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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고객, 감정노동자를 다시 말하다!

posted Nov 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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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미
발행호수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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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이라 하면 “고객이 우호적이고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외모와 표정을 유지하고,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압하거나 실제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등 감정을 관리하는 노동”을 말하고 그러한 감정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을 감정노동자라고 합니다. 이 노동자들은 나의 감정을 억압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감정노동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감정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은 우리 일상에서 매일 보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 버스나 택시 기사님들, 공공업무를 하는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서비스 노동자들, 교사, 돌봄노동을 하는 요양사들, 그리고 전화상담을 하는 콜센터 상담사분들, 우리가 매일 보는 노동자들입니다.

 

2018년 4년 전에 이러한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감정노동자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이 법에는 감정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해 사업주는 예방프로그램을 한다던가 고객응대 매뉴얼을 만드는 등의 예방조치와 함께 문제가 발생하였을 시 업무를 중단하는 등의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법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벌금이나 과태료 등의 벌칙조항도 있습니다.

 

법이 시행되고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연구용역비를 들여 실태조사와 함께 고객응대 매뉴얼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매뉴얼이나 보호조치는 현장에서 실제의 힘으로 발휘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리공감에서도 몇 년 동안 충청남도의 감정노동자들의 실태조사를 하고 그 노동자들에게 마음돌봄사업들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업이 실제 얼마나 노동자들에게 실효성이 있는가 하는 것에는 많은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두리공감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고객응대 매뉴얼이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사업장의 조직문화가 어떤지 그리고 사업장의 특성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업장을 가장 잘 아는 현장의 노동자들이 참여해야 하고 또한 사업주의 의지가 담겨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매뉴얼이 효력이 있고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한 사업장을 모델로 해서 사업주와 노동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8주에 걸쳐서 진행되는 이 사업에서는 사용자와 관리자들은 이 사업장의 정책 현황 토론을 하고, 감정노동노동자들과는 직무스트레스의 정도를 진단하고 민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민원인들 특성에 맞는 대응들을 찾아나가면서 노사가 함께 매뉴얼을 만들고 예상 상황을 설정하여 실습을 해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기관장이 선언하는 것까지입니다.

 

이 컨설팅 사업을 하는 사업장은 저소득층 대상으로 사회서비스를 하는 작은 사회복지관입니다. 며칠 전 이 복지관에는 어떤 민원인들이 있는지 지금까지 복지관에서는 지금까지 일명 진상고객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왔는지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도 하지만 주로 노인층 대상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들의 지금까지의 노동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화로 항의하는 것은 소소한 사건에 불과했습니다. 과도한 서비스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휘발유를 가지고 협박하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내야 했고, 가정방문을 했는데 불만을 토로하다가 칼을 던지기도 하는 고객을 상대해야 했고, 술을 먹고 와서 빈번히 항의를 하는 분도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힘드셨는지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그들의 힘겨운 노동을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나의 공감에 대해, 그런 민원인들을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하기에 앞서 꼭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며 했던 노동자의 말이 내 가슴에 남았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삶이 너무 어렵고 고단하다. 그들의 고통을 알아주어야 한다. 그분들은 생존을 위해 그분들은 살아내기 위해 그렇게라고 해야 했을 것이다”그 노동자는 자신의 고통을 돌보기 이전에 그들을 연민의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이라는 말이 입밖에 나오려고 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이 고맙네요”했습니다. 마무리하면서 그 노동자는 지금껏 자신들의 힘든 노동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들어줘서 고맙고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 고맙다고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습니다. 사회가 돌아보지 못한 많은 저소득층, 삶이 힘든 분들은 하소연할 곳이 이 복지관밖에 없었나 보다. 그분들에게는 복지관이라도 있어 다행이었을까 ?!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사회, 생존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이 사회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이분들은 폭력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었고 이러한 폭력을 복지관의 감정노동자들이 받아 내고 있었나 보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인 듯 폭력 앞에서도 연민의 마음을 담아..... 그리고 진상고객이라고 표현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반성했습니다. 우리 사회체제가 폭력적으로 사회의 약자들을 대하고 있었고 그들은 저항하고 있었을 뿐이었구나!

 

이 컨설팅이 성공사례가 되어 수많은 감정노동자들에게 이제는 사회가 그들을 실제적으로 보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사회체제의 폭력으로 상처 입은 고객들 앞에서 매일 힘겨운 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감정노동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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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
('심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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