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 간 대화라는 주제는 언제나 묘한 긴장을 품고 있다. 열린 공간을 향한다는 설렘과, 그러나 그 열림에도 어딘가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존재한다는 암묵적 인식. 이번 모임에 참여하면서도 나는 그런 정도의 공간이겠거니 짐작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배어 나오는 긴장감, 그리고 '나는 지금 특정 종교를 대표하고 있다'는 의식이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어떤 인상을 줄까, 어떤 말이 오해를 낳지 않을까. 그 조심스러움이 몸 어딘가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모임이 시작되자마자, 그 긴장은 소리 없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유쾌한 유머, 장난기 가득한 자기소개들 그 소박한 웃음들이 내 마음속 경계를 하나씩 허물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이 모임 안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새삼 깨달았다. "모임은 결국 사람이 전부구나."
각 종교의 영성 수련을 함께 체험하면서, 나는 감히 이렇게 고백하고 싶다. 나는 그 아주 찰나 같은 순간에, 그 종교들의 신을 스치듯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화를 마주할 수 있었기에. 모임을 이끄시는 분의 자연스러운 안내와, 참여하는 이들의 진심 어린 열린 마음이 낯선 체험을 낯설지 않게, 오히려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공간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한 분 한 분이 평화로웠고, 그 자리에 모신 신들도 평화로워 보였다.
어쩌면 그 평화는, 서로의 다름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신을 사랑하고, 삶을 소중히 여기는 그 태도들이 나뉘지 않고 서로를 원 안에 품어 안는 것처럼 느껴졌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마주칠 때마다 유쾌하게 터지는 그 웃음들이 치유적이었다. 이 모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거기 있었다.
이 성스러운 체험을 혼자만 누리기 아쉬워 "교회 평신도들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던 발언, 그리고 그것을 조심스레 말리던 목소리들조차 정겨웠다. 이 모임 자체를 불경건하다 여기며 쫓겨남을 경험한 분들도 있지만, 누구보다 경건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신을 발견하며 살아가는 그 움직임들이, 어쩌면 이 세상을 조금씩 구원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구원이라는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좋다. 소소한 마음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각박한 세상에 한 줄기 숨 쉴 공간이 생겨난다고, 그렇게 고백하고 싶다. 부디 이 평화의 물결이,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