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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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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31 – 내 세 번의 합격 수기, 칼질과 두부 스테이크

posted May 3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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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진의 홀로요리 31 – 내 세 번의 합격 수기, 칼질과 두부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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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칼질 한번 하자” 

 

이 말은 한국인들의 관용구입니다. 기쁜 날이나  축하할 일이 있어서 멋진 저녁을 사줄 때 쓰는 말입니다. 여기서 칼은 스테이크를 사용할 때 쓰는 식탁용 나이프입니다. 다시 말하면 칼로 썰어야 할 소고기를 먹자는 뜻입니다. 

 

이렇게 칼질 한번 하자는 말에는 ‘축하와 기쁨’이 내포되어야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꼭 소고기가 없어도 됩니다. 그저 축하를 위한 식사나 상차림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축하를 하고 축하를 받을까요? 축하를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는 늦게 깨달았습니다. 

 

저는 인생에 합격은 세 번입니다. 즉 축하를 세 번이나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 합격과 운전시험 합격, 그리고 입사시험 합격입니다.

 

첫째. 입학 합격의 기억입니다. 그때는 딱 한 군데 대학교만 지원하는 시험 제도였습니다. 경영대학에 떨어져서 낙담하는 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2지망 합격이라고 했습니다. 기억도 안 났습니다. 어느 과를 썼는 지 몰랐습니다.  그때는 2지망은 대충 쓰는 게 관례여서 기억도 못했습니다. 나는 1지망 불합격에 신경만 썼지 합격이라는 기쁨을 몰랐습니다. 

 

그렇게 저는 동양철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어렵고 하기 싫었습니다. 그러면 재수를 하던가, 그것도 아니였습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재수를 했으면 놀기 바빴을 겁니다. 

 

 

둘째 운전면허 합격이었습니다. 2차 실기시험에 떨어질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뭐라고..그것보다는 그때는 시험감독관이 정말 불친절하고 약올리는 멘트를 하곤 했습니다. 그냥 ‘불합격’하면 되는 데, “ 000씨!! 기어 넣을 줄도 몰라요?”하며 마이크로 크게 방송까지 합니다. 두번째 실기에 응시해서 합격했습니다. 

 

그때는 집에 차도 없었으니 나 역시 차를 갖는 것은 그 당시 먼 미래였습니다. 합격의 기쁨보다 그냥 시험감독관에게 욕 안 먹었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스스로에게도 감사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로는 입사시험 합격입니다.

 

그 당시 프리랜서로 여러 아이템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방송일정도 남아서 60분 다큐멘터리를 2회 분량으로 먼저 촬영해 두었습니다. 하나는 서암스님의 다비식이었고, 또 한편은 김금화 선생님의 서해안 풍어제 다큐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입사 공고를 보게 되서 어느 회사를 지원했고 덜컥 합격했습니다. 다비식은 편집해서 방송에 이미 나갔고 풍어제가 문제였습니다. 일정이 회사를 다니면서 편집해야 하거나 다른 감독에게 맡겨 보내야 했습니다. 어이쿠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입사시험 합격의 감동을 묻어버리고 밤새 촬영본 정리하기 바빴습니다.

 

 

저는 이렇게 합격한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기억으로 힘들고 괴롭고 또는 대수롭지 않게 보냈습니다. 합격의 순간도 이렇게 무심한데, 평범한 나의 일상은 내가 스스로 얼마나 무시했을 까요? 평범한 순간도 사실 행복한 순간인데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았습니다.

 

내 손안에 많은 금은보화와 행복, 산해진미가 가득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늘 불만과 불안의 시선을 보냈습니다. 그러니 일상의 삶이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축하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축하받는 것도 축하해주는 것도 연습을 하고 배워야 합니다. 축하는 나 자신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 아침에 눈 떠짐이 축하받을 일입니다. 또한 남을 축하하는 것은 질투와 부러움이 아닌 나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알게되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손안에 있던 금은보화와 행복, 산해진미가 모래처럼 흩어진다면 그것은 불행과 악운을 탓 할게 아닙니다. 나 자신이 그것들을 몰랐고 버렸던 겁니다. 

 

늦게나마 깨닫고 금은보화와 행복, 산해진미를 다시 움켜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금은보화로 두부를 살 것입니다.

제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으로 행복을 살 것입니다.

그리고 산해진미가 될 수 있도록 두부 스테이크를 만들 겁니다.

 

자!! 같이 오늘 칼질 한번 하자

 

 

만들기 

 

1. 곁들임 : 야채 굽기

 

 - 가지와 대파를 굽습니다. 집에 배추나 다른 것들이 있으시면 살짝 구워놓습니다. 두부보다 먼저 야채를 굽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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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부 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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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부를 잘라서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루고 노릇노릇 굽습니다. 구운 후 두부를 구운 후, 30초에서 1분정도 데리야키 소스를 넣고, 다시 후라이팬에 한번 더 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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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시 집에 스테이크 소스가 있으면 그것으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 두부를 찍어먹을 때, 볶은 데리야끼 소스나 스테이크 소스가 있으면 좋습니다. 저는 예전에 지나가다 런던에서 샀던 인도식 마늘 양념장과 먹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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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접시에 담기

 

 - 이쁘게 담아서 이 한끼만은 채식주의자가 되어 보아요. 그리고 스스로를 축하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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