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판계에서는 전국에서 하루에 책이 3~500부 팔리면 베스트셀러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출판 관계인은 아니지만, e-book이나 전자 문서보다는 종이책에 익숙한 개인으로서 상당히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래서 이런 지면을 통해서 책 한 권 소개하려 합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공부 모임에서 도반들과 함께 읽고 숙론하였던,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하게 했던 책입니다. 제목은 <선량한 차별주의자>입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재미있는 제목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량함'과 '차별주의자'라니, 한 문장에서 자리하기엔 낯선 조합이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짐작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자주 차별받음을 경험했던 입장이었으니, '내가 누군가를 차별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살아온 시간에서 쌓인 기억과 입장을 지니고 있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임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며, 그것을 공공연하게 강요하거나 주장하지는 않는다, 라고 자만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그동안 무심코 했던 제 행동과 말들, 스쳐 가면서 의도하진 않았지만 나 자신도 모르게 가졌을 눈빛 등이 떠오르면서 부끄러워서 숨고 싶었습니다.
모르고 있던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건, 기쁠 때도 많지만 더 잦은 비율로 부끄럽고 아쉬움을 갖게 되는 듯합니다. 무언가든 얻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지, 지금부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명료하게 인식하고 깨어있기를 노력하자며 자신을 다독여봅니다. 그래도 종종 놓치기도 하고 삐끗, 어긋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혼자 읽고 밀어두기보다는 도반들과 함께 읽고 나누기를 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소중하고 꼭 필요한 과정이지요. 오랜 습은 공기처럼 익숙해서 알아채기도 쉽지 않고, 내 안의 변화를 이루어내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더군요. 책 소개라기보다는 저의 부족함에 대한 고백이 된 듯하네요.
바빠서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면, 프롤로그만이라도 읽어주세요. 9페이지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자의 목소리에 잠시라도 머물러 주세요. 나쁜 의도가 없는 말, 혹은 염려와 관심을 담은 말일지라도 누군가는 그 말에 아파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마음을 조금 나누어 주시길 바랍니다. (전자책도 판매되고 있고, 전자도서관에서 몇 번의 손 수고로 대여해 보실 수도 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