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삼형제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16부작 드라마로, 2018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여는글을 생각하다 친구 두 명이 각자의 경험에서 시청 소감을 얘기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한 친구는 드라마를 거의 안 보는데 코로나 시절 재택근무를 하다 우연히 접하고 3일 동안 모두 시청했다고 했고, 다른 친구는 1년 전 계엄령이 발동되고 불안한 마음에 하루 종일 뉴스만 보며 3개월 동안 집에만 있었는데 '나의 아저씨'를 보고 불안한 마음에 위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최근에야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었고 두 친구가 말했던 상황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3일 동안 계속 보게 된 친구나 불안한 상황에서 보며 마음의 위안을 받은 친구나 모두 해피엔딩이 주는 좋은 기운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드라마가 그 역할을 해준 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위기나 갈등을 극복하고 사랑, 정의, 평화 같은 최선의 결과를 얻을 때 그것을 해피엔딩이라고 말합니다. '나의 아저씨'에는 해피엔딩의 장면들이 몇 개 나오는데 그중 여주인공 할머니의 장례식 장면은 인정의 따뜻함을 실감 나게 표현합니다.
올해 1월 여는글 제목이 '아직 끝나지 않은 2024년'이었습니다. 11월까지의 여는글을 읽으며 지난 한 해를 되돌아봅니다. '한강의 노벨상, 극우기독교 분석, 대통령의 파면, 문명의 발전과 AI, 대통령 선거, 얼터네이티브락, 세종호텔 복직투쟁, 공존을 위한 성평등....' 새해 초부터 광화문광장 탄핵집회에서 외쳤던 사회대개혁의 구호와 결이 같은 다양한 내용으로 길목이 지향하는 세상의 모습을 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내란이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지금은 어떤가요? 시작부터 내란을 옹호했던 세력에 붙어서 은밀하게 활동하던 기득권 세력이 눈에 띄고, '내란몰이', '내란장터'라는 용어를 써가며 프레임을 만드는 세력들은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현실은 해피엔딩 영화나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처럼 그렇게 분명하게 끝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해피엔딩이 행복한 결말이 아니라 '행복 끝나다'로 읽히기를 바라는 것처럼.
드라마로 시작한 2024년 12월 3일 내란은 1년 동안 특검과 재판 과정을 통해 다큐가 되었고 이제 법의 심판을 통하여 역사가 되는 단계에 왔습니다. 민주 정부의 수립으로 해방 이후 염원이었던 민족적 과제들을 사회대개혁으로 이루어내고자 뜻있는 시민들은 지금도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도 새로운 역사의 길목에 이르도록 함께 힘을 모으는 연말이 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