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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절을 맞이하며
서성이는 아침은 싫어 해 뜨는 산을 향해 소리치며 내달리고 싶어 기약 없는 아침은 싫어 바람 부는 들녘이라도 손 흔들며 반기고 싶어 살아간다는 것은 기쁨이야 하루를 산다는 건 그물을 싣고 바다를 향해 떠나는 싱싱한 희망이야 어젯밤의 졸린 눈으로 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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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냄을 받는다는 것은
마지막 이삭마저 거두어간 빈 들에 섰습니다 잔설 젖은 볏짚을 몇 줌 집어 가슴에 안는데 바람이 자꾸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는 눈물이 고이고 한숨이 흐르고 아무리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버둥거려 봐도 남은 건 결국 지푸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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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불청객이 찾아오지만...
지금 우리 섬에는 멧돼지가 극성이다. 밤마다 밭을 헤집고 다니며 파내고 파먹어서 마을이 성한 데가 없다. 우리는 매일 아침 그 댁 밭은 안녕하신지 안부를 나누고 저녁에는 모처럼 모였다가도 어둠이 내리기 전에 서둘러 흩어진다. 멧돼지가 수영을 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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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의 단상들
50년 지기 친구와 결별했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가까운 관계. 같이 교회를 다녔고 집이 한 동네라 걸핏하면 만나서 산책하고 수다를 떨던,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고, 어떤 속말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이였는데... 무엇보다 우리는 취향도 비슷하고 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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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우리는
오늘 처음으로 에어컨을 틀지 않고 새벽예배를 드렸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역 작업을 돕기 위해 섬에 들어왔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고 다시 섬에는 적막과 고요가 스며들고 있다. 무엇보다 무사히 미역 작업을 마치게 되어서 다행이고 감사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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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남편
오늘 빗길에 근 한 시간을 달려 그녀를 만나러 갔다. 우리는 초면이었고 나는 그녀의 남편과 먼저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그녀는 사람이 지나다니기에 좀 비좁은, 그리 크지 않은 마트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초롱초롱한 눈빛에 활기가 느껴지는 다부진 인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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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이다 보면
부부의 세계는... 노부부께서 배에서 일하시는 게 보인다. 말이 필요 없다. 오랜 세월 함께 일해 온 가락이 있는 것이다. 그저 밀고 당기는 그 움직임이 춤을 추는 것 같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평화로운 풍광이지만 그물을 걷어 올리고 팔딱거리는 생선을 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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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도상에서
변질과 변심 사이 코로나19를 지나며 아들네가 교회를 안 다닌다. 어릴 때는 집이 교회 옆이라 교회에서 살았고, 객지 생활하던 청년 때도 성가대를 하며 교회 생활을 했고 결혼하고는 그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성가대 총무까지 하더니 쉼표, 이후 아직도 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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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이야기
수제김 겨울과 봄 사이, 우리 섬 풍경이다. 강변에 나가 갯바위에 있는 김을 뜯어와 살살 물에 흔들어 김발에 붙여 해풍과 햇볕에 말리면 완전 수제 돌김이 탄생한다. 몇 번 작업하실 때 현장에 따라가서 보고 싶었는데 위험하다고 말리시기도 하고 또 초짜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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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에게 안부를 묻다 1
안녕, 서거차도! 우리 섬에서 가장 가까운 섬은 서거차도다. 배로 10분이면 갈 수 있고 또 그곳 사람들도 종종 낚싯배를 타고 우리 섬에 와서 낚시를 하고 간다. 가족 같은 분위기랄까. 모두 다 서로 잘 아는 사이들이다. 언젠가는 그 섬을 바라보다가 차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