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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환경과 우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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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삶과 공동체교육

posted Jan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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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 김인수
글쓴이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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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 그중에서도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은 기본적으로 공생공영(共生共榮)이라는 국가주의적 이념의 성취이다. 함께 살고 함께 번영하자는 좋은 뜻이지만 사실 공영(共榮)의 내용은 돈(자본)과 힘(국가 폭력)에 의한 번영이었고, 이웃 나라에 대한 배타적ㆍ적대적 관계를 심화해 왔다. 그나마 공생(共生)의 가치는 그 와중에서도 힘겹게 쟁취한 것이었으나 이 또한 복지의 이름으로, 제도화의 이름으로 그 생명의 가치는 퇴색되고 있다. 선진국, 개발도상국, 후진국 할 것 없이 모두 국내적ㆍ국제적 빈부격차와 폭력지수는 이미 인류 선의에 의한 희망의 가능성을 무력화시킨 적이 오래되었다. 공영은 물질의 더 많은 욕망을 의미했고, 이 과정에서 인간 소외와 자연 소외를 넘어서 이제 인간과 자연을 향한 자살문명을 끌어들이는 형국이다.

 

일본의 환경사회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스치다 다카시'는 이제 공생공영이 아니라 '공생공빈(共生共貧)'의 사회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한다. 필요 이상의 소비는 죄악이라는 그의 명료한 발언은 이미 미국의 농부철학자인 웬델 베리의 "현대인은 소비하는 만큼 죄를 짓는다."라는 주장과 일치한다. '고르게 가난하게 더불어 사는 사회'는 대중화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하고, 결국 종교적 실천주의자들의 소수 운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공생공영의 사회, 공생공빈의 사회에 대해 잠시 탐지해 보았지만 이제 공생공락(共生共樂)이라는 대안적 사회를 꿈꿔보았으면 한다. '공락', 'convivial' 또는 'conviviality'란 연회, 친목 도모, 쾌활함 등을 의미하는 용어이고, 공환(共歡)으로 사용할 수도 있으나 공생공락이라는 말이 이해하기 쉽다. '공락'은 단순히 즐기고 기뻐하고 기분 좋은 상태만이 아니라 관계에서의 조화로움과 생기 있음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동학(東學)의 삼경사상(三敬思想)에서의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진리이신 하나님과 사람 그리고 자연과 물건 사이의 공경스러운 관계, 그리고 그 관계에서 우러나오는 평안과 기쁨일 것이다. 그것은 소유과 욕망이 아니라 적은 것도 나누고, 기뻐할 때 기뻐하고, 그 존재 자체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삶일 것이다. 그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환대의 문을 열어놓는다. 그것은 착취와 남용과 비정의 경제가 아니라 우정의 경제를 가능케 하고, 진정한 생태적 삶에 가까이 가게 할 것이다.

 

생태적 삶을 지켜내기 위한 공동체적 노력으로서 우리는 무엇보다 흙에 기반을 둔 농본적(農本的) 삶에의 회복이 긴급하다. 모든 생태회복과 평화로운 삶은 흙의 회복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기만족을 위한 귀농ㆍ귀촌이 아니라 생태적 고백의 의미로서, 문명사적 전환으로서의 귀농 운동이 일어났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양식이 돈의 힘을 최소화하는 삶을 찾고, 우리 자신이 그러한 삶을 실현하도록 가난하게 사는 삶의 부요함을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계와 수단에 의한 삶이 아니라 손과 몸과 간단한 도구를 활용한 공예적 삶을 회복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과 자연에 대한 환대공동체의 조직과 실천 등은 피할 수 없는 대안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태적 삶을 고양하기 위한 교육적 제안으로서 시(詩)를 쓰는 운동을 제안했으면 한다. 이 말은 단지 생태주의 시를 쓰자는 말이 아니다. 시는 사물과 존재의 근원에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그 근원의 그늘에서 발견된 아름다움을 경탄하는 것이다. 그 아름다움은 가난과 절망과 파괴도 감내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믿고 싶다. 신형철교수의 말대로 '시를 통해서 우리는 하마터면 못 보았을 것을 본다'(몰락의 에티카 p.541, 문학동네) 그리고 시를 쓰게 되면 우리는 좀 더 느린 발걸음, 좀 더 깊은 눈길, 좀 더 조심스러운 경청, 좀 더 사려 깊은 접촉이 가능하게 되며, 그러한 시적 삶의 태도(Poetic Posture in life)에서 우리는 점점 고백적이고 영혼에 다가가는 떳떳한 교육적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문명>

 

자연은 사람 손보다 빈틈없고

본능(本能)은 교육보다 오래간다.

 

산과 들과 바다와 사막은 태초부터

뭍 생명을 키우고

온갖 풍상을 겪어왔지만

결코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늘상 경탄과 아름다움을 잊은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문명은 오염과 쓰레기

위에 세워져 왔으며

죽음에 죽음을 이어온 지

하도 오래되어

생명을 경축하는 기억조차

쓰러져 간다

 

진종일 가르치고 지치도록 배우지만

우리는 우리가 세운 문명을

두려워하고 우리의 하늘을 우려하고

우리의 남은 땅이 우리의 아이들을

살려낼까 걱정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가 가르치고

우리 아이들이 배운 그 지식이란 게

거짓이었거나, 허약하거나, 우리를

절망케 할 수도 있을 거란 예상에

밤잠이 편치 않다

 

교육은 쉽게 희망을 노래해서는

안된다. 최선의 교육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아이는 겨우 자연의 일부이며

그 은총에 잇대어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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