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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다큐 이야기] 눈꽃 1 - 김진숙 복직을 위한 단식 30일차 기고

posted Feb 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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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별의 다큐 이야기] 눈꽃 1 - 김진숙 복직을 위한 단식 30일차 기고 

 

 

소금꽃나무 

책 한 권을 빌리기 위해 정읍시립중앙도서관에서 신태인도서관까지 왕복 40km를 갔다 왔다. 한진중공업 김진숙(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그따위 걸 책으로 만들어 내자고 나무를 베어 내도 되는 걸까”라고 물었다던 <소금꽃나무>. 김진숙의 복직을 위해 단식 중인 성미선 녹색당 운영위원장의 지인이 ‘옥이’로 등장한다는 그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는 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명색이 르포작가라면서 아직 그 책도 읽지 않았었느냐고 비웃어도 할 말 없다. 김진숙을 모른 채 다섯 사람이 엄동설한에 한 달이나 단식하고 있는 이유인 ‘복직’에 대해 쓸 수는 없으니까. 어차피 읽었으니 전에 읽은 척 쓸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 않다. 열아홉 살 버스 차장 시절의 수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김진숙의 무서운 솔직함이 내 허세를 벗겼다.   

     

30년 가까이 글을 썼지만 본격적으로 이 길에 들어선 지 고작 만 4년. 그 4년을 꼬박 함께했던 유성기업 투쟁이 끝나고 나는 백석의 시처럼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고 ‘산골 마가리(오두막)’로 갔다. 할 줄 아는 건 글쓰기밖에 없는데 생존권인 원고료 구걸이 하도 구차스러워 내 노동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시골에서 독거노인을 돌보겠다고 국비지원교육을 받으러 간 길이었다. 그런데 간지 겨우 사흘 만에 세상에서 연락이 왔다. 송경동 시인이었다. 청와대 앞에서 23일째 단식 중이라고 했다.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 복직을 위해서.  

 

내가 라이너 침닉의 <크레인>을 읽은 건 아마도 그 전 해인 2011년 크레인 위에서 309일 만에 내려온 김진숙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는 크레인=김진숙, 그랬다. 

노동운동의 전설 김진숙을 처음 본 건 2019년 12월 29일, 대구에서 부산 영남대의료원까지 당일 182일째 고공농성 중인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전 지도위원을 응원하러 가는 도보순례 길에서였다. 내로라하는 사진작가들과 보도진들이 있었다. 나는 일부러 멀찍이서 걸었다. 너무 유명하거나 남들이 다 찍는 대상은 찍고 싶지 않은 삐딱한 기질 때문이었다.    

  

지난 연말에 김진숙이 이번에는 친구가 아닌 본인의 복직을 위해 또 걷는다는 기사를 읽었다. 암 투병 중인 이가 수술을 앞두고 길 위로 다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았다. 도보순례만큼 평화롭고 건강한 방법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걷기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수많은 카메라와 기자들이 몰릴 현장에 굳이 나까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좀 더 소외되고 약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구실을 댔다. 

그런데 파인텍 투쟁에서 26일 단식했던 송 시인이 또 단식에 돌입한 것이었다. 함께하는 이들을 물었더니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수석부지부장, 서영섭 신부, 김우 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전 4.16연대 운영위원), 성미선 녹색당 운영위원장이란 이름이 들렸다. (박승렬 목사와 한경아 새세상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는 함께 시작했다가 연말과 14일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중단했다.) 

여리여리한 김우는 파인텍 때 21일 단식투쟁한 이였고 푸근한 성미선은 지난여름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청와대 앞 <사용후핵연료 재검토 공론화 무효-월성원전 핵쓰레기장 추가건설반대> 투쟁 때 나와 함께 매일 지지방문을 했던 녹색당 운영위원장이었다. 그 둘을 안다고 하자 송 시인이 성미선 위원장 인터뷰를 부탁했다. 체감온도 영하 25도까지 내려갔던 그 즈음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에 노숙이라니,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주말에 올라갈게요.” 그렇게 260km를 네 시간 운전해서 서울로 갔다. 

 

김진숙과 녹색 

청와대 분수대 앞에 얼음호수가 있었다면 낚시하는 모습이라고 해도 어울렸을 것이다.  

토요일 한낮에 ‘반인권상황 무기한 단식 20일차 기념 [청와대 극한 미술관]’ 안에 있는 단식자들은 접이식 의자에 앉아 흡사 동상처럼 요동이 없었다. 정남향에서 직사광선을 발사하고 있는 태양은 선글라스를 껴야 할지언정 차라리 고마웠다. 오후 네 시가 지나 인왕산으로 해가 기울면 그 때부턴 추위와 악전고투를 벌여야 하니까. 보드지 피켓으로 만든 바람막이 안에는 두 명이 누울만한 침낭이 있었다. 바람막이 비닐 한 장, 의자 한 개를 반입할 때마다 경찰과 몸싸움을 해야 했고 때문에 송 시인은 안경을 새로 맞춰야만 했다. 

 

녹색당 성미선 운영위원장 앞에 앉았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거리는데 흔한 눈물부터 줄줄 나왔다. 

‘임기 다 지난 정년, 명예복직 좀 해 달라는데 왜 이렇게 여러 사람이 이 혹한에 생떼로 굶어야 하는 건데? 뭐 이딴 세상이 다 있어?’

그이에게 부려봤자 소용없을 투정 대신 왜 단식에 나섰냐는 질문을 했다.  

“김진숙이랑 녹색당이 무슨 상관인데요?”

“2012년 녹색당 창당 당시 김(진숙) 지도(위원)가 단 하루라도 살고 싶던 세상이 녹색당에 있다고 하셨어요. 2016년 총선 때는 선거운동도 같이 해 주셨어요. 현역에서 물러나면 녹색당에 가입해서 텃밭 가꾸면서 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지금은 묘연해진 일이지만 한 때는 나도 희망하는 정당이 집권하는 세상이 오면 녹색당원으로 살고 싶었다. 온 생을 걸고 노동운동만 해 온 강철같은 투사 김진숙에게도 나와 같은 꿈이 있었다니, 2019년 겨울, 그이에게 대놓고 포커스를 맞출 수 없었던 거리감이 면구스러움으로 다소 줄어들었다.   

 

“크레인 싸움에서 먼저 내려온 게 나무박스였잖아요. 상추, 치커리, 방울토마토가 먼저 내려왔거든요. 그렇게 ‘생태적 감수성’을 지니신 분이기 때문에 녹색당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하셨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별 말 아닌데 또다시 눈물이 줄줄 흘렀다. 크레인에서 텃밭농사를 지은 김진숙의 마음이 10년 지난 지금의 내 가슴에 절절히 다가왔다. 1월에 올라가 11월까지, 사무치게 그리웠을 흙냄새와  생의 형태에 대한 격한 공감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같은 ‘감수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소원을 위해 몸 던지는 또 한 사람, 성미선의 음성에서 초연한 평정심을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시공간은 다르나 ‘복직’이라는 같은 목적으로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의 사투. 그것들은 이해 불가할 정도로 이타적이란 공통점이 있으며 초록의 생명, 그 고귀한 형상으로 시각화되었다. 성미선의 말에서 녹색당 운영위원장이란 직함에 따라오는 정당의 이해득실과 정치사심 같은 냄새는 나지 않았다.     

 

 

단식-26일차-성미선_resize.jpg

성미선 녹색당 운영위원장

 

 

해고와 녹색 

“기본적으로 녹색당이 추구하는 노동정책이 노동자가 안전하게 노동시간이 잘 지켜지고 직업, 학력, 나이, 성별로 차이 받지 않는 세상이니까요. (김진숙 지도위원) 35년간의 해고 상태는 가혹한 일이죠. 전 생애에 걸쳐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노동자들 위해 자기 자신의 요구를 철회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저 분이 보여주신 것 같아요.”

 

성미선의 말 속에는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그이에게 김진숙은 ‘노동자란 무엇인가’를 알려준 인물이었다. 이번 단식이 고마움을 갚을 수 있는 기회라는 성미선에게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의 지대함과 고마움을 고마움으로 갚을 줄 아는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지순한지를 볼 수 있었다.   

 

“희망버스 때 부산 영도 현장에 갔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오는데, 노동자가 없는 세상이 잘 굴러갈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사회에는 노동자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있잖아요. 자신이 노동을 하면서도 노동자인 줄 모르는 것처럼요. 노동자 한 명 해고가 함께 일하는 공동체에 미치는 정신적 충격이 있는데도 말이에요. 사회가 약자에게 폭력적이고, 그 사람들이 (권리를 얻기 위해) 다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 자체가 잘못된 사회죠.” 

 

성미선 위원장이 본인은 단식 중임에도 불구하고 잘 아는 셰프에게 부탁해서 주변사람들 음식을 챙기는 어머니의 면모를 보인 날은 1월 16일 단식 26일째였다. 사측이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고 사업장마저 사라졌던 파인텍 투쟁도 연대단식 26일에 끝났었다. 이 무슨 처절한 기록갱신이란 말인가? ‘김진숙’이란 세 글자가 미치는 영향력만으로도 당연히 연말에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유명세가 2003년 김주익 열사 투쟁 당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경련 등이 김진숙 복직만은 안 된다고 했던 이유였을까?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지난 연말로 정년도 지나 출근할 수 있는 날도 남지 않은 복직을 시켜달라는데, 그것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 단식을 해야 할 문제인가? 

 

“(김 지도위원이)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한 날들이 무단결근으로 처리돼 해고가 된 거잖아요. 국가폭력에 의한 불법해고였어요. 이후 복직판정도 받았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한진중공업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에요. 국책은행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잖아요. 정부가 산업은행장 임명권, 지휘 감독해야 할 책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진숙은 1986년 7월 14일, 주식회사 한진중공업 재직 중에 어용노조 비판 등을 이유로 입사한지 만 5년 만에 징계해고 당했다. 

2009년 11월 2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그 해고가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것임을 인정하고 한진중공업에 복직 권고했고, 2020년 9월에도 다시 복직을 재권고했다. 

2011년, 김진숙은 309일간 한진중공업 구조조정 반대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을 했고 이 때 ‘희망버스 운동’이 등장했다. 

2020년 9월 11일, 부산시의회는 ‘한진중공업의 투명하고 공정한 매각과 해고노동자 김진숙 복직촉구결의안’을 의결했다. 

10월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위원들이 한진중공업 이병모 대표를 출석시켜 복직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는 2020년 4월경부터 김진숙의 정년인 12월을 앞두고 복직과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위로금) 및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며 사측과 교섭을 벌였으나, 사측이 임금 및 퇴직금 지급에 관하여 배임 문제를 들어 교섭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12월 11일, 노동법률단체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기자회견에 따르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한다.  

    

가족과 108배 

갑자기 주변이 떠들썩했다. 정홍형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수석부지부장(리멤버 희망버스 집행위원장)의 가족들이 부산에서 왔다. 그날 생일 맞은 아내와 딸과 아들이었다. 몇몇이 준비한 아름다운 꽃다발과 케이크가 등장했다. 날이 너무 차서 나이만큼 꽂은 생일 초에 불이 붙지 않았다. 얼어붙은 길바닥에서 굶고 있는 가족을 보는 심정이 그렇게 시릴까? 부산에서 서울까지 온 거리와 시간에 비하면 촌각같은 생일 파티였다. 

 

 

한겨울-생일축하_resize.jpg

한겨울 생일축하 

 

 

잠시 후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전 기륭전자 분회장)이 백팔 배를 시작했다. 다른 쪽에서는 박문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보건의료노조 전 지도위원)도 천 배를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 앞에서 매일 삼천 배를 한 실력이라 그런지 동작이 매우 날렵했다. 일 년여 전 높디높던 영남대의료원 옥상에 있던 사람이 내 앞에서 절을 하고 있었다. 당시 김진숙은 울면서 영남대의료원 입구를 통과했고 옥상으로 올라가 박문진을 안았었다. 일 년여 후, 김진숙은 걸어서 추풍령을 넘고 있었고 박문진은 청와대 앞에서 절을 올리고 있었다. 그 모든 상황들이 현실 같지 않았다. 인간의 당연한 권리들이 지켜지지 않고 그것을 요구하는 일들이 산을 넘어도 또 산이 나오는 것처럼 감당하기 버겁게 반복됐다. 김소연 다음에는 인권활동가 명숙의 절이 이어졌다. 수많은 스님, 시민들의 절이 계속 이어졌다. 전국에서 매일 일만 배를 한다고 했다. 산이 나와도 또 넘을 수 있다는 의지가 소리 없이 청와대를 향해 겸손하고 정중하게 낮고 낮은 온몸으로 보여 지고 있었다.       

 

 

천-배하는-박문진_resize_resize.jpg

박문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보건의료노조 전 지도위원)

 

 

“복직했냐?”

초고를 쓰고 난 월요일에 다시 청와대 앞으로 갔다. 단식 28일째였다. 폭설이 내린다기에 잔뜩 걱정을 했다. 눈발이 날리자 시를 읽던 김우는 우산을 펴들었고 정홍영은 구부린 몸을 더욱 말아 당겼다. 바닥에 깔린 김진숙 얼굴에 눈꽃이 피었다. 스님이 신을 엎어놓고 108배를 하셨다. 거꾸로 가는 세상에서 눈을 피하면 무엇이 또 닥쳐올까? 바로 옆에서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노래와 피케팅이 433일째였다. 

박문진 위원이 김우 활동가와 정홍형 수석부지부장의 혈압과 혈당을 쟀다. 옷을 얼마나 껴입었는지 혈압측정기를 채우기까지 겹겹이 옷을 걷어 올려야 했다. 오춘상 한의원장의 주기적인 관리에도 불구하고 정홍형은 고혈압이 의심되었고 가녀린 체구의 김우는 그때까지 다행히 수치상 문제는 없었다. 

 

 

엎드림2_RESIZE.jpg

엎드림

 

 

혈당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성미선 위원장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처음엔 열흘 정도 버티면 되겠지 했어요. 지금은 해결할 때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식적인 사회가 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점점 깊어져요. 길은 우리가 만든다!”

 

팬데믹 시대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차량투쟁은 사실 녹색당 취지와 맞지 않는다. ‘생태’와 ‘공존’을 지지하는 녹색당 대표의 단식은 보다 평화로운 내려놓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며 한 달을 보내고 느낀 것은,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소수자 약자들이 차별 없이 살 수 있도록 삶의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계속적으로 돈 있는 사람들에게만 집중돼 있는 걸 현장에서 확인했어요. 모든 분야에 노동문제가 있는 거예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산업으로 긍정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해요. 그런데 오히려 대량해고를 하고 있잖아요. 이제는 전체 노동판에 대한 전환의 시작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섰어요.”  

그 선례가 될 김진숙 복직에 대해서는 사회지도층의 연대가 요구되고, 현장에 못 오는 분들도 각자 있는 자리에서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힘을 모아보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성미선이 꿈꾸는 세상을 물었다. 너무 많이 일하지 않으면서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존중 받으면서 차별 없이 사는 세상이라고 했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면 해고 없는 세상이면 좋겠다. 

 

모두의 안녕을 바라고는 다시 260km를 4시간 운전해서 내려왔다. 고속도로가 얼어 여기저기에 추돌사고가 나있었다. 청와대 앞은 얼마나 추울까? 단식을 하면 체온이 더 내려가는데 그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2019년, 콜텍 투쟁은 해고 13년에 셋 남은 노동조합원 중 임재춘 단식 42일 만에 타결이 되었다. 김진숙의 해고기간은 무려 35년이다. 모두 답이 없다고 절래절래 고개 젓던 파인텍 투쟁도 다섯 명 남은 노동조합으로 차광호 지회장 단식 33일과 시민사회종교대표 연대 단식 26일 만에 타결됐다. 

 

2021년 1월 20일, 김진숙 복직투쟁 단식 30일째다.   

 

정읍에서 제일 큰 도서관에 없어서 신태인까지 가서 빌려온 책을 읽다가 신음소리와 함께 울음이 터져 나와 입을 틀어막은 구절이 있다. 

 

‘수배 생활로, 감옥으로, 몇 년에 한 번씩 뵙게 되는 아버진 그때마다 영 다른 사람의 모습이곤 했습니다. 제가 가면 첫마디가, “복직했냐?” 누우신 지 4년째부터는 말씀을 못 하셨는데, 그래도 절 보면 입모양으로만 물으셨습니다. “복직했냐?”  (소금꽃나무, 238쪽)

 

“네, 저 복직했습니다.”

 

김진숙이 그 대답을 꼭 할 수 있도록, 지금 그이를 위해 목숨을 내건 다섯 명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더 해야 하나? 아니 정작 무언가를 해야 할 한진중공업과 산업은행과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눈꽃-핀-김진숙_resize.jpg

눈꽃 핀 김진숙 

 

 

본 원고는 프레시안 ‘2021년 1월 20일자, ‘김진숙 복직’ 단식 30일째 [희망뚜벅이 김진숙] 한진중공업과 산업은행 그리고 정부가 해야 할 일’으로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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