정도 되는 '무니'라는 소녀인데, 엄마랑 디즈니랜드 근처의 모텔을 임시거처로 삼아 살고 있습니다. 영화는...
    Date2018.11.28 Views57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